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실수냐 차량결함이냐"..기아 EV6 '급발진 의혹' 올해만 두번째

EV6 택시 급발진 의심 사고..운전자 부상
"브레이브 밟아도 작동하지 않아" 주장
보조제동등 작동 여부 두고 반응 엇갈려
기아 "조사 중이라 섣불리 판단 못 해"

이정화 기자 승인 2023.06.21 12:50 의견 0
지난 18일 오전 5시쯤 수원시 영통구에서 60대 택시기사 A씨가 몰던 EV6 차량이 도로 우측 신호등을 빠른 속도로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자료=온라인 커뮤니티 캡)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기아 전기차 EV6가 급발진 논란에 휩싸였다. 사고 당시 영상에서 브레이크 등이 안 켜진 것이 맞는지 등을 따지면서 조작 실수냐 급발진이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21일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5시쯤 수원시 영통구에서 60대 택시기사 A씨가 몰던 EV6 차량이 도로 우측 신호등을 빠른 속도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A씨는 팔과 갈비뼈 등에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택시 승객이나 보행자 등은 없었다.

당시 사고 영상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됐다. 영상에서는 검정 EV6 택시 한 대가 빠르게 옆 차량을 지나쳐 가더니 보행자 신호등을 들이받는다. 이 과정에서 차체가 속도에 못 이겨 공중에 붕 뜨는 모습도 잡혔다.

이 차량은 가로수와 도로 표지판까지 충돌한 뒤에야 멈춰섰다. 표지판과 가로수는 이 충격으로 차도 위로 쓰러졌다. 사고 현장에는 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파편과 차에서 빠진 바퀴가 도로에 굴러다니기도 했다. 사고 택시는 전면 내부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반파됐다.

37년 경력의 택시 기사 A씨는 출고된 지 1년도 안 된 기아 전기차 EV6가 급발진하면서 사고가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차에 가속이 붙어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기아 측은 아직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A씨가 음주운전을 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차량의 사고기록장치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사고 원인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영상을 확인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온라인 한 커뮤니티에서는 "보조제동등이 안들어왔다", "뒷유리 윗쪽에 보조제동등이 안보인다" 등 조작 미숙을 의심하는 반응과 "뒷쪽에 띠처럼 들어오는 불빛이 있다", "브레이크 등이 들어오는 걸로 보인다" 등 급발진을 원인으로 보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보조제동등이 켜지지 않았다고 해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차체 결함으로 보조제동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전기차가 많아지니 급발진이 종종 있네", "새벽이라 인도에 사람이 없어서 다행", "이정도 충돌에 운전자가 살았으면 안전성은 좋은가보다" 등 댓글이 달렸다.

지난 18일 오전 5시쯤 수원시 영통구에서 60대 택시기사 A씨가 몰던 EV6 차량이 도로 우측 신호등을 빠른 속도로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자료=트위터)

한편 급발진 의심 사고는 계속해서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전기차의 경우 지난해 중국에서 테슬라의 급발진 의심 사고가 잇따라 발생다. 올해 4월에는 제주도에서 급발진을 주장하는 기아 EV6 전봇대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도 작년 10월 급발진 의혹을 일으켰다. 당시 국과수와 제조사는 '운전 부주의' 판단을 내렸다. 이후에도 차량 주인은 "브레이크를 계속해서 수십차례 밟았는 데도 가속 페달만을 밟고 있었다는 황당한 결론으로 끝났다"며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6년 간 총 20건의 전기차 급발진 의심 신고가 있었다. 하지만 증명된 건은 하나도 없다. 같은 기간 경유차와 휘발유, LPG,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함해 모두 201건의 급발진 피해 신고가 들어왔지만 결함이 인정된 차량은 없다.

이처럼 제조사의 책임이 인정돼 급발진으로 판결난 사례가 드물다보니 이번 EV6 사고 또한 차량결함으로 인정될지는 미지수란 평이 나온다.

기아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 대해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국과수에서 원인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상황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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