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줌인] 성숙한 국민을 따라가지 못하는 선거관리위원회

송의준 승인 2022.03.07 12:48 | 최종 수정 2022.03.07 15:34 의견 1

[한국정경신문=금융·증권 데스크 송의준 국장] 비닐 봉투, 종이 상자, 소쿠리.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5일 코로나19 확진자 투표에 사용된 웃지 못 할 투표함들이다.

이번 대선 사전투표율은 36.93%로 역대 가장 높았다. 기존 최고치였던 2020년 21대 총선(26.69%)과 비교해도 10.24%포인트나 높아졌을 만큼 국민들은 자신의 참정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 그것도 가장 중요한 대통령선거를 가장 공정하게 치르도록 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가 오히려 불신을 조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현실이 참담하다.

선관위 입장에선 코로나19 발생과 오미크론변이 팬데믹(대확산)에 따른 방역정책 변화로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갑자기 터진 상황도 아니고 벌써 2년이 지났다. 특히 대통령선거는 현 정부 출범 날부터 이미 2022년 5월 치르도록 돼 있었다. 오미크론 팬데믹이라는 변수가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선관위가 확진자 투표를 이렇게 준비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투표함 문제뿐만 아니다. 현장 진행요원의 요청으로 신분증을 제시하고 긴 행렬 속에서 순서를 기다리다 몸이 아파서 등의 이유로 더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간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투표용지가 발부돼 본투표도 못 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행상의 잘못도 나왔다. 또 기표된 투표용지를 받았다는 얘기도 나오는 등 곳곳에서 운영상 허점이 드러났다.

우리나라 정치는 오래된 지역갈등이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심하고 최근엔 세대와 남녀 등으로 갈등구조가 분화하고 있다. 그래서 선관위가 이렇게 선거 과정에서 논란을 만들어 선거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갈등도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보수진영 한 쪽에선 2020년 4.15총선을 부정선거라며 대선 전부터 사전투표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선관위의 준비부족은 대선 후에도 큰 논란을 일으킬 게 뻔하다. 특히 여야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초박빙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런 가능성은 더 커진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불안한 상황에서도 국민들은 참정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국민들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 선관위의 헛발질은 오는 9일 본투표에선 반복되면 안된다. 선진국 대열에 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국민들을 후진 선거 행정으로 더 이상 부끄럽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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