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에서 생물다양성 보존으로..KB금융, ESG경영 ‘넥스트 레벨’ 시동

꿀벌 살리기 ‘K-Bee 프로젝트’ 추진 주목
강원도 홍천 밀원숲·본점 옥상 양봉장 조성
윤종규 회장, 전략 수립 넘어 실행력 강조
‘ESG경영 선도기업’ 차별화된 리더십 선봬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5.25 11:33 의견 0
지난 18일 KB금융그룹 직원 가족들이 KB국민은행 본관 옥상에 설치된 ‘K-Bee’ 도시 양봉장에서 벌 키우기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자료=KB금융그룹]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KB금융그룹이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양봉장을 조성하는 등 꿀벌을 살리기 위해 추진 중인 ‘K-Bee 프로젝트’가 업계 주목을 끌고 있다. 그간 탄소중립 등 기후위기 대응에 집중됐던 금융회사 ESG경영이 ‘넥스트 레벨’인 생물다양성 보존과 생태계 보호로까지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기후변화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꿀벌의 생태계 회복을 위한 K-Bee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강원도 홍천 지역에 꿀벌을 위한 밀원숲을 조성하고 KB국민은행 본관 옥상에 도시양봉장을 조성해 운영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지난 20일 ‘세계 벌의 날’과 22일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에 맞춰 추진됐지만 일회성 이벤트는 아니다. KB금융의 연중 캠페인 ‘세상을 바꾸는 국민’의 일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KB금융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은 노력을 모으는 ‘세상을 바꾸는 국민’ 캠페인을 통해 환경·생태계 분야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K-Bee 프로젝트도 KB금융이 꿀벌을 살리기 위해 관심과 동참이 필요한 주요 이슈를 발굴하고 이를 국민과 함께 나누며 사회적 움직임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추진됐다.

우선 나무심기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과 함께 강원도 홍천 지역에 꿀벌을 위한 밀원숲 조성에 나선다. 향후 4년간 헛개나무, 백합나무 등 10만 그루의 밀원수를 심는다. 밀원수는 꿀벌이 자라는 데 필요한 꽃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나무를 말한다.

KB금융은 밀원숲 조성의 일환으로 전날부터 메타버스 공간에 나무를 심으면 강원도 홍천 밀원숲에 나무를 심어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MZ세대의 참여 확대를 위해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의 게임적 요소를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달에는 도시양봉 사회적 기업 ‘어반비즈’와 함께 KB국민은행 본관 옥상에 꿀벌 약 12만 마리가 서식할 수 있는 'K-Bee 도시 양봉장'을 조성하기도 했다.

도시양봉장을 꿀벌과 생태계 다양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체험의 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수확한 꿀은 지역 내 저소득층 가정 등에 지원해 지역상생에도 기여할 예정이다.

KB금융이 꿀벌 살리기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최근 KB금융 경영연구소에서 발간된 ‘벌집군집붕괴현상, 꿀벌의 경고에 응답하라’ 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보고서를 통해 꿀벌 실종 현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점을 알리고 꿀벌 보호가 필요한 이유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KB금융 경영연구소 관계자는 “KB금융그룹은 ESG 경영 선도기업으로서 꿀벌 보호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KB의 작은 관심과 노력이 정부, 기업,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져 꿀벌들이 다시 날아오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간 KB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의 ESG경영 활동은 주로 기후변화 대응에 머물렀다. 탈석탄 선언과 탄소중립 이행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금융권 공동으로 내놓은 ‘녹색금융 핸드북’ 초안도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의 권고안을 토대로 기후변화 대응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KB금융의 K-Bee 프로젝트는 기후변화 대응을 넘어 다음 단계인 생물다양성 보존과 생태계 보호로까지 영역을 넓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KB금융이 지난달 자연생태계 보호와 회복에 앞장서기 위해 글로벌 협의체인 ‘자연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에 가입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TNFD는 기업들의 활동이 생물다양성 감소와 생태계 파괴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식하고 변화를 통해 자연과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자 출범한 글로벌 협의체다. TCFD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 TNFD는 자연·생물다양성 보전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올해 1월 우리금융이 국내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TNFD에 가입했고 신한금융도 지난 3월 가입했지만 실제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이행에 나선 것은 KB금융이 처음이다.

TNFD 가입 당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ESG 전략 수립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실행력을 높이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사회와 환경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차별화된 ESG 리더십을 확보해 가자”라고 강조한 바 있다.

KB금융 관계자도 “그동안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선도적으로 시장을 이끌어왔다”며 “앞으로 자연 보전과 생물다양성 부문에서도 ESG경영 선도기업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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