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아도 잘 팔리는 종신보험"..하반기 보험업계 트렌드 '오해와 진실'

신한라이프·교보·한화생명 등 '종신보험' 줄출시
가입 문턱 완화·보장 영역 강화.."소비자 접근성↑"
불완전판매·민원 부추기는 상품.."당국과 대책 마련 중"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8.03 12:04 | 최종 수정 2021.08.03 14:29 의견 0
[자료=망고보드]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생명보험업계가 올 하반기 상품 트렌드로 '종신보험'을 콕 집었다. 최근 한 달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등장한 종신보험은 가입 문턱이 비교적 낮아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불완전판매 온상으로 여전히 말 많은 종신보험에 대한 온갖 우려에도 수년 째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 보험사를 고민스럽게 하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ABL생명이 최근 종신보험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모두 가입 요건을 완화하거나 보장 영역을 넓혀 소비자의 접근성을 확대했다.

종신보험이란 피보험자 사망 시 유족에 금전적 도움을 주기 위한 '보장성 보험'으로 분류된다. 저축성보험과 비교해 사망보험금 및 모집인 수수료 등이 많이 공제된 후 적립돼 저축 목적으로는 부적합하다. 상품에 따라 매년 책임준비금이 누적되고 해약환급금이 증가해 노후생활에 필요한 자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종신보험 시장은 상품 구조의 진화로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한화생명은 단기입원 및 수술이력이 있어도 가입 가능한 '간편가입 누구나 필요한 수술비종신보험'을 지난 2일 내놨다.

교보생명도 같은 날 수익률에 따라 '일반종신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는 '뉴플러스하이브리드 변액종신보험'을 출시했다. 변액보험의 단점인 원금손실 위험을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라이프는 보험료 납입 기간 동안 6대 질병(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말기신부전증·말기간질환·말기만성폐질환)에 걸리지 않으면 사망보험금을 50% 더 주고 건강할 경우엔 건강축하보너스 혜택을 주는 '놀라운 종신보험'을 선보였다.

ABL생명 역시 계약보험료 납입 완료 후 최초 도래하는 계약해당일부터 증액사망보험금을 추가 보장하는 'THE드림종신보험'을 출시했다. 삼성생명도 이달 중 해지환급금을 모두 돌려주는 '행복종신보험(가칭)'을 내놓을 계획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즘 종신보험에 유병자 간편가입 기능을 탑재하거나 선택권 폭을 넓혀 기존 종신보험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며 "상품 중에서도 종신보험이 많이 팔리고 있는 만큼 보험사들도 종신상품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생보사들이 보험금을 증액하거나 가입 장벽을 허무는 등 상품 구조를 개편하면서 불완전판매와 민원 1위로 꼽히는 종신보험이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종신보험 민원은 2분기 기준 3393건으로 생보사 전체 민원(6409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일부 설계사들이 저축성보험으로 가장해 종신보험을 속여 파는 사례가 늘면서 금융감독원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종신보험은 사회초년생 등 젊은 세대가 목돈을 마련하는데 적합하지 않고 불완전판매가 속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생명보험사 한 관계자는 "최근 일부 회사 신입사원 워크숍에 보험설계사가 등장해 사회초년생에 종신보험을 홍보하고 가입을 권유한 사례도 있다"며 "종신보험을 팔면 가장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일부 설계사들이 무분별한 판매를 행하면서 불완전판매와 민원 발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설계사의 초년도 '모집수수료'를 월 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면서 초과하는 수수료는 다음해로 이월해 지급하는 '1200%룰'을 도입했어도 각종 편법으로 이를 우회해 일부 소비자에 피해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며 "당국과 보험업계는 계속해서 종신보험 관련 불완전판매 리스크를 해소하는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사례가 빈번해지자 일부 소비자들도 종신보험에 대한 인식이 달갑지 많은 않다. ▲설계사의 사기 행위 ▲보험 유지에 따른 경제적 부담 ▲중도해지 시 낮은 환급률 ▲복잡한 상품 구조 등이 주된 불만 요소다.

한 보험설계사 A씨는 "너무 어린 나이에 납입기간이 지나치게 긴 종신보험에 가입해 소득불안정으로 버거움을 느껴 해약하는 고객이 많다"며 "이런 경우 보험사만 이득 보니 신중히 가입해야 하고 노후에 연금으로 받거나 목돈으로 찾아 쓸 수 있는 종신보험 상품도 있으니 한 곳만 알아보지 말고 본인에 필요한 조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종신보험'을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부양가족 많은 상황 아니면 굳이", "생각보다 보험 중도해약 안 하기 어렵더라", "죽어야 (보험금) 나온다는 인식 많은데 해지 안 하면 나중에 생활금으로 타 먹기 좋은 거 많아", "설계사에 속아서 가입했다가 5년 넣고 빼려니까 원금 10%도 못 찾길래 아까워서 안고 감", "은행 적금이랑 다르게 중간에 해지하면 리스크 커" 등 여러 의견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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