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캐롯손해보험이 개척한 디지털 손해보험시장에 '빅테크' 카카오와 '외국계' 라이나생명, '금융그룹 계열사' 하나손해보험까지 도전장을 내밀며 팽팽한 '사각구도'가 형성됐다. 팬데믹 시대에도 대면 영업이 주수입원인 보험시장서 이 구도가 판세에 미칠 영향이 관전포인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하지만 캐롯손보에 쏠렸던 빅테크의 직접적인 위협 범위가 분산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동시에 경쟁 다각화가 겹쳐 되레 '위협 이중고'에 봉착할 것이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라이나생명, 하나손해보험이 최근 디지털 손보시장 진입을 목표로 금융당국에 '디지털 손해보험사' 허가 신청을 추진하거나 사옥 매각으로 전산 투자 비용을 확보하는 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 보험사는 전 영역에서 디지털화를 추구해 별도의 판매 조직 없이 온라인이나 모바일 등 디지털 채널 내 보험을 판매하는 회사다. 현재 빅테크에 이어 외국계 보험사까지 진출에 가세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계 1호 디지털 손보사' 등장을 예고한 라이나생명은 모기업인 '시그나그룹'이 직접 설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연내 금융당국에 '디지털 손보사' 예비인가를 신청할 계획으로 구체적인 설립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최근 라이나생명에 법률검토팀을 만들어 설립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며 "시그나그룹이 국내서 헬스케어 사업을 펼치는 데 관심이 있어 손보사를 토대로 이를 준비하려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인 하나손보도 현재 디지털 손보사로 도약하기 위한 체질개선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우선 전산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옥 매각을 준비 중이다. 또 카카오챗봇을 도입해 상담서비스 자동화 프로세스를 확장하는 등 전산·플랫폼 고도화에 힘 쓰고 있다. 디지털 GA(법인대리점) 설립 준비와 인력 확보도 한창이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지난해 하나금융그룹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디지털 손보사로 변화하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거나 관련 조직을 확대하는 등 꾸준히 준비해 왔다"며 "계속해서 전산 프로세스와 비대면 채널 운영을 확대하는 등 디지털화에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빅테크 1호 디지털 손보사 탄생도 눈길을 끈다. 카카오페이는 연내 '카카오손보(가칭)' 설립 본인가를 받은 후 내년 1분기 중 정식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미니보험으로 초기 시장 진입 후 모빌리디 영역(택시·바이크 등)으로 사업 확대를 꾀할 예정이다.
막강한 플랫폼 위력을 업은 카카오손보의 등장 신호로 유력한 위협대상으로 꼽힌 캐롯손보 역시 국내 첫 디지털 손보사로서 위상을 잃지 않기 위해 몸집 확대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28일에는 유상 증자를 통해 1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마쳤다. 사업성과와 향후 가치 성장에 높은 평을 받아 계획보다 큰 규모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캐롯손보는 투자금액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사업 추진과 IT(정보기술) 기반의 서비스 기술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처럼 향후 디지털 손보시장을 형성할 '사각구도'를 두고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 섞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보험시장서 위축된 비대면 영업 비중을 키우고 카카오손보의 등장이 불러 올 '빅테크 종속' 위협이 다각으로 분산돼 안정적인 경쟁을 촉진할 것이란 전망과 점차 커지는 시장을 놓고 막대한 출혈경쟁에 부딪힐 것이란 분석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손해보험의 대면·비대면 채널 비중은 각각 84%와 6.3%로 극심한 격차를 유지했다. 디지털 손보사의 잇단 등장으로 기울어진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및 디지털화에 따라 비대면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늘었지만 보험업계는 타금융권에 비해 대면 영업 비중이 높아 언택트 추세를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였다"며 "디지털 손보시장에 여러 보험사가 뛰어들면서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 확대와 비대면 보험 인식 제고에 더해 본인이 직접 가입하는 구조에 따라 불완전판매도 줄어드는 등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사각구도가 가시화하면 독점 구조였던 디지털 손보시장이 활기를 찾고 나아가 보험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라며 "다만 빅테크의 압도적인 지배력에 맞서기 위해 가격경쟁 등을 펼쳐 발생하는 건전성 문제와 실손 및 자동차보험 등을 둔 출혈경쟁은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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