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적을 공개한 면세점 기업 3곳이 모두 지난해 적자를 본 것으로 확인된다.(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국내 면세점들이 지난해 코로나 시기보다 더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고환율·고물가 원인이다.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들도 빌길을 돌린데 이어 중국 보따리상 수수료와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부담도 더해졌다.
1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을 비롯해 신세계면세점, 현대면세점 등 면세점 기업 3곳이 모두 지난해 적자를 본 것으로 확인된다. 내달 실적 공시를 예고한 롯데면세점도 적자 폭을 줄이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내내 영업이익 감소세를 보이다 적자로 전환됐다. 신라면세점이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원년인 2020년(1275억원) 이후 4년 만이다.
신세계면세점도 매출은 2조60억원으로 4.7% 늘었으나 영업손익은 전년 866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35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현대면세점도 매출은 9721억원으로 2.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88억원 손실이다. 영업손실액은 2023년 313억원에서 소폭 줄었으나 2018년 설립 이래 줄곧 이어진 적자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
국내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다음 달 말 실적을 공시할 예정이지만 다른 면세점과 마찬가지로 전망치는 좋지 않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922억원에 달하는 데다 4분기에도 적자 기조가 지속돼 연간 1000억원대 손실이 예상된다. 업계에선 연간 영업손실 규모가 가장 컸던 2022년(1395억원)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 주요 면세 4개 기업들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3000억원에 육박한다. 면세점의 실적 부진은 중국 유커(단체 관광객) 감소에 이어 고환율 직격탄으로 수요가 감소했다. 중국인 보따리상에 지급하는 높은 수수료 및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부담이 늘어나는 등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비상경영 선포 이후 희망퇴직을 시행하면서 일회성 비용도 급증해 단기 손실도 확대됐다.
올해 면세업계 전망은 여전히 시계 제로다.
비상계엄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의 여파로 지난해보다 원·달러 환율이 더 뛸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인천공항 임대료 감면 혜택이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면세 기업들은 올해 경영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깊다.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사업 전략을 확정짓지 못하고 1분기는 시장 흐름을 살펴보자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면세점은 올해부터 중국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등 강경책을 내놓았으며, 면세기업 4곳 모두 개별관광객을 겨냥한 MD 및 마케팅 전략 재수립과 고정비 절감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수익 확보를 위해 수수료 부담이 큰 중국인 보따리상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개별 관광객 매출 비중을 높이는 사업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라며 “여기에 인천공항 임대료 부담을 어떻게 감당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