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금융데이터 백업센터 수도권 ‘밀집’..천재지변·EMP에 사실상 ‘무방비’

윤성균 기자 승인 2021.10.06 09:46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회사의 중요한 금융데이터를 원격으로 보관·관리하는 백업·소산센터가 대부분 수도권에 밀집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천재지변이나 전자기파(EMP) 등 군사적 도발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국내 금융사 114곳의 데이터 주센터와 백업센터‧소산센터의 현황 자료에 따르면 84개의 회사가 주센터의 위치와 백업센터, 소산센터의 위치가 같거나 인접한 광역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19개, 증권 47개, 보험 40개, 여신 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세부내용을 보면 주센터의 위치와 백업‧소산센터의 위치가 광역별로 다른 곳은 보험사가 13곳으로 가장 많았다. 증권사는 7곳, 여신사는 2곳만이 백업‧소산센터가 다른 광역권에 위치했고 은행의 경우는 단 한 곳도 광역별 원격지에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업센터와 소산센터는 지진, 전쟁, 전자기파(EMP)공격과 같이 천재나 인재 등의 위험요소로부터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설치하는 데이터센터다. 주센터와는 원격인 소산지에 설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격 소산 관리는 전자금융감독규정 13조에도 명시돼 있다. 금융회사, 전자금융업자는 중요도에 따라 전산자료를 정기적으로 백업해 원격 안전지역에 소산하고 백업내역을 기록·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주센터와 백업‧소산센터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 내에 모두 위치한 곳은 79곳에 이르렀다. 이어 부산에는 2곳, 광주‧전북‧대구에는 각각 1곳이 주센터와 소산센터의 위치가 같은 광역권에 있었다. 전체 조사대상 114곳 중 8곳의 경우는 소산센터가 아예 미구축 상태였다.

소산센터가 구축된 곳도 대부분 EMP와 같은 공격을 방어할 차폐 체계는 구축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EMP(Electro Magnetic Pulse)는 핵폭탄을 이용한 ‘핵EMP’(넓은지역에 영향)와 핵폭발 없는 ‘비핵EMP’(특정지역에만 영향)가 있는데 고출력 전자기파를 이용해 폭발 반경 내의 모든 전자·통신기기를 무력화시키는 공격이기 때문에 적절한 방어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이미 미국, 핀란드, 스웨덴 등 해외 주요 선진국의 경우 냉전 시대의 군사용 벙커나 폐광산을 활용해 벙커형 지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데이터센터 TF를 구성한 후 재원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했으나 결국 흐지부지됐다. 이후 2017년 소산센터로 사업 범위가 축소됐다.

소산센터의 EMP 차폐 체계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마련도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 측은 “EMP 공격은 금융분야만의 대응에 한계가 있고 정부, 공공, 민간 등 전 분야에 피해를 초래하므로 국가차원의 대책 및 가이드라인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2018년 업무보고 주요 과제로 ‘공동 데이터 소산센터 구축’ 건을 올린 바 있지만 이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송재호 의원은 “천재지변이나 인재 등의 유사 상황으로부터 금융정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격 백업 및 소산센터는 매우 중요하다”며 “거의 80%에 달하는 대다수 백업‧소산센터가 주센터와 인접 광역권이란 점은 원격소산의 의미가 전혀 실현되지 않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산센터의 원격 위치 및 관리의 규정뿐 아니라 EMP 차폐 등 기술적인 구비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도 부재한 것은 문제”라며 “정부가 이제는 유사시에도 금융정보를 지킬 수 있는 규정 마련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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