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허슬기 연구원 (사진=임윤희 기자)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현실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무역 파트너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글로벌 무역 긴장감이 팽팽한 분위기다.
이에 본지는 한국무역협회 허슬기 연구원을 만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한국 경제의 대응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허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조치가 1기보다 더욱 광범위하고 파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이를 기회로 전환할 전략적 접근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이나 멕시코와 경쟁 관계에 있는 자동차, 전자제품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반사이익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통상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정보 파악과 품질·가격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트럼프發 보호무역 강화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생존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반적인 무역 정책 기조를 어떻게 전망하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 정책은 1기와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를 핵심 기조로 유지할 것이다.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무역적자 해소를 목표로 관세 조치를 확대하고 기존 무역 협정을 재검토하는 방향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1기와 비교했을 때 이번에는 관세 조치가 더욱 광범위하고 파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1기 때는 주로 특정 품목이나 중국 같은 적대적 관계국에 관세를 부과했다. 2기에는 캐나다, 멕시코 등 우방국까지 포함하여 상호 관세나 보편 관세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이미 1기 행정부에서 관세 충격을 경험한 상대국들이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고 협상 여지를 두면서 장기화되는 국면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콜롬비아에 관세 조치를 발표했다가 유예를 철회했다. 캐나다와 멕시코 역시 유예 조치를 받았다.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수입청(ERS) 신설을 공언했다.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트럼프 대통령이 ERS 신설을 공언한 것은 해외 원천 수입 규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현실적으로 ERS 신설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정부 기관 신설은 대통령의 독자적인 권한으로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또 이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관세국경보호청, CBP)이 있다. 주목할 점은 ERS 신설 여부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들에게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의 무기화' 전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 전략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외교적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관세의 무기화' 전략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이후 미국의 요구(불법 이민자 문제 해결 등)를 수용하자 유예 조치를 취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한국은 미국의 교역 대상국 중 무역적자 규모에서 8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한국의 대미 수출 감소나 대미 수입 증가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수출 품목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 미국이 4월까지 불공정 무역 관행 등을 평가 후 보편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편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나?
보편 관세는 모든 국가와 제품에 동일한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여 왔다. 하지만 지난 미일 정상회담 이후 상호 관세가 언급되면서 상호 관세로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나라는 한미 FTA 덕분에 공산품 대부분이 이미 관세 면제 상태다. 상호 관세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편 관세 형태가 아니더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관세 조치 강화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무역협회에서 10일 조사한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조치 영향분석에 따르면 중국 10%p, 캐나다·멕시코 25%p에 이어 보편관세 10%p가 추가될 경우 한국의 전체 수출은 약 132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대미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으로 100억 달러가 감소한다. 또 중국, 캐나다,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가는 수출이 줄어든다. 해당 국가에 대한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출도 함께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 보편 관세 도입 시나리오 하에서 한국 경제가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방향 어디로 가야한다고 보나?
보편 관세가 현실화되기 전에 한국의 대미 투자와 중간재 수출이 미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 민관 공동으로 대미 아웃리치 활동을 강화해야한다. 현지 네트워크를 확대해 한국의 경제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현재 국회와 관련 협회에서도 방미 계획과 특별 방문단 구성을 통해 협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를 통해 최대한 세율 면제나 인하를 이끌어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허슬기 연구원 (사진=임윤희 기자)
▲ 미국의 주요 교역국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서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도 있나?
고율 관세는 일반적으로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경쟁국들의 대미 수출 감소로 인해 일부 분야에서는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보편관세를 하면 대미수출이 기본적으로 감소한다. 우리나라는 감소율이 적은편이다. 30개 주요국중에 4위 정도로 추정된다. 제재국 제품의 대체효과로 우리나라의 수출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 중국, 멕시코 등과 경합 관계에 있는 자동차와 같은 수송기기, 전기전자제품 등에서 반사이익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의 고율 관세에 대해 중국 등 주요 교역 상대국들이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나?
중국은 이미 미국의 석탄, 원유, 액화천연가스 등에 대한 추가 관세와 반도체 핵심 광물인 텅스텐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EU 역시 외국 자본 투자 금지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보복 조치가 확대되고 장기화된다면 세계 교역 둔화로 인해 한국의 대세계 교역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한국 주력 산업(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나?
철강은 이미 25% 고율 관세 부과가 예정돼 있어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철강은 대미 수출에서 트럼프 1기 때 관세 면제를 받고 쿼터제를 적용 받은바 있다. 이번 조치는 쿼터제가 없어지고 관세만 받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철강은 수출국 중에 미국이 1위라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
자동차 역시 한국의 전체 수출 중 미국으로 향하는 비중이 50.8%로 높다. 큰 영향이 예상된다. 반도체는 대체 불가능한 첨단 제품 특성상 고율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간접적인 영향은 배제할 수 없다. 석유화학 제품 역시 미국 내 화석연료 생산 증가로 보호 조치 검토 가능성이 있다.
▲ 국내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 통상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보나?
미국 내수 시장 제품 경쟁 상황에 대비해 품질·가격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보편관세나 상호관세가 현실화되더라도 국가 간 관세 정도가 비슷하다면 수출국 간의 상대적인 경쟁보다는 미국 내수 시장 제품과의 경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밖에 미국 통상정책이 수시로 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즉흥적인 화법으로 현지에서 발표되는 사항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무역협회 워싱턴 지부에서 제공하는 '워싱턴통상정보'를 활용하거나 한국무역협회 홈페이지에서 관련 정보를 참고하면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