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이혼] #2 함정에 걸려버렸다...!

김성원 기자 승인 2020.10.19 15:45 | 최종 수정 2020.10.20 11:11 의견 2

이혼소송을 전문적으로 대리하는 고형석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의 칼럼 '남자의 이혼'이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법무법인 센트로 고형석 변호사 (자료=한국정경신문) 

[법무법인 센트로=고형석 변호사] 생각보다 순진하고 어수룩한 남자들

저녁에 친구를 만나 소주 한 병하고 좋은 기분으로 귀가를 한 남편은 한 가정의 평범한 가장이다. 부엌에서 물을 따라 마시는데 오늘따라 아내의 짜증이 심하다. 친구의 남편이랑 비교를 하고 갑자기 시부모 흉도 보기 시작한다. 그만하라고 살짝 화를 내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신경을 긁기 시작한다. 취기에 그랬을까. 부엌 바닥에 유리잔을 던져 깨뜨리고는 방으로 들어가 누워버렸다. 20분쯤 지나니 누군가 현관초인종을 누르고 경찰이 집에 들어왔다. 경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는 경찰도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그냥 돌아갔다.

상대방은 당신보다 치밀한 계획을 짜고 있다

한 달쯤 지나서 법원에서 보낸 우편물이 남편에게 온다. 아내가 보낸 이혼 소장이다. 우리가 이혼할 이유가 있나 하며 흥분한 상태로 소장을 읽어 내려간다.

‘피고는 평소 폭력적인 성격으로 원고에게 자주 폭행을 행사했고, 심지어 술에 취해서는 아내에게 유리잔을 던져 상해를 입힌 사실이 있으며 당시 경찰관이 출동하는 등 큰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건 남편이 1개월 전 술에 취해 아내와 싸우다 벌어진 단 한 개의 헤프닝이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실수가 이렇게 남편을 상습적인 가정폭력범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자의 실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남자는 이혼소장을 보낸 아내를 찾아가 따지기 시작한다. 큰 소리가 오가고 또 다시 아내가 부른 경찰이 온다.

벌어온 남편에게 재산분할로 6000만원을 주겠다는 아내

이 사례는 필자가 수행한 실제 사건을 기초로 한 것이다. 당시 남편이었던 의뢰인은 개인 사업을 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 사업을 한 탓에 현금수입이 넉넉했고, 그 현금 대부분을 아내에게 주어 아내 명의로 수개의 아파트를 소유하기도 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벌이는 예전보다 못했지만 그래도 아내명의로 마련해둔 집도 있고 이 정도면 성공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었는데 자신이 나이가 들자 갑작스럽게 폭력남편이라며 이혼청구를 당한 것이다.

의뢰인은 이혼소송 초반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아내 명의의 재산을 제대로 파악하고 기여도를 주장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탓에 조정단계에서 아내로부터 고작 재산분할로 6000만원을 지급받는다는 조정결정문을 들고 필자가 일하는 법무법인을 찾아온 것이다.

재산형성은 남편이 했는데, 재산분할을 구걸하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의뢰인이 상황이 매우 억울할만 했다. 평생 일만 해서 자식들 교육비를 대고, 전업주부인 아내에게 버는 돈 대부분을 가져다 주었으며, 혹시나 사업이 잘못될까 걱정이 되어 취득한 부동산의 명의도 아내 앞으로 해둔 것이 사실이었다.

필자는 남편을 대리하여 아내를 상대로 반소, 즉 이혼청구와 위자료 및 재산분할청구의 맞대응을 하였다. 그러나 아내는 이혼소송 전부터 남편 모르게 재산을 처분하고, 은밀히 각종 개인 사업을 시작했으며, 지인들과 금전거래를 위장한 허위 차용증까지 만들어서 자신에게는 남아있는 재산이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1년이 넘는 소송 끝에 필자는 아내에게 부동산과 임대차보증금, 각종 예금채권, 보험이 있다는 것을 찾아낼 수 있었고, 법원은 아내가 남편에게 재산분할로 3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다.

남자들도 눈치는 빨라야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이혼소송을 진행하면서 많은 남성 의뢰인들을 만나게 되는데, 의외로 적지 않은 남성들이 생각보다 어수룩하게 당하는 상황을 많이 보게 된다.

물론 수입을 숨기거나 다른 주머니를 차고, 아내 모르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남편들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남자들은 그들의 아내에게 월급통장을 맡기고 생활하고 있다. 더군다나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 지면서 아내들도 과거와 달리 남편보다 재테크나 금융거래에 밝은 경우도 있고, 가족들을 위한다는 이유에서 남편이나 가족들 모르게 투자를 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남자들이 직장생활이나 경제활동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재산을 은닉해두고 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이나 양육비의 지급을 회피해왔다면, 그러한 방법은 이제 남자들만의 계략이 아니라 여자들도 아주 잘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남자들은 ‘이 여자가 그렇게까지 하겠어? 그런 것은 알지도 못할 걸’이라며 자만에 빠져있다가 뒷통수를 심하게 얻어맞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남성 의뢰인들이 아직도 “애들 엄마는 그냥 주부에요.” “와이프가 그렇게까지 할 사람은 아닌데요.”라고 심한 착각을 하고 있을 때이다. 이러면 내가 당장 이혼을 하는 당사자도 아닌데 심각하게 마음이 바빠진다.

이혼 상담을 하다보면 요즘은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이혼에 더 계획적이고 더 적극적이라는 사실, 그리고 남편은 아내의 계획을 늦게나마 알아차려도 대응을 빨리 하지 못하고 고민을 계속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순진하고 어리숙한 남자의 편에서 냉철한 상황판단을 바탕으로 이기는 이혼 소송으로 이끌어갈 변호사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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