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2009년 한국 초연, 2011년 재연 당시 강렬한 메시지와 파격적인 연출로 큰 화제를 모았던 뮤지컬이 돌아왔다. 독일의 표현주의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사춘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격렬한 록 음악과 열정적인 춤으로 표현해낸 작품. 초연부터 김무열, 주원, 조정석, 강하늘 등 걸출한 스타들이 파릇파릇한 매력을 선보였던 무대이기도 하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외면하는 어른들만의 세상을 그린다. 신체적인 변화와 함께 아이의 탄생을 궁금해하던 벤들라는 성에 관해 질문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사회 분위기로 인해 무지 속에 멜키어와 사랑을 나누고 임신을 하게 된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새로운 벤들라로 찾아온 김서연, 이정화를 만났다.
Q. ‘스프링 어웨이크닝’ 공연 기간이 어느새 반을 넘어섰네요.
김서연(이하 김): 신인 발굴로 유명한 작품이잖아요. 배우로서 첫 발걸음을 이 작품으로 떼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어요. 합격 소식을 받고서도 혼이 나간 상태로 며칠을 보냈죠. 벤들라로서 공연의 절반 이상을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기하고 새로워요. 감사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요.
이정화(이하 이): 생각보다 아직 낯설어요. 그래서 좋은 거 같기도 하고요. 적응을 못했다기 보다는 기분 좋은 설렘과 긴장감이 많은 도움을 주는 거 같아요. 내가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정말 해냈다 라는 건 10년 뒤 쯤에야 과거 영상 보고 실감이 날 거 같아요.(웃음)
Q. ‘스프링 어웨이크닝’과의 첫 만남은요.
김: 학생 공연으로 무대를 봤던 기억이 있어요. 학생들의 패기 때문인지 ‘토틀리 퍽(Totally Fucked)’이라는 넘버가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학생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홀린 듯 봤던 거 같아요.
이: 원작 ‘눈 뜨는 봄’을 먼저 알고는 있었어요. 그 후에 뮤지컬을 알게 됐죠. 선배님들 영상을 봤는데 처음에는 자극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리고 텍스트보다 더 입체적이고 큰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죠. 그래서 저도 똑같은 텍스트라도 조금 더 무게 있고 농도 짙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Q. 실제로 연습하고 무대에 올린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달랐나요.
이: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올리는 과정 하나하나 다 달랐고 다 설렜던 거 같아요. 극 속 아이들이 첫 경험에 대한 겁이 많잖아요. 저도 이 작품이 ‘처음’이다 보니 연습실에서부터 겁이 많았던 거 같아요. 설렘으로 가득 차서 갔는데 생각보다 무서웠어요.(웃음)
김: 연습하다 보니 제가 이전에 느꼈던 에너지가. 또 벅찬 울림이 어디서 파생되는지 알아 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걸 발견해가는 과정들이 흥미로웠죠. 다만 한편으로는 어두운 소재들로 인해 가슴이 답답하고 세상이 미울 때도 있었어요. 소리를 쳐 보기도 하고 눈물을 글썽인 적도 많았죠.
이: 아이들 대사 하나하나 단순하고 순진하게 끝나는 작품이 아니에요. 모든 말들이 쉽게 뱉어진 게 아니라는 걸 알아가는데 고민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생각보다 섬세함이 필요했죠. 순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성장을 겪어야 하는 그 시간을 마주하고 발버둥 치고 있는 아이들이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지길 바랐어요. 함께 하는 모든 사람과 같이 만들었고 서로 힘을 주면서 걸어온 거 같아요. 제가 처음이라 다른 작품 현장은 잘 모르지만 “잘하고 있어. 겁먹지 마”라는 응원들이 큰 힘이 됐고 지금도 많은 힘을 줘요.
Q. 성장통을 겪고 있는 어린 영혼들의 이야기. ‘벤들라’는 어떻게 표현하고 있나요.
김: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면이 있어요. 벤들라가 엄마에게 “왜 나에게 전부 말해주지 않으셨어요”라고 소리치는 순간이요. 이 장면에서의 외침은 벤들라뿐만 아니라 극 속 아이들 모두가 느끼는 공통의 감정이라 생각해요. 그 장면을 확실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이유죠.
공연 초반에는 벤들라의 슬픔과 분노에만 집중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좀 더 모험적인 벤들라를 주목하고 있어요. 쌓여왔던 모든 서사와 감정들이 터져버리는 순간 속 벤들라는 훨씬 더 모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자신을 내던질 줄 알고 용기를 낼 줄 아는 친구요. 용기를 가졌기 때문에 엄마한테 소리치고 분노하고 슬퍼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물론 더 깊게 아직 제가 알지 못하는 벤들라를 느끼고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벤들라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토픽은 ‘난 아무것도 몰라요’가 아니에요. 그보다는 ‘알고 싶어요’라고 생각해요. 늘 그 지점에서 시작했죠. 순진한 아이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알지 못하는 걸 알고 싶어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아이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큰 선물상자가 있다면 저는 ‘이게 뭐지’ 하면서도 지나칠 아이거든요. 하지만 벤들라는 열어보는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차이에 집중하고 좁혀가는 데 노력했죠. 더 과감하고 모험적이고 진취적인. 그리고 나아가서는 아이가 왜 모험적인지. 왜 알고 싶어 하는지. 어떻게 그런 아이가 되었는지도 느끼고 싶어요. 막공 때까지 벤들라가 저 자신에게 얼마나 깊게 다가올지 저도 많은 기대가 있어요.
Q. 관객들에게 ‘벤들라’로서 이야기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요.
김: 알고 싶은 게 많지만 알 수 없는 세상에서. 마음속 바라는 일들을 직접 경험해보기 위해 과감히 걸어갈 용기를 가진 아이죠. 저는 벤들라의 용감함이 잘 전달됐으면 해요. 벤들라는 끝내 무너진다고 볼 수 있지만 무너져 가는 친구 멜키어를 향해 “네 곁에서 함께 걸어갈게”라는 용기를 주는 친구거든요.
세상이 많이 달라졌어요. 하지만 여전히 극 속 아이들처럼 고통받는 아이들은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억압으로 인해 아파하고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위로를 조금이라도 전해드릴 수 있다면 행복할 거 같아요. 저 역시 많은 위로를 받고 있거든요. 넘어지는 게 덜 두렵고 조금 더 빨리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가는 시간이이에요.
이: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으면 해요. 벤들라, 모리츠, 테아, 멜키어, 마르타 등 각각의 이야기들이 자리에서 “귀를 기울여달라”는 외침을 내고 있어요. 이런 친구들이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걸 알고 한 번쯤 주변을 봐줄 수 있길 바라요.
최근에 ‘아이들의 세계’라는 책을 읽었는데 많은 아이들이 나와요. 특히 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데. 풋살화를 사고 신발 끈을 매려는 아이인데요. 선생님이 “한쪽만 내가 도와줄까”라고 말해도 “저 혼자 할 수 있어요. 시간이 걸릴 뿐이에요”라고 답해요. 그 이야기가 정말 와닿았어요. 어른들이 아이를 기다려주고 있었기 때문이죠.
기다린다 라는 것과 가만히 있다 라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신발을 신고 뛰어놀 수 있도록 기다려줄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또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어요.
[인터뷰②] ‘스프링 어웨이크닝’ 김서연·이정화 "설레는 데뷔..후회 없는 무대로"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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