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엔솔, 원인규명 없이 EV 배터리 1조4000억 리콜..결국 또 火 불렀다

박민혁 기자 승인 2021.06.25 09:03 의견 0

[한국정경신문=박민혁 기자] 현대자동차의 코나 전기차가 최근 국내외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한 차례 화재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또다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 10월 코나 전기차에 들어간 배터리 관리시스템(BMS)을 업데이트하는 결함시정조치(리콜)를 발표했지만 그 이후에도 화재가 이어졌다.

결국 올해 2월에는 지난 2018년 5월~2020년 3월까지 생산한 코나 전기차 약 2만5000대에 대해 배터리시스템(BSA)을 모두 교체하는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충남 보령서 주차된 코나EV에 불..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탑재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충남 보령의 한 해수욕장 인근 펜션 앞에서 주차 중인 코나EV가 화재로 전소됐다. 불은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 하부에서 시작돼 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난 코나EV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일보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연구원(KATRI)와 현대차, 배터리 제작사 등이 함께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재가 난 코나EV차량 소유주는 리콜을 받은 차량인지 등을 묻는 질문에 “언론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화재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해당 차량은 작년 3월까지인 리콜 기간 이후에 제작, 판매된 차량으로 파악됐다”면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이라고 밝혔다.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1조4000억원 투입 자발적 리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유사한 형태의 화재가 연달아 15건이 발생하면서 자발적 리콜(시정조치)을 진행 중이다. 투입된 금액만 무려 1조4000억원이며 배터리 셀과 주변부 일체를 교체하는 대규모 리콜 조치이다.

리콜조치에 앞서 화재의 원인규명이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던 점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지난 2월 국토부는 현대차가 제작·판매한 코나EV 2만5083대, 아이오닉EV 1314대, 일렉시티(전기버스) 302대 등 모두 2만6699대에서 결함이 발견돼 자발적 리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3개 차종은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남경공장에서 초기 생산된 고전압 배터리 중 일부에서 셀 제조불량(음극탭 접힘)으로 인한 내부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은 국토교통부의 화재 원인 조사 결과에 대한 반박 입장문을 내고 "리콜 사유로 언급된 배터리 셀 내부 정렬 불량(음극탭 접힘)의 경우 국토부의 발표대로 재현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남경 현대차 전용 생산라인들의 양산 초기 문제로 이미 개선사항은 적용됐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해 10월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분리막 손상 관련해서는 "합동 조사단의 모사실험 결과 화재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자발적 리콜 추가 실시와 관련해 원인 규명 등 조사가 완료되지는 않았으나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국토부 및 현대차와 함께 리콜 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은 제품 설계 단계부터 제조, 검사 등 모든 과정에서 안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불이 난 차량은 이같은 기술적 결함을 시정한 이후에 제작, 판매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배터리 제작사 LG에너지솔루션, 국토부 등 관련 주체는 모두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지역에 정차된 코나 EV 화재

한편 독일 전기차 전문 매체 '인사이드 EV'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지역에 정차된 코나 EV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차량은 주차된 상태였지만 충전 중은 아니었으며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하부 배터리에서 불길이 솟아올랐고 현지 소방당국이 사고 차량을 물이 담긴 컨테이너에 집어넣어 화재를 진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슬로 현지 경찰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전기차 화재 사고가 접수돼 긴급 구조대가 현장에 출동해 있다. 지금도 타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연기가 나고 있으며 화재 원인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화재가 발생한 차량은 노르웨이 현대차를 통해수입된 된 것이 아닌 별도 경로를 거쳐 노르웨이에 수입됐다. 배터리 교체 리콜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은 모델이다.

코나 EV는 현재까지 국내 12건과 해외 4건 등 총 16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화재까지 포함하면 총 17건으로 늘어난다.

현대차 노르웨이 법인은 현지 언론에 “사고 차량은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치지 않아 리콜 대상에서 제외돼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