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지난 2006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평단으로부터 호평받은 뒤 제61회 토니상에서 무려 11개 부문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베스트 뮤지컬, 연출, 대본, 작곡 등 8개 부문을 석권하면서 흥행했다.
인기는 한국에서도 계속됐다.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공연을 통해 큰 반향을 일으킨 것. 현재는 인기리에 활동 중인 여러 뮤지컬 배우들이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을 정도로 신인 등용문이라는 특징도 갖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번 공연에도 가장 시선을 끈 것 중 하나는 '캐스팅'이다. 신인 배우 김서연과 이정화 또한 극 중 소녀 벤들라 역을 맡아 뮤지컬 판에 발을 들였다.
Q. 뮤지컬 배우의 꿈은 어떻게 꾸게 되었나요.
김서연(이하 김): 초등학교 때부터 어머니랑 공연을 많이 보러다녔어요. 재밌고 신기하게만 느낄 때였죠. 그러다가 중3 때 ‘엘리자벳’을 보고 처음으로 다른 감정을 느꼈어요. 그 웅장함에 잠식되어서 커튼콜이 다 끝나는 순간까지 울고 말았어요. 공연을 보고 가슴이 벅차다는 게 뭔지 알 거 같았고 감정의 진폭이 이렇게 크게 울릴 수 있구나 싶었죠. 그 이후에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커진 거 같아요.
이정화(이하 이): 초등학교 때부터 춤추는 걸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하고 무대에 서는 걸 굉장히 좋아했어요. 연기 전공은 오빠가 먼저 시작을 했는데. 오빠가 연기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따라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또 특히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연기, 춤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구나 라는 걸 알게 해줬죠. 가족들이 힘든 길을 가는 것에 반대도 했지만 인정받기 위해 지독하게 노력했던 거 같아요. 특히 연기에 대해서 진지한 자세가 중요했어요.
Q. 데뷔작으로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만난 소감은요.
김: 영화예술학과에 재학 중이라 뮤지컬은 학교 때도 잘 안 해봤어요. 연극은 해봤지만요. 고등학교 때 장면을 만들어 본다거나 중학교 때 문화센터에서 하는 동아리 공연을 해본 적은 있죠. 좋은 작품으로 뮤지컬을 만나고 그 재미와 즐거움, 깊이를 알아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에요.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 같아요.
이: 저도 연기 전공이라 뮤지컬 전공 친구들을 부러워할 때가 있었어요. 나도 저렇게 노래를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배울 길이 막막하더라고요. 학교에서 전공 상관없이 수업을 들을 기회가 생겼고 뮤지컬 제작 반에 들어가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공부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 이후로 더 뮤지컬이 하고 싶어졌죠. 이 작품으로 첫 발걸음을 하다보니 학교에서 공부했던 것에 대해 감사함이 있어요.
Q. 프로로서 첫 무대에 올라 ‘관객’을 마주한 느낌은 어땠을까요.
이: 최근에 한 관객분께서 편지를 주셨는데 “배우님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큰 에너지를 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저 역시 ‘마이 정크(My Junk)’ 장면에서 관객 앞에서 '당신도 이런 설렘 기억나죠'라며 노래할 때가 많이 남아요. 관객과 주고받는 에너지가 분명히 존재하는구나 하는 감탄과 울림을 늘 느끼거든요.
김: 이 작품은 무대석이 존재해서 더 직접적으로 와닿는 부분이 있어요. ‘토틀리 퍽(Totally Fucked)’이라는 장면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때 폭발적인 에너지를 관객에게 전달하거든요. 연습실에서 외칠 때랑 무대에서 외칠 때가 확연히 달라요. 우리와 눈을 마주치고 아이들의 반항에 공감해주시는 게 눈빛만으로도 보여요.
이: 집에 돌아가서도 관객들의 눈빛이 많이 남을 때가 있어요.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봐주셨던 걸까’하고 의미를 고민해보기도 하죠. 우리의 마음이 통한다는 걸 느낄 때. 관객들이 보내주시는 생각과 그 감정을 외면할 수가 없어요. 저도 같은 마음이라고 손을 내밀고 싶어지더라구요. 그 자체가 제 안의 에너지가 되기도 하고요. 관객과의 만남이 이렇게나 즐겁고 행복하고 스릴 넘치고 기대되는 일이었구나 싶어요.
김: 더 송 오브 퍼플 서머(The Song of Purple Summer) 때도 인상 깊죠. 자줏빛 여름으로 걸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애틋하고 또 따뜻한 마음을 주시는 게 느껴지거든요.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우리가 함께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게 돼서 벅차기도 하고요. 관객분들 덕분에 제가 이 이야기 속으로 더 깊게 걸어갈 수 있지 않나 싶어요.
Q.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두 배우에게 어떤 공연으로 남길 바라나요.
김: 첫 작품이기 때문에 오래 기억될 거고 끝나면 더 아쉬울 거 같아요. 다시 서고 싶다는 갈망을 느끼겠죠.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한 무대라고 남았으면 해요. 나중에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면 이때를 떠올리고 성장을 위한 좋은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겠죠. ‘아 그 여름은 유난히 뜨거웠지’라고 말할 정도로 강렬하게 해내고 싶어요.
이: 처음인 만큼. 처음이니까. 다 좋았고 괜찮았던 작품으로 기억될 거 같아요. 신인이니까요.(웃음) 아쉬운 것도 많겠지만 5년, 10년 시간이 흘렀을 때 지금을 떠올리고 웃을 수 있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요. 그런 행복함으로 기억하고 싶기도 하고요. 그 자체가 제게 또 다른 힘이 되어주리라 기대해요.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후회 없이 다 쏟아내고 싶어요.
Q.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이에요.(웃음) 다른 하나는 ‘빨래’의 나영 역할을 하고 싶어요. 뮤지컬을 알게 되고 처음 봤던 작품이거든요. 제가 고향이 창원이라서 중학생 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살이에 공감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커가면서 더 공감하고 있고요. 서울 와서 살아가는 20대 여성으로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인물이라 생각해요. 그 가사 만큼 가슴 저리고 공감되는 노랫말이 있을까 싶어요.
김: 꿈 같은 작품과 캐릭터라면 ‘위키드’의 글린다요. 처음 봤을 때부터 반해버린 작품과 역할이었죠. 1초도 눈을 뗄 수가 없더라고요. 모든 넘버가 매력적인데 머릿속에 몇 날 며칠을 맴돌더라고요. 글린다도 벤들라처럼 내면의 용기, 자신의 겁을 내던질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는 아이라고 생각해요. 벤들라를 하면서 글린다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Q. 배우들이 ‘초심’ 찾는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지켜나가고 싶은 ‘초심’이 있나요.
김: 절대 잊지 말자 라고 생각하는 게 하나 있어요. ‘이 정도면 괜찮아’ 하고 지금에 안주하지 말기. 잘했는지 못 했는지 스스로 판단하지 말기. 이 두 가지를 잊지 말라고 저 자신에게 말하고 싶어요.
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른이 되면서 겁이 많아지잖아요. 도전을 잘 안 하게 되고. 저는 시간이 지나도 겁을 먹지 않고 패기가 넘치는 배우가 될 수 있었으면 해요. 제가 워낙 소심하고 겁이 많은 스타일인데. 배우 생활은 다르기를 소원해요. 무대 위에서만큼은 누구보다 과감하고 많은 걸 배우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지원할 수 있었던 패기를 잊지 않을 거예요.
[인터뷰①] ‘스프링 어웨이크닝’ 김서연·이정화 "아이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세요"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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