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토스뱅크 방선은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브랜드마케터, 최민수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브랜드디자이너, 문유진 커뮤니케이션팀 CSR 매니저, 나현주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브랜드디자이너 (자료=토스뱅크)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의 사회 공헌 활동을 뜯어보면 그 은행의 주된 관심사가 보인다. 설 명절 전통시장 상인과 상생, 고령층·장애인 등 취약 계층 지원과 저출생 극복 기부금 전달,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캠페인 등…. 최근 보도된 내용만 봐도 다양한 사회 문제에 은행들의 관심이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 많은 것들이 금융과 알게 모르게 연결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의 사회공헌 활동의 아이덴티티는 ‘노동 문제’다. 그것도 일하는 청소년, 간병인, 웹툰 보조작가 등 어떻게 보면 노동 문제에서도 주변부로 밀려나 있는 존재에 특별히 주목했다.
첫 번째 캠페인 ‘일하는 청소년 with Toss Bank’에서는 현실 속 청소년들이 근로 현장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갈등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 원인이 근로계약의 문화에 있다는 데 착안, 이를 바꾸겠다는 취지를 담아 ‘쉬운 근로계약서’ 서비스를 내놨다.
두 번째 캠페인 ‘웹툰 보조작가 with Toss Bank’에서 토스뱅크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자체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웹툰 보조작가들의 현실을 생생히 담아냈다. 소극장 ‘무비랜드’와 협업해 다큐 상영회와 특별 전시도 열었다. “이렇게까지 한다고?” 싶을 만큼 열심이다.
웹툰노동 캠페인은 토스뱅크의 사내 조직인 CSR(사회공헌) 길드에서 기획, 진행됐다. CSR 부서인 커뮤니케이션실은 물론 다양한 직군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기획, 실행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에 한국정경신문이 토스뱅크 CSR 길드 소속 최민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팀 브랜드 디자이너, 문유진 커뮤니케이션팀 CSR 매니저를 만나 토스뱅크가 웹툰 보조작가의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과 기획 취지 등 못 다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웹툰 보조작가 with Toss Bank’에 대해 소개해 달라
(유진)
토스뱅크는 2023년 12월 ‘with Toss Bank’라는 사회공헌 브랜드를 선언하고 첫 사회공헌활동으로 ‘일하는 청소년 with Toss Bank’ 캠페인을 선보였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서울시와 업무 협약을 통해 고용주와 근로자를 넘어 프리랜서까지 확대, 그 첫 시작이 간병인과 웹툰 보조작가이다. 서울시가 개발한 간병인, 웹툰 보조작가 표준계약서를 토스뱅크 쉬운근로계약서 서비스에 탑재해 접근성을 높였다. 그리고 이번 캠페인은 웹툰 보조작가에 주목해 ‘웹툰 보조작가 with Toss Bank’를 진행하게 됐다.
-웹툰 보조작가의 노동 환경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나?
(유진)
한국은 웹툰 종주국이지만 ‘웹툰 보조작가’는 아직 낯선 직업 중 하나다. 그동안 웹툰 산업에 대한 그림자를 이야기 할 때 보통 데뷔한 메인작가에 대한 이야기, 불법웹툰 유통, 저작관 관련된 문제 중심이었기 때문에 웹툰 산업이 성장하는데 기여했던 ‘웹툰 보조작가’는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
웹툰 산업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한 편의 웹툰을 만들기 위해서는 콘티, 데생, 선화, 채색 등 다양한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작가 혼자서 할 수 없어서 웹툰 보조작가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웹툰 보조작가를 위한 표준계약서가 그동안 없었다보니 구두 계약을 맺거나 불합리한 업무 조건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웹툰 보조작가를 고용하는 작가 입장에서도 사전에 합의한 결과물을 납품받지 못해 연재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 등 계약서를 쓰지 않아서 고용주와 웹툰 보조작가 모두가 어려움 겪기도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웹툰 보조작가들의 중요성과 열악한 환경을 조망함으로써 일 하는 환경에서 프리랜서가 겪는 어려움과 계약문화의 사각지대를 더 잘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보조작가가 겪는 어려움과 시스템의 문제를 진정성있게 담기 위해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을 선택했다.
다큐멘터리 ‘웹툰노동: 현세계에서 보조작가로 살아가기’ 화면 캡쳐 (자료=토스뱅크 유튜브)
-캠페인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초기 기획에서 이 정도로 프로젝트가 커질 것이라 예상했는지?
(민수)
처음엔 서울시에서 개발한 표준계약서가 토스뱅크의 쉬운근로계약서에 탑재됐다는 걸 잘 알리는 수준으로 접근했었다.
그런데 왜 표준계약서가 개발됐고 웹툰 보조작가분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조사하다보니 간단하게 다룰 수 있는 소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웹툰의 노동 문제가 플랫폼, 제작사, 웹툰작가, 웹툰 보조작가로 이어지는 제작 시스템 전반에서 비롯되며 그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를 단편적으로 다룰 경우 메세지가 왜곡될 우려가 있고 대중이 심각성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 또한 웹툰 보조작가들이 겪은 감정적인 상처가 깊어 가벼운 접근은 오히려 그들의 아픔을 자극할 수 있었다.
이런 배경으로 정공법을 택해 다큐멘터리 형식을 채택했고 메세지의 의미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무비랜드 팝업’, ‘캠페인 페이지’, ‘한정판 굿즈’ 등을 추가로 기획하게 됐다.
-웹툰노동 다큐멘터리 퀄리티에 깜짝 놀랐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나?
(민수)
민감한 소재인 만큼 객관성 확보에 중점을 뒀다. 2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에 10명의 출연진을 구성하는 것이 다소 과해 보일 수 있지만 소수의 주관적인 의견으로 비춰지는 것을 방지하고 다양한 시각을 담기 위해 가능한 많은 출연진을 섭외했다.
웹툰 보조작가, 현역 웹툰작가, 웹툰작가노조위원장, 웹툰플랫폼사 대표, 변호사 등 해당 문제를 직,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있는 인물들이 참여했다. 많은 섭외 후보들이 출연을 고사했으나 용기내어 출연을 결심해 주신 출연진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크다.
-캠페인 준비하면서 웹툰 종사자를 많이 만났을 텐데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면
(민수)
“제가 더 잘 했다면 이런 일은 없지 않았을까요?”라고 말하는 웹툰 보조작가들의 자책 어린 목소리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많은 웹툰 보조작가들이 스스로를 탓하며 좌절하고 있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이 비난할 수 있는 마지막 대상이 결국 자신뿐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다.
이들을 위해 무비랜드 팝업에서 ‘블루 칼라(생산직 노동자)의 시인’으로 불리는 켄 로치 감독의 노동 영화를 2편을 상영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미안해요, 리키’에 나오는 ‘It’s not your fault(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대사를 통해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
켄 로치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수상 후 “우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말해야 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우리의 다큐멘터리가 웹툰 보조작가분들께 희망의 메시지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큐멘터리 ‘웹툰노동: 현세계에서 보조작가로 살아가기’ 화면 캡쳐 (자료=토스뱅크 유튜브)
-캠페인에 대한 웹툰 업계 반응은 어떤가?
(민수)
웹툰 보조작가분들이 본인의 이야기를 유튜브 댓글로 남겨주고 있다. 다큐멘터리 내용에 공감하며 억울했던 감정을 쏟아 내기도 하고, 더 적나라한 경험을 고발하거나 해결책을 제안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분들도 많다. 정성스레 남긴 장문의 댓글에서는 웹툰을 향한 애정과 하루 빨리 문제가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독자분들의 반응도 흥미로웠다. 그동안 웹툰을 문화 콘텐츠로 소비해 왔지만 이면에 존재하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더 좋은 작품을 오랫동안 즐기기 위해서라도 웹툰 산업의 노동 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웹툰 관계자와 팬덤이 활발히 활동하는 X(구 트위터)에서는 현역 웹툰 작가들이 직접 다큐멘터리에 대한 글을 게시하고 팬들이 이를 리트윗하며 바이럴이 확산되고 있다. 언젠가 노동 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당사자들에게까지 메시지가 닿아 현실적인 해결의 실마리가 풀려가길 기대한다.
-with Toss Bank는 다른 은행의 사회공헌 프로그램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 특별히 노동 문제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유진)
토스뱅크가 ‘일하는 환경’에 주목하는 이유는 ‘일’이 본격적인 금융생활의 시작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은 가장 기본적인 소득원 중 하나이며 일하면서 벌어들이는 돈은 은행 계좌에 보관하고, 투자하고, 소비하는 등 금융 활동과 연관을 맺고 있다.
또한 일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장치가 바로 ‘계약’이다. 토스뱅크는 ‘일하는 누구나, 토스뱅크에서 안전하게’라는 목표를 가지고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쉬운 근로 계약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첫 번째 차별점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단순히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이 아니라, 토스뱅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함께 만들어낸다. 그 결과물이 바로 ‘쉬운 근로계약서’ 서비스다.
두 번째로 사회공헌 활동이 토스뱅크 내 다양한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로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쉬운 근로계약서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PO(Product Owner), 디자이너, 개발자, 데이터 애널리스트 등이 함께했고 이번 캠페인 역시 브랜드 마케터, 브랜드 디자이너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토스뱅크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고 사회공헌 캠페인에 피드백을 주고 참여할 수 있는 구조이다. 토스뱅크만이 가진 기업문화를 통해 보다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사회공헌 활동이 가능했다고 본다.
-서울시와의 협약도 눈에 띈다. 지자체와는 주로 어떤 부분에서 협업하고 있나
(유진)
효과적인 기업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서는 다양한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다. 이번 서울시와의 협업을 통해 토스뱅크는 간병인, 웹툰 보조작가와 같은 프리랜서의 권리보호까지 지원 영역을 확대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노동자와 사업주를 위한 표준 계약서를 개발, 보급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토스뱅크는 이를 ‘쉬운 근로계약서’ 서비스에 적용해 확산하고 있다. 협약의 첫 단계로 서울시가 개발한 간병인, 웹툰 보조작가를 위한 표준계약서를 2025년 1월부터 토스뱅크는 ‘쉬운 근로계약서’ 서비스에 탑재해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는 과거에도 운동 트레이너 등 프리랜서를 위한 표준계약서를 개발해 왔지만 종이 계약서를 확산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번 협업을 통해 토스뱅크는 디지털 기반 계약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근로자를 넘어 프리랜서까지 지원 범위를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앞으로도 고용주, 근로자, 프리랜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건전하고 공정한 계약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나갈 계획이다.
토스뱅크 ‘쉬운 근로계약서’ 서비스 (자료=토스뱅크)
-고객 입장에서 토스뱅크의 사회공헌 브랜드 ‘with Toss Bank’는 아직 생소하다. 토스뱅크의 사회공헌 활동이 고객들에게 어떻게 인식 됐으면 하는가?
(유진)
토스뱅크는 2021년 10월 출범한 신생 은행인 만큼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토스뱅크의 사회공헌 브랜드 with Toss Bank가 많은 분들께 아직 생소할 수 있으나 브랜드 자체를 알리는 것보다 with Toss Bank를 통해 토스뱅크의 가치와 철학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토스뱅크의 사회공헌은 기존 금융업의 불편함에 질문을 던지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 왔던 접근 방식과 다르지 않다. with Toss Bank 를 통해 사회적 책무의 범위를 한정 짓지 않고 금융의 맥락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토스뱅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이러한 활동이 결국 토스뱅크가 금융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온 여정과 계속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이들을 위한 은행,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왔던 노력들처럼 사회공헌에서도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며 금융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계속 확장해 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