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강남권 정비사업 중에서도 알짜 사업지라 꼽히는 단지들이 줄줄이 시공사 선정에서 유찰 성적표를 받았다.
대형 건설사들이 계속해서 선별 전략과 함께 경쟁 입찰 회피 기조를 펼치고 있는 만큼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은 한동안 수의계약 형태가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예상 조감도 (자료=서울시 정비사업 정비몽땅)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사업의 첫번째 시공사 입찰 모집엔 현대건설만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건설의 단독 입찰로 유효경쟁이 무산됨에 따라 개포주공 6·7단지 조합은 오는 21일 2차 현장설명회를 진행하며 재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 사업은 개포동 일대에 지하 5층~지상 최고 35층, 2698세대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복시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공사비만 1조5139억원에 달하고 수인분당선 대모산입구역과 직접 연결될 수 있어 강남권 재건축 사업 중에서도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
지난 1월 진행된 1차 현장설명회에는 입찰신청서를 제출한 현대건설뿐만 아니라 포스코이앤시, GS건설 등 총 10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특히 강북권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혔던 한남4구역에서 현대건설과 경쟁을 펼친 삼성물산이 참여해 양사의 2차전 구도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최종적으로 이번 1차 입찰에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1차 입찰 시도에서 경쟁 입찰에 실패하자 업계에선 현대건설의 수의계약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단 재건축 조합이 수의계약을 진행하기 위해선 2회 이상 유찰돼야 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입찰 공고가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 경쟁사가 나오지 않는 점을 본다면 추후 수의계약으로 전환될 가능성 높아 보인다”며 “수의계약이 이뤄진다면 1차 현장설명회부터 강한 의지를 드러낸 현대건설과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남권 알짜 사업지의 경쟁입찰 무산은 개포주공 6·7단지만의 일이 아니다. 이보다 앞서 방배15구역과 잠실우성1·2·3단지 역시 시공사 모집에서 유찰됐기 때문이다. 방배15구역과 잠실우성 1·2·3단지의 총공사비는 각각 7552억원과 1조6934억원으로 대형 사업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배15구역은 포스코이앤씨, 잠실우성 1·2·3단지는 GS건설만 입찰에 참여해 유효경쟁이 무산됐다.
사업성이 큰 강남권 정비사업에서도 유찰이 잇따라 발생하는 것은 건설업계가 무리해서 경쟁에 나서지 않으려는 전략을 선택한 결과로 보인다. 경쟁 입찰로 진행되면 자칫 막대한 비용의 출혈 경쟁이 발생할 수 있기에 입찰 전부터 관심을 표현해 온 사업지를 중심으로 수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경쟁 활동은 피하고 선별수주 전략을 선택함에 따라 지난 1월 국내 건설수주액은 9조214억원에 머물러 전년 동기 대비 31.4% 급감했다. 이는 2023년 8월 이후 17개월 만에 10조원을 하회한 것이다.
이 같은 경쟁 회피 기조 속 가장 적극적인 수주 행보를 보인 건설사는 GS건설로 평가된다.
이달 8일 서울시 관악구 봉천14구역 정비사업 조합 총회를 열고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인 GS건설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1월에는 부산 수영1구역, 서울 중화5구역, 대구 만촌3동 정비사업을 확정했으며 지난달엔 신길음역 재개발사업의 시공사로 결정됐다.
1조원 이상 사업지는 없으나 매달 수주 성과를 기록한 결과 GS건설은 올해 정비사업 수주고 2조2960억원을 기록 중이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삼성물산 다음으로 2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GS건설의 단독 수주 행보는 계속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잠실우성1·2·3차 단지에서 유일하게 입찰 신청서를 제출했던 만큼 수의계약까지 노려볼 수 있고 총공사비 7094억원 규모의 상계5단지 재개발사업에도 롯데건설과 함께 구성한 컨소시엄만 입찰신청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특히 상계5구역은 오는 15일 GS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하기 위한 총회를 앞두고 있다. 두 정비사업까지 확보한다면 GS건설은 상반기에만 4조원 이상 수주고를 달성하게 된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레미콘업계와 수도권 레미콘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지만 다른 공사비 인상 요인들은 해결되지 못한 상태인데 경쟁 입찰은 출혈 비용에 패배 리스크까지 감수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여러 알짜 단지에 선제적으로 관심을 표현한 건설사가 올해 높은 수주고를 확보할 것 같고 경쟁 입찰 형태는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저조할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