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 김미진 회장 (HP코리아 전무) (자료=WIN)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여성 리더십 확대는 단순히 여성의 권익 향상이 아니라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지난 2월 사단법인 위민인이노베이션(WIN) 4대 회장으로 선임된 김미진 HP코리아 전무의 첫 일성이다. 30년 IT 업계 경력을 쌓으며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해온 그녀. 김미진 회장은 여성들이 서로를 독려하고 지지하는 문화가 더 많은 여성 리더를 배출하는 토양이 된다고 확신한다.
김 회장은 연세대학교 전산과학과를 졸업하고 프로그래머로 사회에 발을 디뎠다. 지금은 HP코리아 엔터프라이즈 영업본부 본부장까지 올랐다. 2015년 HP 분사 프로젝트와 2017년 삼성프린팅 사업부 인수합병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베테랑이다.
2012년 WIN에 합류한 이후 조직발전분과 이사로 활동하며 WIN 포럼을 주도했다. 이제는 WIN의 수장으로서 여성 리더십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 WIN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WIN은 2007년에 설립된 여성 임원들의 사단법인이다. 여성 리더십의 확대를 돕는 장을 만들기 위해 시작됐다. 현재 내가 4대 회장을 맡고 있다.
선대 회장님들과 이사회 멤버들이 중심이 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Women In Innovation'의 약자인 WIN은 특별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회원들이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어려울 때 도움을 주며 성공했을 때는 함께 기뻐하는 최고의 문화를 자랑한다.
▲ WIN에서 진행하는 주요 활동은
매년 5월과 12월에 차세대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가을에는 WIN 어워드와 포럼을 진행한다. 이는 기업의 다양성 확대를 통해 성장을 돕는 대외적으로 가장 큰 프로그램이다.
또한 '마티네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기업의 차부장급 여성들이 다음 커리어 단계로 성장할 수 있도록 월 1회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단순한 네트워킹이 아닌 실질적으로 차세대 여성 리더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HP코리아에서는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나?
현재 HP코리아의 엔터프라이즈 영업본부 본부장 전무로 재직 중이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총괄하고 있다.
프로그래머로 시작해서 HP에서는 아시아 서비스사업부, 솔루션 및 제품 마케팅, 광고/홍보 마케팅, 기술영업, 전략기획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
▲ HP코리아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안다. 이에 대해 말해달라
HP코리아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을 기업 문화의 가장 중요한 측면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HP의 창업자인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는 모든 사람이 그들에게 접근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창업자들의 접근 방식을 따라 HP코리아의 비즈니스 리더들도 같은 오픈 도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권위적인 임원실이 없으며 전무이사도 다른 직원들과 회의실을 공유한다. 매우 수평적인 문화다.
▲ HP에서의 경험이 WIN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2011년부터 2012년까지 HP 사내 여성위원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2012년 WIN에 가입했다.
HP에서의 경험은 여성 리더십의 중요성과 다양성이 기업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HP코리아는 유연근무제를 적극 도입해 여성들이 경력단절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나 역시 두 딸을 키우면서도 경력단절 없이 일할 수 있었던 건 HP코리아 특유의 유연근무제 덕분이었다.
WIN 4대 회장 취임식에서 김미진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자료=WIN)
▲ HP에서 삼성전자 프린팅 사업부 인수합병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어떻게 참여하게됐나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에서 한국 사이트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깊은 고민 없이 손을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다. 전혀 다른 두 회사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서로 다른 프로세스와 문화를 가진 조직들을 연결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지금 아니면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승진이나 월급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했다.
경력 전환은 직장인에게는 불안요소다. 하지만 도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 강한 전문적 정체성과 자기 효능감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경험들이 내 커리어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 IT 업계에서 30년간 일하며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
대부분의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결혼과 출산 육아가 나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주변에서 커리어를 이어가는 여성들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며 하루하루 극복했다. 당시에는 여성 선배가 많지 않았지만 외부 활동을 통해 만난 롤모델들에게서 큰 힘을 얻었다. WIN에서의 활동도 이런 경험이 바탕이 됐다.
▲ 임원자리에서 핵심 역량은 무엇이라고 보나
회사마다 특성이 있지만 업무 능력으로 1차적인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 다음은 협업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나도 함께 일하기 힘든 사람은 조직에서 성장하기 어렵다.
▲ 여성 리더십이 기업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여성 리더십 확대는 단순히 여성의 권익 향상이 아니라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다.
한번은 여성을 '키 작은 사람'으로 비유한 적이 있다. 키 큰 사람(남성)과 같은 위치에 설 수 있도록 사다리 역할을 해주는 것이 우리 기업들의 역할이라고 본다.
특히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시대에 다양성은 지속 가능한 기업 경영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기업들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바탕으로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WIN은 실질적인 변화와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조직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다.
▲ 영감을 주는 리더십 철학이 있다면
나는 중대한 결정 앞에서 너무 오래 고민하지 않고 직관을 믿는 편이다.
단순히 감정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 만들어낸 판단력을 신뢰하는 것이다. 이런 직관적 결정은 많은 성공적인 리더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새로운 상황에서도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 커리어의 중요한 전환점들도 모두 그런 도전에서 비롯됐다.
▲ WIN의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비해 여전히 낮은 상장사 여성 임원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더 많은 여성 리더가 기업 경영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WIN 회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론칭한 리더십 아카데미를 확대하고 회원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동시에 기업의 여성 중간관리자들이 차세대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차세대 컨퍼런스와 체계적인 멘토링 프로그램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기업 경영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은 다양성의 가치를 각 기업에 알리고 포용적인 조직문화 조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 젊은 여성들에게 IT 업계 커리어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누군가의 리더십을 그대로 따라하려 하지 마라. 자신만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과 함께 성장하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길 바란다.
▲ 앞으로의 목표는
지금 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 잘하고 싶다.
다음 커리어가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매 순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