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21대 대통령 선거전에 뛰어든 주요 후보들이 청년과 소상공인을 겨냥한 파격적인 금융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공약 이행 재원 마련 방안이 불분명해 은행권이 또다시 ‘청구서’를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청년·소상공인 대상 지원책을 내놨다. (자료=각 홈페이지)
22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청년미래적금(가칭)’ 도입을 내세웠다. 청년이 일정 기간 적금을 납입하면 정부와 기업이 추가 지원금을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기존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여기에 학자금 대출 이자 면제 확대와 청년 맞춤형 재무상담 프로그램도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청년층의 주거난과 이자부담 완화를 위한 ‘청년결혼 3·3·3 주택’ 공급 방안을 제시했다. 결혼·출산 시 최대 9년간 주거비 또는 대출이자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김 후보는 대학생, 대학원생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생활비 대출을 확대하고 신생아 특례대출의 문턱을 낮추겠다고도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가장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만 19~34세 청년에게 최대 5000만원을 연 1.7% 고정금리로 대출해주는 ‘든든출발자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용도 제한도 없어 사실상 생활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공약들이 은행권에 새로운 부담을 지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선 후보들이 청년·취약계층의 자산형성과 생활·주거난 해소를 위한 대출 확대, 이자부담 경감 등 지원책을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빠졌기 때문이다. 기존 예산 구조조정, 경제성장에 따른 세수 증가, 기금 활용 등으로 충당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결국 재원 마련을 위해 은행에 출연금 확대 등을 요구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주요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로도 추진된 ‘청년도약계좌’가 대표적 사례다. 청년이 월 70만원씩 2년간 적립하면 정부 지원금 등을 더해 6%의 금리를 지급하는 상품으로 시중은행들이 이자 지급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당시 은행들은 역마진을 우려해 급여이체, 카드실적, 마케팅 동의 등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을 내걸었다가 금융당국의 불호령에 우대 금리와 조건을 재산정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은행권이 더욱 신경 쓰는 건 소상공인 채무 탕감 관련 공약이다. 이재명 후보는 코로나19 정책자금 대출에 대해 채무조정부터 완전 탕감까지 종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 주도 ‘배드뱅크’를 설립해 부실채권을 매입한 뒤 처분하고, 손실은 재정으로 보전한다는 구상이다.
김문수 후보도 ‘생계방패 특별융자’ 등을 통한 소상공인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직접적인 탕감보다는 추가 융자와 정책금융, 수수료 전면 폐지 등 간접적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역시 은행권 자금 동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행권은 지난 정부에서 상생금융 명목으로 2023년 2조원, 지난해에는 3년간 추가로 2조원 등 총 4조원 규모의 자금을 출연한 경험이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상생금융, 정책금융 확대 명목으로 은행권이 자금을 지원했는데 이번 대선 공약도 유사한 흐름”이라면서 “누가 당선되든 은행에 청구서를 내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