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주와 백걸리 [자료=각 사]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전통주는 소주·맥주 등 일반 주류와 달리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유일한 주종이다. 지난 2017년 7월 국세청 개정안에 따라 전통주는 성인인증만 하면 일반 상품처럼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 취지는 우리나라 지역 특산주 등 전통주의 원활한 판매 촉진을 위해서다.

지난 2월 전통주 업계를 뒤흔든 ‘박재범 소주’가 출시된 이후 전통주를 정의하는 기준이 도마에 올랐다. 가수 박재범이 설립한 주류업체 원스피리츠 ‘원소주’는 전통주로 분류돼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제품이다. 반면 전통주로 보이는 ‘백세주’나 ‘화요’, 외식사업가 백종원이 내놓은 백술도가 ‘백걸리’ 등은 현행법상 전통주가 아니다.

전통주진흥법에 따르면 기준 요건 중 한 가지 이상 충족 시 정통주로 인정된다. ▲주류부문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한 술 ▲주류부문 대한민국식품명인이 제조한 술 ▲농민 또는 농민이 설립한 법인(농업경영체·어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이 제조장 소재지 관할 시·군·구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 원료로 직접 생산·제조한 술 등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요건 충족 시 ‘민속주’, 세 번째 요건은 ‘지역 특산주’로 분류된다.

원소주의 경우 세 번째 요건을 충족하는 지역 특산주다. 원소주 제조사 원스피리츠는 농업회사법인으로 설립된 후 충북 충주 양조장을 꾸려 인근 강원도 원주 쌀을 주원료로 술을 빚었다. 백종원 막걸리 백걸리 역시 충남 예산 쌀을 전통 삼양주 제조법을 통해 제조하지만 양조장은 서울, 법인은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전통주로 인식되는 국산 막걸리는 대부분 수입쌀을 포함해 전통주가 아니다. 전통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막걸리 제조업체의 70% 정도가 수입산 쌀을 이용해 막걸리를 제조한다. 특히 막걸리 매출 상위 30권 기업의 수입쌀 사용비율은 80%를 넘어선다. 전통주로 분류되면 온라인 판매 및 주세 감면 등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국산 쌀만 사용하기는 부담스러운 현실이다.

온라인에 판매되는 전통주 [자료=네이버쇼핑]

이유는 수익성과 안정성 때문이다. 우리나라 쌀의 경우 수입쌀보다 가격이 3배가량 비싸다. 또 매년 기후 변화에 따라 쌀 가격의 등락폭이 크다. 안정적인 공급 차원에서 수입쌀을 이용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주문할 수 있는 전통주 가격을 보면 저렴한 가격대로 형성된 시중 막걸리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주류업계가 전통주 관련 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형문화재·식품명인·농업회사법인이 아닌 제조사가 전통주를 만들면 전통제법을 통해 빚은 전통주도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양조장 인근 국산 쌀만 사용해 제조하더라도 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만 이용하면 대량 생산이 불가능해 전통주 대중화도 어렵다. 더욱이 전통주의 세계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또 시중에 유통되는 막걸리 역시 전통주에 속하지만 법상 ‘전통주 등’으로 분류돼 전통주가 아니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는 지역 특산주와 민속주 등 전통주를 분리하고 전통주의 새로운 범위를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보통 막걸리는 저렴하고 대충 마시는 술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우리나라 전통주가 대중적인 술로 자리매김하고 세계로 뻗어가기 위해서 우선 전통주 개념부터 재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