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메타버스 도입했지만 활용도 ‘미흡’

국민·하나·우리은행, 메타버스 공간서 사내행사 개최
가상영업점 등 대고객 서비스는 아직..규제·접근성 고민
글로벌 금융기관 AR/VR 활용 메타버스 서비스 제공 중

윤성균 기자 승인 2021.07.18 10:00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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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각사]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최근 메타버스 열풍이 거세게다. 은행권에서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마케팅에 나섰지만 아직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실제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가 나오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이 잇따라 가상공간에서 사내 행사를 열며 메타버스 열풍에 가세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의미한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가상의 공간인 메타버스 플랫폼이 급부상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12일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해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현하고 메타버스 연수원 행사와 신입행원 수료식을 진행했다. 하나글로벌캠퍼스는 지난 2019년 5월 인천 청라에 오픈한 실제 연수원의 구조와 외형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제페토 내 아바타 캐릭터 ‘라울’로 참석해 신입행원들과 소통을 나눴다.

지난 13일 권광석 우리은행장도 메타버스 공간에 직접 자신의 캐릭터 ‘전광석화’를 만들어 MZ세대 직원들과 만남을 가졌다.

KB국민은행은 이보다 앞서 지난 1일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에 ‘KB금융타운’을 만들었다. KB금융타운은 재택 근무자와 사무실 근무 직원 간 소통과 협업이 가능한 소셜 공간이다. 지난 8일에는 테크그룹 임원들과 부서장들의 참여하는 경영진 회의와 외부업체와의 기술미팅 등을 KB금융타운에서 개최했다.

시중은행들이 메타버스 활용에 나섰지만 아직 사내 소통 채널로 활용하는 데 그쳤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금융 소비자와 만나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는 못하다. GS리테일과 BGF리테일 등 유통업계가 곧 메타버스 공간 내 매장을 열고 상품 구매와 배송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인 것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이미 글로벌 금융사들은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오프라인 업무와 온라인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 TD 은행은 VIP 고객이 지점에서 투자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 증강현실(AR) 기기를 통해 고객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시각화해 효과적인 오프라인 투자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트레이더 전용 AR 분석기 ‘홀로그래픽 워크스테이션’을 개발해 오프라인 자료의 디지털화를 비롯해 원격의 팀원 간 의사소통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민은행 정도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가상영업점 도입 등을 논의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나 가상 현실기기(HMD)를 활용한 가상금융 체험관을 실험할 예정이다. 또 아바타와 AI를 활용해 메타버스 영업점을 구축해 고객상담·이체·상품 가입 등 금융 서비스 제공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신석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2019년 455억달러 규모인 메타버스 시장은 2030년 기준 1조5429억달러 규모로 급성장이 예상된다”며 “메타버스 시대 금융업은 ‘업무 방식’, ‘고객 니즈’, ‘서비스’에 있어 온·오프라인 통합이 강화돼 장기적 관점에서 MZ세대를 위한 콘텐츠 개발과 복합 점포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메타버스가 미래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제 막 메타버스를 도입해서 어떻게 금융과 결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은 이제 겨우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바뀌는 상황인데 메타버스는 그보다 좀 더 앞선 영역”이라며 “아직은 규제도 있고 일반 고객들의 접근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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