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1세대 토종 이커머스 11번가가 강제 매각 수순을 밟고 있지만 꾸준히 이어진 실적 부진 탓에 난항을 겪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와 나인홀딩스 컨소시엄은 11번가 매각을 위해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달 투자설명서를 배포한다.
나인홀딩스는 2018년 11번가 지분 18.8%를 확보하기 위해 국민연금과 MG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다. 이후 2021년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형태로 SK스퀘어를 분할해 11번가의 지분 80.26%를 소유하고 있다.
11번가의 강제 매각은 SK스퀘어가 약속했던 11번가의 IPO 추진이 불발되면서 비롯됐다. SK스퀘어가 나인홀딩스 컨소시엄이 가진 11번가 지분 8%를 전부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나인홀딩스 주관으로 11번가 매각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 측도 11번가 매각을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 측은 “현재 강제매각 과정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강제 매각 수순은 11번가의 실적 부진 탓이 크다. SK스퀘어의 지난해 사업보고서 따르면 SK스퀘어는 지난해 말 기준 11번가 장부금액을 전년대비 2154억원 줄어든 8340억원으로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당시 SK스퀘어는 “11번가의 지속적인 손실 누적으로 인해 순공정가치를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11번가의 부진한 적자로 투자 업계도 11번가의 기업가치를 5000억원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11번가는 2018년 기업가치 2조 7000억원으로 평가됐지만, 상장 시점에는 1조원 내외로 급락했다.
업계에서는 11번가 IPO를 주도했던 김태완 최고전략책임자(CSO)가 회사를 떠난 것도 강제 매각 수순의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지난 2022년 IPO 책임자로 김태완 CSO를 영입하고 IPO 전략팀을 꾸렸으나 실적 부진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매각 작업이 개시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마땅한 진척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며 “현재 이커머스 시장 상황과 11번가 실적 흐름으로 미뤄보면 11번가는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고 여기는 투자자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 새 주인 찾기 ‘난항’, 관건은 ‘수익성 개선’
지난해부터 11번가의 수익성 개선이 본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SK스퀘어도 11번가 매각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스퀘어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1번가의 2024년 1분기 영업손실은 19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8.7% 줄면서 4분기 적자 개선 흐름을 타고 있다. 1분기 당기순손실은 2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9.4% 감소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두 차례에 걸친 구조조정도 진행하면서 수익성 개선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달 7일에는 비효율 사업 정리 차원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 ‘머니한잔’ 종료를 알렸다. 현재 머니한잔은 신규 회원 가입과 신규 자산 연결 및 기존 자산 연결 연장 서비스가 종료된 상태이며 내달 3일 모든 기능이 전면 중단된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은 이달 17일 타운홀 미팅에서 “오픈마켓 사업의 수익성 확보와 리테일 사업의 체질 개선을 통해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올해 2분기에도 핵심 경쟁력에 대한 집중 투자와 과감한 사업구조 개편으로 수익성을 강화하는데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1번가 관계자는 “2025년 흑자전환을 위해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효율적 비용 통제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손실규모를 줄여가고 있다”며 “오픈마켓(OM) 사업의 수익 기조에 기반해 올해 연간 기준 OM 사업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식품, 명품, 패션, 유아동, 리빙 등 다양한 영역의 버티컬 서비스와 쇼킹히어로가 등 가성비 상품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커머스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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