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서울의 달동네들이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정비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북권에선 ‘똥골마을’이라 불리던 서대문구 현저동 1-5일대가 서울시 모아타운 심의를 통과했다. 동북권의 노원구 백사마을에선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다.

강남에선 서울주택공사(SH)가 내년 구룡마을에 대한 착공을 목표로 했으나 이주 문제에 따른 차질이 예상된다.

서울시 서대문구 현저동 1-5일대와 모아타운 추진 기원 현수막의 모습 (사진=우용하 기자)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9일 제8차 소규모 주택정비 통합 심의 소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선 ‘서대문구 현저동 1-5일대 모아타운 관리계획안’이 통과됐다.

서대문구 현저동 1-5일대는 노후건축물 비율과 무허가주택 비율이 각각 100%, 85%에 달하는 서울 내 대표적인 달동네다. 2005년 주거환경개선사업 구역으로 지정된 후 정비사업을 추진했으나 주민 동의와 수익성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20년 동안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은 결과 주민들은 떠났고 건물은 폐허 상태로 방치돼 왔다.

남은 주민들은 일반 재개발 대신 서울시 모아타운에 도전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모아타운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미만, 노후도 50% 이상 지역을 통합해 정비하는 사업이다. 그동안의 모아타운 사업지는 자치구 공모 방식이 주를 이뤘으나 현저동 일대는 주민제안형으로 추진됐다.

사업을 통해 현저동 1-5일대에는 모아주택 1개소가 공급될 예정이다. 총 366세대로 구성된다. 임대는 180세대로 확인됐다.

현저동 모아타운추진위원회 관계자는 “20년간 15곳 넘는 회사가 정비사업에 도전했지만 사업성과 주민동의율에 가로막혀 결국 포기했던 지역이다”며 “이번 모아타운 도전은 주민들 오랜 기간 준비해 온 것이고 서울시의 심의까지 통과한 만큼 무사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원구 중계본동에서는 백사마을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곳은 1960년대 도심 개발 사업으로 철거민들이 자리 잡게 되면서 서울 내 대표 달동네로 여겨져 왔다. 불암산 자락 산104번지에 위치해 백사마을이라 불렸으나 60년만에 사라지게 됐다.

백사마을 정비사업은 2009년부터 진행됐다. 하지만 사업 방식과 비용 관련 문제로 갈등이 지속된 나머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재개발 활동은 SH가 2017년 시행사로 나서며 다시 추진력을 내기 시작했다. 이후 2021년 사업시행인가를 획득 받았고 지난해 관리처분인가가 통과되면서 본격적인 착공 준비에 나서게 됐다.

이를 통해 백사마을은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총 3178세대 규모의 아파트로 변화될 예정이다. 이 중 임대물량과 일반분양 물량은 각각 약 500세대, 1400세대로 예상된다. 시공은 GS건설이 맡았다. 단지 이름은 ‘네이처시티 자이’로 제안됐다.

착공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연말까지 철거 완료 후 곧바로 공사를 시작할 것이란 계획이다. 준공은 2029년 상반기다.

강남구 개포동에선 구룡마을이 ‘자가면역 도시’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구룡마을 재개발 시행자인 SH는 최근 설계 공모를 진행한 후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제시한 자가면역도시 ‘레몬시티’를 당선작으로 선택했다. 자가면역도시는 외부 충격에 스스로 적응하고 진화하는 도시 생태계를 의미한다.

이번 당선작에 기반해 강남권 대표 판자촌인 구룡마을에는 3800세대 규모의 자연친화 주거단지가 조성될 방침이다. 백사마을과 마찬가지로 올해 하반기 착공, 2029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하지만 백사마을과 달리 재개발 사업이 계획대로 이뤄지긴 힘들어 보인다. 이주 활동이 완료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기준 이주율은 66.5%로 확인됐다. 서울시와 SH는 임대보증금 면제, 임대료 60% 감면 등의 대책을 마련해 이주를 독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이주 가구는 보상 대책으로 제시된 임대주택 대신 분양권이나 토지매입권을 요구하면서 거부 중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분양권·토지매입권은 1989년 이전 무허가 건축물 소유자거나 적법 건축물 소유자에게 제공되지만 구룡마을엔 해당하는 사람이 없다”며 “철거 전까지 이주가 완료돼야 하는데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라 하반기 중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