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도 저물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쓸면서 국내 및 글로벌 기업 환경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됐고 각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혁신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불안한 남북관계, 고환율, 고금리 등이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수장인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환경변화에 따른 한 발 앞선 판단과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CEO는 악화된 경제 환경에서 도전자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생존을 위한 고민과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한다. 한국정경신문은 글로벌 위기에도 혁신의 리더십으로 뜨거운 한 해를 보낸 CEO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그들의 성과와 비전에 주목하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길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자료=KB금융그룹]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바꾸는 금융’의 종착지는 대한민국의 금융이 곧 KB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는 ‘넘버원(No.1) 금융플랫폼’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지난 9월 29일 열린 ‘KB금융지주 창립 14주년 기념식’에서 윤종규 회장이 한 말이다. 윤 회장은 3기 경영을 시작한 2021년 이후 틈날 때 마다 ‘넘버원 금융플랫폼 도약’을 강조해 왔다.

윤 회장이 정의하는 넘버원 금융플랫폼이란 고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사랑하는 플랫폼이다. 브랜드가 상품의 대명사가 된 ‘포스트잇’이나 ‘버버리코트’처럼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 고객에게 선택받는 금융의 대명사가 되자는 말이다.

윤 회장은 2022년 임인년을 “금융플랫폼 기업 KB의 가치를 증명하자”라는 신년사로 열었다. 그가 올 한 해를 ‘넘버원 금융플랫폼’ 구축을 위해 달려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 '넘버원 금융플랫폼' 구축 의지

윤 회장이 넘버원 금융플랫폼 구축을 위해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대표 앱인 ‘KB스타뱅킹’의 역할 확대다. 계열사 맏형인 KB국민은행의 뱅킹앱인 KB스타뱅킹을 중심으로 계열사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모으고 빅테크 수준의 서비스 확장을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KB표 ‘슈퍼 앱’의 시작을 알리는 ‘뉴 KB스타뱅킹’이 출시됐다. 기존에 마이머니, KB스마트원, KB브릿지 등 10여개 앱에 흩어져 있던 뱅킹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묶었다. 또 확장형 종합금융플랫폼으로서 허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증권·카드·보험 등 6개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를 ‘인앱 브라우저’ 방식으로 연결했다. 인앱 브라우저란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고도 앱 내에서 새 창을 띄워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확장형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올해 7월 진행된 추가 개편에서는 참여 계열사 수가 6개에서 7개로 늘었고 연결성도 확대됐다. 앱 이탈 없이 계열사 플랫폼 회원가입부터 앱 다운로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졌다. 41개의 서비스를 추가해 총 72개 계열사 업무를 KB스타뱅킹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윤 회장이 주도한 KB스타뱅킹 개편은 이용자수 확대로 이어졌다. 개편 이전 900만명에 못미쳤던 월간 활성화 이용자수(MAU)는 개편 후 시중은행 뱅킹앱 최초로 1000만명을 돌했고 최근 1200만명 수준으로 올라섰다.

■ 슈퍼 앱의 출발점..‘하나의 회사 하나의 KB’

지난 1월 7일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2022년 상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경영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다. [자료=KB금융그룹]

KB금융이 추진 중인 슈퍼 앱을 통한 넘버원 금융플랫폼 구축은 윤종규 회장이 취임과 함께 강조해온 경영철학인 ‘원펌(One-Firm, 하나의 회사)’과 맞닿아 있다. 넓게 보면 슈퍼 앱은 원펌의 디지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원펌이란 계열사간 협업을 통해 마치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이는 운영 체계를 말한다. 윤 회장은 “지주회사의 존재는 계열사 간 협업과 시너지를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강조해 왔다.

윤 회장의 원펌 전략에 따라 KB금융 계열사들은 샛강역 인근 신사옥 인근으로 옮겨와 거대한 ‘KB금융타운’을 형성했다. 계열사간 물리적 거리를 좁혀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에서다.

지주 내 총괄직을 신설하고 임원 겸직 체제로 바꾼 것도 원펌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윤 회장의 복안이다. 계열사간 협업의 가시적인 성과물인 KB스타뱅킹의 전면개편도 원펌 전략에 따른 지휘체계 구축이 선결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금융플랫폼 구축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은 지주의 디지털플랫폼 총괄(CDPO)는 조영서 국민은행 DT전략본부 전무가 겸직하고 있다. 허유심 디지털콘텐츠센터장 역시 은행의 디지털콘텐츠 상무를 함께 맡았다. IT부문에서는 윤진수 IT총괄(CITO)이 국민은행 테크그룹 부행장을 맡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지주와 은행을 겸직하는 금융AI센터장에 오순영 전 한글과컴퓨터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했다. 오 CTO 영입 이후 은행·증권·카드 등 4개 계열사에 인공지능(AI) 기반 ‘콜봇 서비스’를 도입한 KB금융은 향후 그룹 차원의 공통 상담이 가능한 ‘원펌 콜봇 서비스’에도 나설 예정이다.

■ 리딩금융 승부수..KB라이프생명 출범

윤종규 회장이 추진해 온 원펌전략의 다른 한 축도 내년 초 완성된다. 바로 KB생명보험과 푸르덴셜생명이 통합된 KB라이프생명의 출범이다.

윤 회장은 2020년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했다. 통합 생보사 출범을 염두에 둔 M&A이었지만 단기간에 합병을 추진하기보단 두 회사의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하며 준비 과정을 거쳐왔다.

올해 초 부터는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마음 비전 워크숍’, ‘응원 커피차 이벤트’, ‘원라이프데이’ 등 친목도모를 통한 화학적 통합을 진행 중이다.

통합 법인명 확정 이후 내년 1월초 공식 출범을 목표로 기업이미지통합(CI, Corporate Identity)과 브랜드이미지통합(BI, Brand Identity) 작업에 착수하는 등 본격적인 통합 브랜딩 작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20년 9월 23일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푸르덴셜생명 직원들과 e-타운홀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KB금융그룹]

윤 회장도 KB라이프생명 출범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두 회사 통합 이후 자산 35조원 규모, 업계 8위 수준의 생보사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2020년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비은행 라인업을 또 한번 강화한 KB금융은 바로 그해 신한금융으로부터 리딩금융을 탈환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KB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신한금융에 실적이 뒤쳐졌다. 신한금융은 올해 3분기까지 4조31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반면 KB금융은 4조279억원의 순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유가증권 및 파생상품·외환 관련 실적 축소와 비이자이익의 감소 등 실적부진의 여러 이유가 있지만 통합이 지체되면서 나타난 생보업에서의 실적 감소도 한몫했다.

올해 3분기까지 푸르덴셜생명은 전년 동기 대비 18.7% 감소한 2077억원의 당기순익을, KB생명은 같은 기간 186.7% 불어난 5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윤 회장은 푸르덴셜생명의 자회사 편입을 기념하는 출범식에서 “국내 최대 영업망을 보유한 KB금융과 생명보험 업계 최고 영업력을 보유한 푸르덴셜생명이 합쳐 다양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 이름으로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내년 한층 치열해질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리딩금융 경쟁에서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결합이 얼마만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그 결과에 따라서 윤종규 회장이 추진해 온 넘버원 금융플랫폼 구축과 원펌 전략에 대한 최종 평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윤종규 KB금융 회장 경력 및 약력

1973~1980년 한국외환은행

1980~1986년 공인회계사 자격 취득 후 삼일회계법인 입사

1986~1998년 삼일회계법인 상무이사

1998~1999년 삼일회계법인 전무이사

1999~2002년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2002~2003년 KB국민은행 재무전략기획본부장 겸 부행장

2005~2010년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

2010~2013년 KB금융지주 최고재무관리자(CFO) 부사장

2013~2014년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

2014~2017년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2017~2020년 KB금융지주 회장 연임

2020년~현재 KB금융지주 회장 재연임

■ 경영비전

최고의 인재와 담대한 혁신으로 가장 신뢰받는 평생금융파트너

■ 한줄 어록

“평생 금융파트너로서 고객에게 가장 사랑받는 넘버원 금융그룹, 넘버원 금융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겠다.”

-2020년 11월 재연임을 확정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에서의 인사말. 3기 경영의 핵심 키워드가 되는 ‘넘버원 금융플랫폼’을 처음 제시.

“필요하다면 기득권까지도 포기하는 결연한 의지의 ‘파부침주’의 자세로 올해 ‘RENEW’를 실현해 나가자."

-2021년 신년사에서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결의’를 뜻하는 파부침주를 인용하며 그룹의 새로운 중장기 경영전략 ‘리뉴(R.E.N.E.W.)’를 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