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엔비디아가 대만을 글로벌 AI 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22일 IT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 기조연설에서 대만 최초의 대규모 AI 슈퍼컴퓨터 건설 계획을 공개했다.

젠슨황 엔비디아 CEO (자료=연합뉴스)

19일 발표된 이번 프로젝트는 엔비디아와 폭스콘, 대만 정부, TSMC의 공동 협력으로 진행된다.

황 CEO는 "대만의 AI 인프라와 생태계를 위한 첫 번째 대형 AI 슈퍼컴퓨터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이번 결정은 AI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대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와 글로벌 전자제품 제조사 폭스콘 등 강력한 반도체 생태계를 갖추고 있어 AI 인프라 구축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황 CEO는 슈퍼컴퓨터 건설이 단순한 기계 설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국가 규모의 사업으로, 과학, 기술, 산업, 보안 역량을 구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력에서 엔비디아는 슈퍼컴퓨팅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TSMC는 칩을 제조하며, 폭스콘은 AI 하드웨어를 조립한다. 대만 정부는 대학, 연구기관, 스타트업들이 이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황 CEO는 "대만에 세계적 수준의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교육, 과학, 기술 분야의 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엔비디아를 "AI 인프라 기업"으로 재정의하며, "전기에 발전소가 필요하듯 AI에는 공장이 필요하고 우리는 그 공장을 건설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기존 빅테크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전망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미 데이터 센터 부문에서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2025년 1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87%를 데이터 센터 부문에서 창출했다.

한편, 이번 결정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도전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고성능 메모리를 공급하고 있지만 엔비디아와 대만의 결속 강화로 한국 기업들이 단순 부품 공급자 위치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 칩을 공급하는 거의 유일한 공급업체로 이 칩들은 대만의 TSMC에서 생산되는 AI 트레이닝 칩에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