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제도 도입 후 역대급 실적 호황을 유지해 온 보험업계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으로 투자손익이 악화되면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고 대형 산불과 독감 유행등 악재가 겹친 손해보험사들은 더 크게 역성장했다.
이런 상황에도 보험업계에선 삼성생명과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이 성장세를 유지했다.
보험업계가 금융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손익 악화와 손해율 상승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하는 1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자료=연합뉴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3대 생명보험사(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1조2164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 1조3104억원보다 7.7% 줄었다.
한화생명의 당기순이익은 2957억원으로 같은 기간 19.7% 감소했다. 보험손익은 1042억원이며 14.7% 증가했다. 하지만 투자손익이 1년 새 70.3% 급감한 209억원에 머물러 당기순익을 끌어내렸다. 교보생명도 보험손익은 16.6% 늘었다. 그러나 투자손익이 18.7% 줄어든 2423억원에 머물러 전체 순이익을 10.8% 낮췄다.
두 생보사의 투자손익 감소는 미국발 관세정책 여파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운용자이익률을 악화시킨 영향으로 보인다.
대형 생보사 중 당기순익이 증가한 곳은 삼성생명은 유일했다. 삼성생명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2.1% 오른 6353억원이다. 이는 보험손익은 확대되고 투자손익을 유지한 성과로 풀이된다. 보험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 상승했다. 투자손익은 5650억원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확보했다.
실적 제동은 손해보험업계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5대 손보사(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의 총 1분기 순이익은 2조352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20% 급감한 것이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당기순이익은 13.2% 줄어든 6090억원에 머물렀다. 지난해 7019억원으로 보험업계에서 가장 높은 당기순익을 확보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DB손보와 메리츠화재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23.4%, 5.8%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해상의 당기순이익은 2032억원으로 57.4%란 감소 폭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적립 기준 변경에 따라 일회성 이익이 크게 잡혔던 여파 때문이다. 하지만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더라도 감소 폭은 24%에 달했다.
손보업계의 실적 후퇴가 더 뚜렷한 것은 대형 산불과 독감 등 악가 겹치면서 장기·일반보험 손해액이 오른 탓으로 평가된다. 누적된 보험료 인하와 폭설·한파에 따른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악화도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5대 손보사 중 KB손보는 상승세를 유지했다. 1분기 당기순익은 8.8% 오른 313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현대해상에 밀려 업계 5위를 기록했던 것과 달리 올해 4위 성적을 달성한 것이다. 보험손익의 28.6% 감소에도 불구하고 투자손익이 크게 개선된 성과로 분석된다. 투자손익은 1656억원으로 1년 새 441.2% 급증했다.
한화손보도 분기 최대 실적인 순이익 1427억원을 기록했다. 역시 투자손익이 전년 대비 29% 상승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일부 보험사가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으나 올해 보험업계 전망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연중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투자손익은 한층 더 위축될 수 있어서다. 특히 최근 발생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가 주요 손보사들의 손해율을 추가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5대 손보사와 한화손보의 재산종합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번 1분기는 작년까지 호실적이 이어진 점에 대한 기저효과도 일부 발생한 것 같다”며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는 일회성 손실을 추가시키겠지만 손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