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주가 조정에..‘예·거·신↓’

예탁금 한 달 만에 65조 밑으로
신용거래융자액·거래대금도 하락세
"주가 조정 피로감이 원인"

권준호 기자 승인 2021.08.29 10:00 의견 0
[자료=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지난해부터 국내 주식시장에 흘러넘치던 유동성이 최근 들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한 달만에 65조 밑으로 내려왔으며 6월 들어 소폭 상승했던 일평균 거래대금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소위 ‘빚투’로 알려진 신용거래융자도 14조원 밑으로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주가 조정이 투자심리를 꺾은 것으로 분석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64조1949억원이다. 예탁금이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놓은 돈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투자대기자금이다.

투자자예탁금이 65조원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 7월 27일(63조5856억원) 이후 한 달 만이다. 이는 월 평균과 비교해도 적은 수치다. 지난 6월과 7월 투자자예탁금은 각각 66조원과 67조원을 유지했었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4월과 5월 나란히 15조7000억원대를 기록한 후 6월 들어 16조7439억원을 기록해 기대감을 키웠지만 7월 들어 다시 13조원대로 떨어지며 기대감을 꺾었다.

8월 초·중순에는 ‘IPO(기업공개) 슈퍼위크‘의 영향으로 일평균 거래대금이 22조원을 넘어선 날도 있었지만 관심이 줄어들자 지난 26일에는 다시 13조원대로 줄어들었다.

신용거래융자잔고가 줄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지난 26일 신용거래융자잔액은 24조4573억원이었다. 신용거래융자액이 24조4000억원대로 내려온 것은 이달 10일 이후 약 2주 만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런 현상이 보이는 가장 큰 이유로 ‘주가 조정’을 뽑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예탁금과 신용거래융자가 줄고 있는 것은 주가 조정에 의해 투자자들이 피로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며 “주가조정이 계속되며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주가 회복이 안 되면 이러한 흐름은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6일 한국증시 사상 최초로 3300선을 넘었던 코스피지수(3305.21로 마감)는 이후 조정을 받으며 3060선까지 밀렸다.

다만 황 연구원은 “예탁금과 신용거래융자액이 줄었다고 해서 당장 증시 자금이 이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투자자들이 현금화 한 상태나 부동자산 형태로 바꿔 주식 대기자금으로 만들어 놓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올리기로 한 것이 증시 자금 이탈의 도화선이 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일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증시 자금 이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물론 금리가 오르면 조달비용도 같이 높아져 주가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미국을 그 예시로 들었다. 김대종 교수는 “미국 금리가 높아도 증시가 우상향할 수 있는 것은 기업실적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도 결국 중요한 건 금리인상 보다는 기업들의 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금리 인상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테이퍼링 실시 여부”라며 “테이퍼링이 실시되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커져 국내 증시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금리가 오른 것은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투자자금 이탈은 금리 인상보다는 주가 하락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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