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주요 금융지주의 사상 최대 실적 발표에도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이달 5일부터 전날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3720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주가도 4일 9만1300원에서 13일 7만9400원까지 하락한 뒤 소폭 반등했지만 18일 종가는 8만2100원에 머물렀다.
KB금융지주가 연간 순이익 5조원을 처음 돌파한 것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흐름으로, 시장 참여자들은 실적보다는 향후 밸류업 잠재력에 더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13~13.5%를 넘는 잉여 자본을 주주 환원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지난해 말 CET1 비율이 13.51%로 1년 전보다 0.08%포인트 하락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 기대에 비해 KB금융의 CET1 비율 수준과 자사주 규모가 아쉽다”며 “CET1 상향 관리 노력이 다른 회사보다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금융대장주로 꼽히는 KB금융의 사정이 나빠지자 경쟁사들의 투자 심리도 덩달아 악화한 분위기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6일부터 전날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108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으며 주가도 5만700원에서 4만8450원으로 하락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실적 발표 당일인 4일부터 전날까지 외국인 순매도가 20억원에 달했다.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주가는 5만9300원에서 6만1200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CET1 비율은 각각 13.17%에서 13.03%, 13.17%에서 13.13%로 하락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반면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실적 발표(7일) 이후 전날까지 유일하게 240억원의 외국인 순매수를 기록하며 주가가 1만5670원에서 1만7240원으로 상승했다.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지난해 말 12.08%로 다른 금융지주보다 낮았지만 3분기 말 11.95% 대비 개선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실적보다 자산 건전성 관리와 밸류업 계획을 우선하는 분위기”라며 “최근 금융회사 평가 기준이 달라졌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