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마이데이터 좋은 건 알지만"..탑승 고민 길어지는 보험업계

은행·증권사와 달리 사업 진출 및 서비스 활용 '소극적'
"복잡한 보험 특성상 단기간 시스템 구축 어려워"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9.24 11:46 의견 0
[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보험업계가 디지털 시대에 맞설 미래 신사업 열차에 탑승을 망설이고 있다. 내년 초 시행이 예고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진출에 소극적인데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MZ세대(밀레니엄+Z세대)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메타버스 사업에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이 보험업권에서 유일하게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따냈다. 이밖에 신한라이프와 KB손해보험은 예비허가를 받고 본허가를 준비 중이다. 미래에셋생명과 메리츠화재는 예비허가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진 소비자의 금융정보를 한 데 모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보험사의 고민인 '고객 접점 확보'에도 의미있다는 평을 받으며 등장과 동시에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다.

하지만 일찌감치 본허가를 얻고 서비스 개발이 한창인 타 업권과 달리 국내 34개 보험사 중 5곳만 출사표를 내놓은 상태다.

또 최근 보험업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보험사가 마이데이터 기업과 헬스케어 플랫폼을 자회사로 둘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지만 헬스케어와 달리 마이데이터 자회사 추진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준비 중인 신한라이프와 KB손보가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을 맡을 자회사 출범을 준비하는 만큼 향후 헬스케어 자회사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탑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다.

모든 업권이 핵심 트렌드로 주목하는 '메타버스' 사업에서도 보험업계의 반응은 다소 미온적이다.

메타버스로 상품 보장분석을 진행한 DB손해보험을 제외하면 대부분 탐색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평이다. 은행·증권사 등 타 금융권이 자체 가상공간을 제작하거나 관련 투자상품을 출시하는 등 메타버스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분주한 행보와 대조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마이데이터와 메타버스 활용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지적이다.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 활용이 부족하면 종속 가능성이 커질 우려가 있어서다.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보험사의 경우 메타버스 기술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있다"며 "빅테크의 플랫폼 장악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통 보험사가 생태계 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신사업 추진 및 여러 산업과 디지털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은행이 항상 데이터 관련 사업에서 빨리 움직이고 있지만 보험사도 늘 관심을 가지고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선 마이데이터는 어렵고 복잡한 상품 특성상 카드나 증권에 비해 사업 모델을 개발하기 좀처럼 쉽지 않고 서비스 구상에 시간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타버스의 경우 사업 자체가 그렇게 활성화하지 않은 상황이고 유통이나 산업 등 모든 업계가 활용 초기 단계"라며 "DB손보가 다른 데에 비해 특이한 수준인 셈이고 각 보험사별로 사업 진척이 있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손보사도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가입해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서비스 개발을 고려하고 있다"며 "워낙 화두로 떠오른 사업이라 열정은 많지만 단기간에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