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 '꽉'..보험업계, 콜럼버스 정신으로 미국시장 개척

DB손보, 하와이 영업 호재..4월 손해사정사 출범
현대해상, 치솟는 미국 실적..하와이 진입 성공
"국내 시장 포화에 동남아 리스크..미주 활로 열려"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3.31 15:04 의견 0
[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국내 보험시장 포화로 생존 위기에 처한 보험사들이 해외로 눈길을 놀리고 있다. 동남아 시장에 비해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한 '미국'을 중심으로 새 시장 진출을 본격화 할 전망이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이 다음달 미국 하와이 현지에 손해사정사를 출범한다. 기존 하와이지점의 영업 환경이 확장되면서 보상업무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실제로 DB손보가 지난해 하와이지점에서 거둔 수입보험료는 916억원으로, 전년(890)보다 26억원 증가한 수치다. 세전순이익도 ▲2018년 16억원 ▲2019년 46억원에 이어 12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DB손보 관계자는 "지난 2019년도부터 미주 지역 실적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손해사정사 출범 외에도 사업 면허를 확보한 오하이오, 인디애나, 펜실베이니아 등 미주 사업 확대에 대한 검토는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DB손보는 이미 미국에만 4개 지점(하와이, 괌, 캘리포니아, 뉴욕 등)을 갖추고 있다. 신속한 서비스와 한국식 응대로 현지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 평이다. 향후 미주 시장 개척의 대표주자로 부상할 지 주목되는 이유다.

국내 보험사들은 계속해서 미국 시장 개척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보험사는 DB손보, 현대해상, 교보생명, 코리안 리 등 9곳이다. 진출 1위 지역으로 꼽힌 '아시아' 시장에는 총 21곳이 진출해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6월 하와이에서 영업 인가를 받고, 9월부터 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이밖에도 뉴욕,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 미국 3개 주에서 주택종합 보험을 팔고 있다.

미국 시장 성적표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지난 2018년에 거둔 13만달러의 순이익이 1년 만인 2019년에 무려 169만 달러까지 치솟은 것. 각자대표이사인 조용일 사장과 이성재 부사장이 해외사업 전문가로 정평이 난 만큼,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는 평이다.

국내 유일 토종 재보험사인 '코리안 리'도 미국 길을 찾았다.

코리안 리 관계자는 "오는 9월에 미국 현지에 재보험 중개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며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보험시장으로 전 세계 보험료의 절반 가량을 점유하고 있고, 산업 자체도 성숙해서 많은 기회를 수확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법인 지점이 아닌 '중개법인'을 설립한 이유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재보험 법인을 세우면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리스크를 덜기 위해 중개법인을 시작으로 미주 시장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보험사들의 미주 개척은 계속해서 가속화 할 전망이다. 기존 해외시장의 신흥강자로 불리는 '동남아시아' 지역은 미얀마 쿠테타 사태 등으로 리스크가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평이다. 새 활로 개척에 대한 필요성이 보다 확고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쪽은 미얀마 사태를 포함해, 국영기업 위주로 영업 환경이 구축돼 있어 지분율 한계와 경쟁 구도의 한정성이 존재했다"면서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돼 있는 만큼, 미국 등 선진국으로 발을 넓히면 자유로운 경쟁을 펼칠 수 있어 계속해서 미주 진출이 활발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지난해부터 수익성 악화가 업계 전체에 번지면서 신시장 개척은 필수가 됐다"며 "외국 보험사들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처럼 국내 보험사도 나갈 수 있는 시장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진출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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