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프레드 예준녕 대표 (사진=변동휘 기자)

[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해빙기를 넘어 본격적인 개화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전후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분위기가 달아오른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친가상자산 정책을 예고하며 규제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형국이다. 국가 차원에서의 가상자산 전략적 비축을 비롯해 ETF(상장지수펀드) 승인 확대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저변이 크게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열광 이면에는 ‘투기’라는 어둠이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기술로 세상을 혁신하겠다는 웹3 프로젝트들의 비전보다는 투기성에만 몰두하는 세태가 만연해 있다는 점에서다. 냉혹했던 ‘크립토 윈터’가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흐름은 결정적인 취약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상자산 및 웹3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디스프레드 예준녕 대표는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산업 전체의 활성화와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잘 작동하고 혁신 포인트까지 갖춘 서비스를 통해 웹3의 비전을 설득력 있게 전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등 첨단 기술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융합 섹터를 창출하는 등 다양한 시도들이 꾸준히 이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예 대표를 만나 누구든 국적에 관계 없이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국경 없는 디지털 문명’을 꿈꾸는 그의 ‘웹3 비전’을 자세히 들어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전후로 가상자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변동성도 커진 상황이다. 여러 기대와 우려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향후 시장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바이든 행정부와 비교하면 확실히 친가상자산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본다. 다만 당선 이후 1달간 기대감으로 많이 상승했지만 취임 이후에는 정책이 발표된 것이 없다 보니 실망하거나 반응이 없는 모습이다. 당분간은 변동성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바이든 정부에 비해 친화적일 것으로 예상되기에 미국 관련 기업들도 활성화되고 새로운 사업 모델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정부가 막 시작됐으니 정책이 하나둘씩 나온다면 집권기간 동안에는 좋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복합적으로는 암호화폐 시장이 글로벌 경제와 많이 연관돼 있다보니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변수가 될 것이다.

특히 비트코인의 전략적 비축과 리플 XRP 등 여러 알트코인 기반의 ETF 승인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러한 이슈들이 현실화된다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실제로 미국 정부가 비축법안을 통과한다면 다른 국가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싶다. 러시아·중국·유럽 등 다양한 강대국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우호적 정책이나 전략적 비축 등을 고려할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암호화폐에 대한 새로운 정책도 생기고 디지털 금으로서의 위치가 공고해질 것이다. 국가와 정책 차원에서 관점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알트코인 ETF의 경우 하나의 상품 수단이 될 것이기에 제도권발 투자가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증시처럼 매크로 이슈에 따라 더 많은 변동성이 생길 것 같다. 하나의 투자상품이 됨으로써 증시와 같은 움직임을 따라가지 않을까 싶다.

이전의 흐름을 살펴보면 시장이 과열되다가 각종 사건사고로 인해 급격히 냉각되며 ‘크립토 윈터’를 맞이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가상자산 호황기를 맞이한 이 시점에 우려가 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주로 시장에 쇼크를 준 것들은 해킹이나 파산이었다. 거래소나 큰 돈을 갖고 있는 이들이 해킹을 당하면 충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파산은 시장에 레버리지(차입투자)나 부채 담보가 많이 끼다 보니 이를 감당하지 못해 터지는 것이다. 상승장에 레버리지나 부채 담보가 많이 끼는데 하락장으로 전환되면 이를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루나-테라 사태가 그랬고 FTX도 그랬다.

사실 어떻게 터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충분히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하며 리스크가 언제 터질지는 모른다는 생각 하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도 있다.

디스프레드 예준녕 대표 (사진=변동휘 기자)

시장조사기관 등에서는 올해 가상자산 시장의 관건으로 정책적 이슈를 들었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남아있는 상태다. 2단계 입법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가.

한국 정책이 해외 사례를 보며 따라가는 경향이 강하다. 그나마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유럽연합(EU)의 MICA(가상자산 시장 규제안) 정도다. 아마도 이와 비슷한 기조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

1단계 입법이 거래소 중심이었다면 2단계에서는 사업자들이나 상장 및 공시 등 부가적인 부분에 대한 정책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기관이나 법인들이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엔 진입장벽이 있으며 그런 점에서 제도적 마련이 우선시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STO나 RWA 등 특정 섹터에 대한 규제보다는 큰 틀에서 규제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의 정책 자체가 포지티브 규제로 이뤄져 있는데 미국처럼 자유롭게 새로운 시도들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혁신적 시도가 나오기 힘들다.

공시의 경우 시장의 특성과 맞지 않는 측면도 있다. KRX(한국거래소) 공시는 국내 법인에서 새롭게 알려야 할 사항이 있을 때 하는 것인데 가상자산의 경우 전세계에서 동시에 일이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전역에서 새로운 내용을 동시에 알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다. 예를 들어 한국 시간을 기준으로 공시를 하게 된다면 시차가 많이 나는 두바이나 미국에서는 대응이 어려울 것이다. 웹3에 맞는 정책이 생겨야 한다고 본다.

최근 시장에서는 투기성 자산에 대한 관심은 높아진 반면 웹3 프로젝트의 비전에 대한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 관측된다. 그 원인은 무엇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지도 설명 부탁드린다.

우선 밈코인이 성행한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 산업에서 VC들이 투자한 팀들 중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앱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고평가를 받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밈코인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그 대척점에 있다. 그런 점에서 VC나 웹3에 대한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식 전환의 발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어떤 서비스가 실제로 잘 작동하고 새로운 혁신 포인트가 있어서 유저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으면 좋지만 웹3에서는 아직 그런 사례가 많이 없었다. 때문에 가치만 높은 코인에 투자할 바엔 재미가 있는 밈코인에 주목하자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투자자들에게 웹3 산업을 바꿀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경각심을 주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밈코인을 발행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등 크게 보면 시장에 긍정적일 수는 있지만 누구나 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식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웹3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 프로덕트를 만드는 팀 입장에서는 본인들의 서비스에는 관심이 없고 전부 밈코인으로 가버리니 허탈감도 많이 느낀다고 한다. 시장 전체 측면에서 좋은 현상은 아니다. 가상자산 시장에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하는 도구는 될 수 있지만 투기성으로 흘러간다는 측면에서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다.

웹3 시장이 고도화되며 다양한 형태의 사업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사업 모델이나 기술이 있다면 무엇인가.

웹3에서 사업모델을 명확히 짚기는 어려운 것 같다. 코인 발행 여부로 나뉠 텐데 발행을 하지 않는다면 거래소나 헤지펀드 쪽 수익성이 높을 것이고 발행을 하는 곳이라면 메인넷이 있다.

사실 어떤 모델이 유망하다기보다는 웹3 산업 자체가 잘돼야 그들도 잘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책이나 사업모델 등이 나오고 새로운 앱 등 다양한 시도가 나온다면 산업이 잘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웹3 쪽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를 꼽아보자면 ‘베라체인’이라는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특화 메인넷이 있다. 현재 시장에서 어떤 프로젝트가 관심을 받고 있는지를 수치로 나타내는 AI 분석 툴인 ‘카이토’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처럼 새로운 시도들이 많이 나오면 그것들이 터닝 포인트가 되며 또 다른 길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

디스프레드 예준녕 대표 (사진=변동휘 기자)

양자컴퓨팅이나 AI 등 기술의 발전이 가상자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10년 전에도 양자컴퓨팅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나왔다. 보안 해체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데 사실 이는 비단 가상자산뿐만 아니라 모든 금융산업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AI의 경우 아무래도 인류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보니 사람들이 더 찾고 혁신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웹3나 블록체인이 AI와 결합되면서 또 다른 혁신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AI가 전송을 하거나 투자를 하고 데이터 접근을 하는 등 융합 섹터가 생겨날 것이라고 본다.

국내 웹3 생태계의 현주소는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고 있는가? 또한 건강한 생태계의 정착과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사실 국내에서 웹3를 잘 이해하고 서비스를 잘 만드는 팀들은 해외에 법인을 내고 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자체가 태생적으로 글로벌을 지향하는 지라 한국에서만 사업을 한다는 생각으론 성공하기 어렵다.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는 미국이나 싱가포르로 많이 나가는 추세다. 한국에 남아있는 팀은 사실상 거래소뿐이다. 진출해야 하는 시장 자체가 글로벌인 데다 국경이 없는 인프라 및 경제 서비스 같은 부분들을 해야 하다보니 국내로만 시장을 국한하기는 어렵다.

그간 디스프레드는 국내외 프로젝트 컨설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특히 웹3 부분에 진정성을 갖고 관련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는데 올해부터는 어떤 방향으로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가.

그간 해외 유망 웹3 기업을 발굴해 아시아 전역에서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유저를 만드는 것을 도왔다. 지금은 더 나아가 개발이나 서비스 또는 유저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앱을 만들어서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구체적으로는 그로스나 마케팅 및 컨설팅 툴을 만들려 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온 컨설팅의 결과물과 성공적으로 잘 된 팀들의 사례를 분석해 데이터화하고 새롭게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에게 이를 보여주며 시장진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그동안에는 콘텐츠를 통해 시장의 관심을 환기해 왔다면 이제는 데이터적 접근을 많이 하려는 것이다.

디스프레드가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웹3 및 가상자산 시장의 비전은 무엇인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활동들을 하실 계획인지도 설명해달라.

디스프레드는 웹3 산업이 성장하고 세상을 혁신할 것이라 믿고 있다. 이를 잘 수행할 역량을 가진 기업들을 빠르게 발굴하고 도와줌으로써 세상의 변화나 국경 없는 인프라·서비스 등이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이와 별개로 개인적으로 웹3 산업의 최종 종착점은 국경 없는 페이먼트(결제)라 생각한다. 모든 블록체인 사업의 인프라를 뜯어보면 국적에 관계없이 누구든 지갑 주소 하나만으로 생활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디지털화된 문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 기여하는 것이 하나의 큰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