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노조 사이' 등 터질 뻔..한진택배, 총파업 철회됐지만 '물량 잡기' 숙제 남아

본사 농성·배송 거부 등 '총파업' 철회..합의안 도출
'큰 고객' 쿠팡의 물량 이탈..택배기사 수입 '반토막'
물량감소로 2분기 실적 '기대치 하회'..하반기도 썩

이정화 기자 승인 2022.08.29 13:10 의견 0
지난 25일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영업실패 책임전가 한진 규탄! 최소 생계대책 마련 촉구! 택배노조 총력투쟁 선포 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택배업계 2위 한진택배가 파업 고비를 넘겼다. 택배가 쏟아지는 추석을 앞두고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며 리스크를 수습하는 일이 급선무로 떠올랐지만 잠정합의안이 나오면서 급한 불이 꺼진 것이다. 다만 한진의 대형 고객인 쿠팡이 계속해서 직접 배송을 늘리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는 여전한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택배노동조합 한진본부와 한진 대리점협의회는 쿠팡 물량 축소와 관련해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합의안에는 쿠팡 물량 축소로 발생한 어려움을 공유하고 향후 물량 확보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물량 확보를 하는 기간 동안 한진이 한시적으로 조합원들의 생계를 위한 일정 수준의 지원 대책을 마련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합의안 도출로 물량이 쏟아지는 추석 대목에 소비자 피해가 고조될 것이란 우려도 잠식됐다. 당초 노조는 이날 간부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본사 앞 농성과 배송 거부 등 총파업을 이어갈 방침이었다.

앞서 이들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택배기사 임금 감소분의 최소 절반을 보전해야한다며 특별 수수료를 추가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한진의 고객인 쿠팡이 지난 5월부터 한진택배에 위탁하던 물량 700만개 중 360만개 가량을 자체 처리하겠다고 하면서 택배기사의 일감과 수수료 수입이 사실상 반토막으로 줄어들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쿠팡 물량의 대량 이탈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입장도 계속해서 표명해왔다. 지난 6월에는 같은 이유로 매주 토요일 파업을 벌여 서울·경기도·전라남도·울산 등 일부 지역에 배송 차질이 발생했다.

한진택배 역시 가시방석이었다. 약 1000명에 달하는 택배기사의 임금 감소분을 모두 보전해 줄 수 없는 터라 노조가 요구하는 특별수수료 추가 지급을 고려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노조의 총력 대응 철회로 당장 급한 불씨는 꺼졌지만 한진은 쿠팡의 직접 배송 확대 추세로 지난 2분기부터 수익성 둔화 국면에 돌입한 상황이다. 택배사업부문에서 물량이 줄어들면 영업이익률이 감소한다. 적극적인 물량 확보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진의 올 2분기 매출액은 7068억원, 영업이익은 298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각각 2.1%, 14.8% 하회했다"면서 "이 기간 택배 처리량은 1억3160만 상자로 지난 1분기 처리량(1억3400백만 상자)과 비교해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한진이 처리한 쿠팡 물량은 월평균 약 550~570만 상자인데 하반기에는 이보다 약 190~200만 상자가 감소할 것"이라 내다봤다.

한진도 최대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신규 고객사 물량 확보와 근로환경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진 관계자는 "최근 본사 영업을 강화해 택배 110만 상자를 확보하고 각 대리점과 택배 기사의 세일즈 프로모션을 통해 260만 박스 등 총 370만 박스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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