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도 저물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쓸면서 국내 및 글로벌 기업 환경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됐고 각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혁신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불안한 남북관계, 고환율, 고금리 등이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수장인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환경변화에 따른 한 발 앞선 판단과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CEO는 악화된 경제 환경에서 도전자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생존을 위한 고민과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한다. 한국정경신문은 글로벌 위기에도 혁신의 리더십으로 뜨거운 한 해를 보낸 CEO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그들의 성과와 비전에 주목하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길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한국정경신문=최경환 기자] '10년만에 다시 찾아온 위기'
임병용 대표(부회장)는 2013년 GS건설 주가 40% 하락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이후 10년의 '장기집권' 기록을 세우며 회사는 반석 위에 섰다. 올해 연임이 확정됐으니 2025년까지 12년 간 재임하게 된다. 업계 최장수 CEO다.
취임 당시 위기에서 회사를 구하는 길은 오로지 실적으로 승부하는 수 밖에 없었다. 건설분야 경험이 적었던 그는 탁월한 재무적 감각으로 단기에 실적 위기를 극복했다. 이후 주택부문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GS건설을 주택명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재임 10년째를 맞은 올해 임병용 부회장 앞에 다시 10년전 위기와 비슷한 상황이 다가왔다. 세계적인 인플레와 고금리로 인한 국내 주택시장 침체는 이제 시작단계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부터 3년 임기를 다시 보장받은 임 회장에게 위기 극복 '시즌 2'가 시작됐다.
■ 검사출신 회계사..실적 위기에 '특급 소방수'로 기용
임병용 부회장에겐 검사 출신,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하지만 그는 사법고시에 합격하기 전 이미 공인회계사 시험에 붙었다. 수원지검 초임검사 시절 LG그룹(현 GS그룹) 회장실 상임변호사로 영입된 이후 법무뿐 아나리 재무, 기획쪽 역량을을 키워왔다. GS건설이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2013년 당시 임 부회장은 GS건설 최고재무관리자(CFO)였다. 그는 위기를 돌파할 소방수로 GS건설 대표에 임명된다.
GS건설은 2013년 1분기 영업손실(연결기준) 5354억원을 기록했다. 주가는 보름 동안 40%가량 급락했다. 신용등급은 AA급에서 A-까지 떨어졌다. 그해 영업손실은 1조원 가까이 늘었다.
임 부회장은 취임 이후 2013년 말에 영업이익을 511억원 흑자로 돌려놨다. 이후 꾸준히 영업이익을 늘려 2017년 3187억원, 2018년 1조654억원을 달성했다. 창사 이래 처음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 다음 2번째 성취였다.
GS건설은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영업이익률은 7%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건설업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 3분기까지 5.29%. 최근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등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주택부문 비중이 70%가 넘는 GS건설이 국내 건설시장 침체를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
■ '자이'의 이름으로..주택 부문 실적 '고공행진'
GS건설 주택·건축 부문은 전체 매출에서 75%를 차지한다. 임병용 부회장은 철저한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실적 위기를 돌파했다. 그만큼 주택·건축 부문이 선전했고 이익률도 높았다. 올해 이 분야에서 6264억원의 이익이 발생했다. 영업이익률도 올 3분기 주택·건축 부문은 9.9%로 평균보다 높았다.
최근 3년간 GS건설은 주택·건축부문 인력은 346명이 증가해 1605명에 달한다. 전체 사업인력의 50%가 집중돼 있다.
특히 도시정비사업 부문의 성장이 눈에 띈다. GS건설은 올해 이 분야 '7조 클럽' 재가입을 예약해 놓고 있다. 2015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GS건설은 지난 1월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이촌 한강맨션 재건축을 시작으로 올해 모두 15건의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해 총 6조3492억원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오는 17일 서울 송파구 가락 금호 아파트 리모델링, 충주 교현 주공 아파트 재건축, 오는 18일 서울 송파구 가락 상아1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가 열린다. 모두 GS건설이 단독 입찰했다.
올해 서울에서만 8개 사업지에서 시공사로 선정돼 수익성도 안정적이다. 전체 수주액의 47%를 차지했다. 서울에선 단연 GS건설이 수주액 1위다.
'자이'의 압도적 브랜드 파워가 힘이 됐다. 부동산114가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2022년 베스트 아파트 브랜드' 설문조사에서 '자이'가 1위를 차지했다. 최근 6년간 다섯 번 1위 자리에 올랐다.
리모델링 역량을 끌어 올린 것도 주효했다. GS건설은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리모델링팀을 구성했다. 도시정비사업에서 이 분야의 시장이 커질 것을 대비한 것이다.
GS건설은 2018년 서울 강남 청담건영아파트 리모델링사업으로 이 분야에 진출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21년부터 서울 송파구 문정건영아파트, 마포구 밤섬현대아파트, 구로구 신도림 우성1차, 신도림 우성2차에 이어 강남구 대치현대아파트 등 서울에서 리모델링사업 수주에 활기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GS건설은 2021년 리모델링사업 수주실적이 7767억 원에 이른다. 올해도 3건의 사업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의 성과가 '크린수주'을 선언하고 이룩한 것이라서 더 의미가 크다.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은 견설사의 홍보전이 과열되기 마련이다. 시공사를 조합원의 투표로 선정하는 절차 때문이다. 표심을 얻기 위해 많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된다. 때론 고소고발전이 난무해 수사기관에 입건되는 경우도 많다.
임병용 회장이 이런 혼탁경쟁을 바로잡겠다며 2017년 '도시정비사업 영업의 질서 회복을 위한 GS건설의 선언’을 발표했다. 임 회장은 “수주전에서 실패하는 일이 있더라도 식사나 선물 제공, 과도한 방문이나 전화, 사회적 상식에 어긋나는 홍보행위 등을 모두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자기 발목을 잡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으나 GS건설은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 플랜트 사업 수주 확대..여전한 숙제
주택.건축 부문과 달리 플랜트 부문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 추세다. 플랜트 부문은 2020년 영업이익률 -8.9%에서 지난해 -23.5%, 올 3분기 -27.5%로 하향추세다. 누적 영업손실액이 1093억원에 이른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올 3분기 플랜트의 매출비중은 4.8%다. 대규모 사업이 종료된 후 신규수주가 이어지지 못해 매출이 급격하게 줄었다.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올해 플랜트 부문 누적 신규수주는 4030억원, 수주잔고는 4960억원이다. 올해 플랜트 부문 3분기 누적매출 3978억원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다. 1년치 일감도 비축하지 못한 상태다.
■ 임병용 부회장 경력 및 약력
1982년 제14회 공인회계사시험 합격
1983년 삼일회계법인 국제조세부문 공인회계사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 합격
1990년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1991년 LG그룹 구조조정본부 LG회장실 상임변호사
1997년 LG텔레콤 마케팅 실장, 상무
2002년 쏠리텍 대표이사
2004년 GS홀딩스 상임법률고문
2011년 GS경영지원팀장 겸 GS스포츠 대표이사 사장
2012년 GS건설 경영지원 총괄사장(CFO)
2013년 GS건설 대표이사 사장
2019년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 경영 비전
고객과 함께 내일을 꿈꾸며 새로운 삶의 가치를 창조한다.
■ 한줄 어록
“거대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파괴적인 혁신을 통해 변화로 나아가기 위한 중대한 기로에 있다”
-2022년 신년사에서 GS건설의 미래를 위해 관심과 헌신을 당부하며.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만큼 언제나처럼 늘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시대의 경쟁력이 될 수 없다"
-2021년 신년사에서 지속가능한 GS건설의 토대를 마련하자고 역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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