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물가 상승의 여파로 프랜차이즈 업계가 가격 인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무모하게 가격을 인상하면 되려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게 될까봐 쉽사리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월 농축산물 소비자물가지수가 전월대비 2.9%, 전년동월대비 12.8% 상승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곡물은 전년동기대비 7.9%, 채소는 12.2%, 과실은 40.6% 상승하는 등 식자재 전반에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식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소비가 줄어든 것은 물론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납품해야 하는 식자재 가격도 올라가면서 점주들의 곡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쉽사리 가격 인상 결정을 내리긴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치킨 업계가 잇달아 가격을 인상할 당시 소비자들의 뭇매가 거셌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여겨지던 치킨이 이제는 한 마리당 2만원 이상 가격에 판매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배달비까지 더해지면 체감하는 가격 상승은 2000~3000원이 아닌 5000원 이상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지난해 가격 인상 공지가 있는 이후 월평균 주문량이 약 30% 감소했다. 가맹본부 측에서도 물가가 올랐다고 납품하는 식자재 가격을 올리려는 상황이라 가게를 운영하는 것도 버거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 가격 인상 부담되니 생산비 절감으로 선회
이에 프랜차이즈 업계는 생산비 절감으로 눈을 돌렸다. 최근 KFC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징거버거에 토마토가 빠진 사진으로 메뉴 이미지를 변경했다. 가격은 단품 기준 5500원을 유지하되 주요 품목인 토마토를 빼며 가격을 절감한 것이다.
실제로 토마토 가격은 채소류 중에서도 전년대비 40% 감소한 일조량으로 생산이 크게 줄어들며 가격이 급상승한 품목 중 하나다.
피자 프랜차이즈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피자헛은 생피클 대신 절임피클로 함께 제공되는 메뉴를 변경했다. 피자헛 측은 “최근 신선한 오이 원자재 수급이 원활치 않아 불가피하게 일부 매장에서 일시적으로 생피클 대신 대체품(절임피클)이 제공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미스터피자는 일부 메뉴를 단종했다.
미스터피자 측은 “계속되는 원자재 가격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4일부터 메뉴 단종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단종된 메뉴는 킹브레드쉬림프골드, 킹브레드쉬림프골드칠리, 포게더, 미피떡볶이 등이다. 해당 상품들에 들어가는 피망, 양파, 코울슬로 등 채소 가격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워 내린 결정으로 해석된다.
도미노피자는 3월 1일부로 배달비 인상을 결정했다. 도미노피자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물가 및 인건비 상승으로 3월 1일자로 배달비를 인상하게 되었다”라고 알렸다.
■ 프랜차이즈 업계 잇따른 가격 인상 우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8%로 33개월째 평균 수치를 웃돌고 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햄버거가 8.2%로 가장 높았고 이어 김밥(6.4%), 냉면(6.2%), 도시락(6.2%), 비빔밥(6.1%), 오리(6.0%), 떡볶이(5.7%), 치킨(5.4%) 등 순으로 나타났다.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는 올해 초부터 주요 브랜드들의 가격을 올리고 있다. 파스타 프랜차이즈 롤링파스타는 매운 우삼겹 오일파스타 가격을 7900원에서 8500원으로, 매운 크림 파스타는 8500원에서 8900원으로 인상했다.
대표 가성비 브랜드로 꼽히는 홍콩반점0410과 역전우동0410의 일부메뉴 가격도 올랐다. 홍콩반점은 짜장면 6000원에서 6500원으로, 짬뽕 7000원에서 7800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역전우동은 김치우동과 오뎅우동을 5000원에서 5500원으로, 우볶이는 5500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했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그동안 본사와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물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분을 감내해왔으나 주요 식자재와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의 가파른 상승으로 일부 메뉴 가격을 소폭 조정했다”고 전했다.
가성비 햄버거로 불리는 노브랜드 버거도 지난달 30여종 메뉴의 판매가격을 평균 3.1% 인상한 바 있다. 과일 가격 인상으로 디저트 업계의 가격 인상도 우려된다. 지난해 12월 몇몇 커피 프랜차이즈는 시즌 상품인 딸기 관련 디저트들의 가격을 전년대비 오른 가격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모한 가격 인상 결정은 소비자들에게 불편함을 주기 때문에 오히려 가맹점주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에 상황을 살펴보며 여러 방법들을 고려하고 있다.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 최종적으로는 가격 인상을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