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점포폐쇄 전략 달라졌다..지방 대신 수도권 점포 겨냥
우리은행, 7월 점포 20곳 폐쇄..“점주권 중복에 따른 통폐합”
올해 폐쇄 점포 37곳 중 34곳이 수도권..서울서 28곳 없어져
2019~2023년 점포 감소율 지방>수도권..올해는 단 3곳 문 닫아
사전영향평가 등 절차 까다로운 지방보다는 수도권 점포가 타깃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5.16 11:15 | 최종 수정 2024.05.20 10:19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점포 폐쇄가 어려워진 시중은행들이 수도권 점포로 타깃을 옮기고 있다. 지방 점포에 비해 점포폐쇄 절차를 추진하기 수월하고 금융소외층의 접근성 저해 논란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7월 8일 을지로·당산동·동역삼동·상암동·원남동 지점 등 21곳을 폐쇄하고 인근 지점에 통합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에도 강남역·남부터미널·논현중앙·망원역·양재역 등 11곳 지점을 통폐합한 바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익성이 나지 않는 중복되는 지역에 있는 점포를 통폐합하고 있다”면서 “반면 시니어 점포, 비즈 프라임 센터 등 특화된 점포는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우리은행의 점포폐쇄 움직임은 다소 이례적이다. 은행들이 모바일 비대면 금융 확산으로 최근 수년간 점포폐쇄를 흐름을 이어온 것은 맞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금융당국에서 ‘은행 점포 내실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시중은행의 점포폐쇄 움직임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다.
2020년 222곳, 2021년 224곳, 2022년 196곳의 점포를 폐쇄했던 4대 은행은 지난해 57곳을 없애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지난해 2분기 이후 폐쇄된 곳은 7곳에 그쳐 사실상 잠정 중단된 상태였다.
하지만 올해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수도권 중심의 점포 폐쇄 움직임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올해 폐쇄됐거나 폐쇄 예정인 은행 점포 37곳 중 34곳이 수도권 점포고 28곳은 인구가 밀집된 서울에 위치하고 있었다. 지방 점포 3곳도 부산과 제주의 지점으로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 있었다.
4대 시중은행의 수도권과 지방의 점포 수가 기본적으로 2배 넘게 차이가 나 점포 감소수만 놓고 보면 기존에도 서울과 경기도 점포 감소수가 지방보다 많았다. 하지만 감소율은 지방이 더 컸다.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2381곳이던 4대 은행의 수도권 점포 수는 지난해 1950곳으로 줄었다. 감소수는 431곳, 감소율은 18.1%였다. 지방 점포수의 경우 2019년 1109곳에서 지난해 876곳으로 233곳 줄었고 감소율은 21%로 나타났다. 비율로 따지면 수도권 보다는 지방 점포의 폐쇄 속도가 더 가팔랐던 셈이다.
올해 들어 은행들이 지방 점포보다는 수도권 점포를 폐쇄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은 지난해 도입된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과 무관하지 않다.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은 점포 폐쇄 전 사전영향평가를 내실화하고 폐쇄 결정 시 대체 수단 마련을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사전영향평가 시 외부전문가 참여 비중이 확대됐고 수익성과 연관된 항목은 제외됐다. 대신 고객수, 고령층 비율, 대체 점포 수 등 항목의 비중은 확대됐다. 지방 점포 보다는 수도권 점포의 경우가 이러한 절차를 따르기 상대적으로 수월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도권 점포의 경우 인근 영업점이 있어 대체점포 마련이 쉽다”며 “지방 점포의 경우 촘촘하지 않고 지역에 거점 형태로 운영되다 보니까 폐쇄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점포 폐쇄는 금융소외계층의 접근성 저해가 가장 큰 문제”라면서 “수도권 점포의 경우 인근 영업점과 통합되기 때문에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