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정부가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체감도가 큰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 통제에 나섰다. 이를 두고 찬반 양론이 엇갈린다.
정부의 인위적인 물가 관리로 기업 담합이 일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면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은 유지하고 제품 용량을 줄이는 물가 상승) 등 시장 내 부작용을 부추길 거란 지적도 나온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우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4.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8월 이후 14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빵 값도 2년 전보다 21.6% 급등했다. 라면 가격도 2년 전에 비해 10% 올랐다.
농식품부가 밀착 관리하고 있는 외식 부문 5개 품목 가격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치킨과 햄버거 가격은 2년 전과 비교해 각각 15.2%, 19.6% 치솟았다.
이같이 물가 고공행진이 좀체 잡히지 않자 정부는 빵과 우유, 라면,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까지 품목을 확대해 28개 품목 가격을 매일 점검한다. 외식 품목은 햄버거, 피자, 치킨 등이 포함됐다. 서민 생활 경제와 밀접한 품목을 촘촘하게 밀착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농림축산식품부 측은 “신선 농산물은 원래 품목별 담당자가 있어 매일 체크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가공식품도 전담자를 지정해 업계와 가격 동향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물가 정책을 놓고 찬반 여론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담합을 일부 해소할 가능성이 있단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봤다.
반면 또 다른 일각은 정부가 과도한 물가 개입을 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유가 상승과 원재료 가격 등이 급격히 오른 상황에서 정부는 그 어떤 지원도 없이 간담회를 통해 가격 동결만을 요구하고 있다”며 “간담회는 작년 하반기 이후 10여회가 넘게 열렸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물가는 정부 혼자 안정시킬 수 있는 게 아니고 각계가 함께 협조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업계와) 간담회를 통해 물가가 편승 인상되고 특별한 요인이 없음에도 가격을 올리게 되면 소비 위축이 되고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에서 협조를 구하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인위적 물가 통제가 슈링크플레이션과 같은 기업들의 꼼수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농식품 품목별 물가 관리는 이명박 정부 때도 진행된 적이 있지만 물가 안정에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일시적으로는 가격 통제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여지겠지만 제때 가격을 올리지 못한 업체들이 나중에 큰 폭으로 가격을 올릴 수 있으며 부정적 물가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풀무원은 지난 3월 핫도그 가격은 그대로 두고 한 봉당 개수를 5개(500g)에서 4개(400g)로 줄였다. 롯데웰푸드(카스타드·꼬깔콘)와 농심(오징어집·양파링), 동원F&B(양반김·참치캔), 해태(고향만두) 등도 지난해와 올해 제품 용량을 줄였다.
이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소비자단체는 “기업이 제품 함량을 조정할 경우 소비자에게 이를 의무적으로 고지할 수 있도록 새 규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처럼 가격 통제가 시장의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물가 안정 해법을 내놨다. 농수산물 비축 물량 등을 통해 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외산 식재료 할당관세를 완화하는 등 통화 정책으로 시장 가격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할당관세 인하에 대해 "국내 수급을 원활히 하는데 할당관세가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된다”며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이어 “할당관세는 근본적 해결수단은 아니기 때문에 시급한 상황에 맞춰 임시수단으로 활용하되 업종별로 상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수반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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