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박성호 하나은행장..라임·헬스케어펀드 사태 수습 묘책 있나

금감원, 하나은행 현장조사 실시..내달 초 분쟁조정 전망
박 행장, 조직안정 특명..제재수위 낮추기 본격 행보

윤성균 기자 승인 2021.06.16 13:29 | 최종 수정 2021.06.16 13:48 의견 0
박성호 하나은행장 [자료=하나금융그룹]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하나은행이 독일헤리티지·디스커버리·라임·이탈리아헬스케어 등 환매중단 사모펀드 관련 분쟁조정과 제재심의 절차를 줄줄이 앞두고 있다. 조직안정 특명을 받은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하나은행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현장조사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상정을 위한 사전 절차다. 현장조사에서 법률 자문과 피해자, 금융사가 삼자대면을 실시한다. 이르면 내달 초 라임·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등 분조위가 열릴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헤리티지·헬스케어 등 5대 환매연기 펀드 가운데 4종의 펀드를 팔았다. 직접 판매하지 않은 옵티머스 펀드의 경우도 수탁사로 연루됐다. 하나은행은 옵티머스 펀드 사태로 이미 업무 일부정지의 중징계를 받았지만 라임·디스커버리·헤리티지·헬스케어 펀드 관련 후속조치는 온전히 남겨둔 상태다.

이들 펀드가 판매된 2017년부터 2019년 당시 하나은행 수장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ESG 부회장, 지성규 하나금융지주 디지털 부회장이었다. 금감원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융사뿐 아니라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책임을 묻고 있어 이들도 제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취임한 박성호 현 하나은행장의 행보에도 업계 이목이 쏠린다. 취임 당시부터 사모펀드 사태 수습 등 조직 안정을 중요한 과제로 부여받아서다. 박 행장은 행장 취임 이전인 지난해 7월에는 신설된 자산관리그룹장을 맡으며 펀드 부실 사태 수습의 전면에 나섰다. 박 행장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도 그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면서다.

박 행장이 제재 대상에 직접 오르지는 않겠지만 함 부회장과 지 부회장이 지주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조직의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하나은행은 사모펀드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13일 이사회를 열고 은행에서 판매한 영국 펀드로 인해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의 50%를 가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가지급 대상은 ▲영국 루프탑 펀드(판매액 258억원) ▲영국 신재생에너지 펀드(판매액 535억원) ▲영국 부가가치세 펀드(판매액 570억원) 등 3종으로 총 1363억원 규모다. 현지 운용사를 통한 사실관계 확인과 법적 회수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 방안으로 마련된 조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판매사 주관으로 투자 자산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는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라며 “투자자들과의 관계개선과 신뢰회복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행장은 향후 진행될 독일헤리티지·디스커버리·라임·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관련 분쟁조정 절차에서도 투자자 피해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분쟁조정을 수락하면 향후 있을 제재심에서 피해 구제 노력을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지난 4월 열린 라임 펀드 제재심에서 사전통보된 ‘문책 경고’ 보다 한 단계 낮은 ‘주의적 경고’ 처분을 받았다. 제재심이 열리기 하루 전 긴급 이사회를 열고 라임CI펀드 관련 조정안을 신속하게 수용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나은행도 선례에 따라 피해자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 투자자들에게 원금의 50~70%를 선지급해 전체 펀드 중 80~90% 가까이 사적화해가 진행됐다”며 “피해구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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