소비자 민원 공시에 홍콩 ELS 제외한 은행권..금감원 분쟁조정 건수는 ‘폭증’

1분기 5대 은행 민원 298건..전분기 대비 12.4%↓
홍콩 ELS 관련 민원 제외..“민원 줄었다” 착시현상
“은행권 협의로 제외..분쟁조정 끝나야 현황 공시”
금감원 분쟁 제기 6426건..“자율배상 통해 원만히 합의”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5.02 11:01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권 1분기 민원이 전분기 대비 감소했다. 이는 각 은행들이 올해 1분기 부터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민원을 제외한 데 따른 착시다.

금융감독원을 통해 신청된 분쟁조정건수를 살펴보면 실제로는 주요 판매 은행들은 수천건에 이르는 민원과 분쟁조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민원 건수는 298건으로 전분기(340건) 대비 12.4% 감소했다.

지난 3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홍콩지수ELS피해자모임 회원들이 '대국민 금융사기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자료=한국정경신문 DB)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가장 많은 81건을 기록했고 이어 우리은행 57건, 신한은행 56건, 하나은행 54건, 농협은행 50건 순이었다. 5대 은행 모두 전분기 대비 4~24%씩 민원이 줄었다.

이는 올해 1월부터 대규모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 ELS의 투자손실률이 50%에 달하며 관련 민원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 홍콩 ELS의 총 판매잔액은 19조3000억원으로 이 중 10조2000억원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한다.

하지만 올해 1분기 5대 은행 민원 중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여신 관련 민원이 151건으로 가장 많았고 ELS 등 복합상품 판매 관련 기타 민원은 64건에 불과했다.

은행들이 분쟁조정이 발생한 민원 건수는 집계에서 제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홍콩 ELS 관련 민원의 경우 분쟁조정 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공시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ELS의 경우 자율배상이 진행 중이고 금융당국에서 분쟁조정 절차를 추진 중인 만큼 민원건수에 포함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과거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서 제기된 민원들이 소비자 공시에도 대거 반영됐던 것과는 대비된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비고란을 통해 홍콩 ELS 관련 민원이 공시에서 제외됐음을 알렸지만 1분기 공시에서는 이런 내용도 찾아 볼 수 없다.

투명한 정보 공개 차원에서 은행별 민원 건수에 홍콩 ELS 관련 민원이 포함됐어야 하거나 적어도 제외된 사실을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민원 공시는 개별 은행이 이렇게 하자고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고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기준을 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은행들끼리 협의를 통해 1분기에 ELS 관련 민원건은 포함을 안 시키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1분기 은행별 민원건수 공시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금감원을 통한 민원분쟁 건수를 통해 간접적으로 홍콩 ELS 관련 민원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을 통한 5대 시중은행의 민원분쟁 건수는 총 6426건(중복 신청 제외)이었다. 은행별로 국민은행이 3467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농협은행 1681건, 신한은행 1055건, 하나은행 201건, 우리은행 22건 순이다.

지난해 은행권 민원분쟁 건수는 3분기까지만 해도 총 222건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4분기 5대 은행에서만 1169건이 발생한 데 이어 올들어 수천건이 추가로 발생한 것이다. 대부분 홍콩 ELS 관련 분쟁조정 신청건으로 파악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홍콩 ELS 관련 민원과 분쟁조정 신청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율배상을 원만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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