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 ② 이웃 나라들 공매도 역사는

미국 공매도 도입은 1822년..금지는 총 4차례
공매도 금지 기간 가장 긴 나라는 한국

권준호 기자 승인 2021.04.28 15:11 의견 0
세계지도 [자료=언스플래시]

[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지난 기사에서는 약 14개월만의 공매도 재개를 맞아 ‘한국 공매도의 역사’에 대해 분석했다. 이번에는 그 후속으로 한국 주변에 있는 나라들의 공매도 역사에 대해 보도하고자 한다. 여기서 주변국이란 거리적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나라를 뜻한다. 한국정경신문은 같은 아시아권에 속해 있는 중국, 그리고 한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동맹국 미국의 공매도 역사를 차례로 들여다본다.

28일 해외언론을 종합하면 중국이 공매도를 허용한 건 지난 2010년부터다. 올해가 공매도를 허용한지 12년차로 역사가 그렇게 길지는 않다. 중국정부가 공매도 도입을 고려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07년부터다. 2007년 당시 중국 정부는 금융상품의 종류를 확대하기 위해 공매도 도입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다음해인 2008년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China Securities Regulatory Commission, CSRC)는 공매도와 신용거래를 짧은 시간 안에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2008년에 열린 베이징 올림픽 때문에 공매도와 신용거래의 도입은 잠깐 미뤄졌다.

올림픽이 마무리되고 중국정부는 자국의 CITIC 캐피탈을 포함한 다수의 주식중개(브로커리지) 회사에 공매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양도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0년 3월 CSRC는 본격적으로 공매도와 신용거래를 허용했다. 처음에는 100가지 종목에서만 공매도가 가능했지만 몇 년 사이에 900개 가까운 종목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2015년 중순 중국증시는 돌연 폭락하기 시작했고 중국 정부로부터 무언의 압박을 받은 금융사들은 공매도 서비스를 중단하기 시작한다.

당시 CSRC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공매도가 증시를 조작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매도 제도를 일시중지 시켰다.

중국 증시가 빠른 시간에 안정되자 중국정부는 2016년 3월 공매도를 재개했고 2017년 3월 중국 증시 안정을 위한 개정법이 몇 가지 발표됐다.

미국 공매도 도입은 1822년..금지는 총 4차례

미국에서는 이보다 훨씬 이른 시기부터 공매도가 도입됐다. 해외언론을 종합하면 미국은 1822년부터 공매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의 공매도는 1929년 있었던 ‘월스트리트 대폭락’의 주범으로 낙인 찍혔고 이는 결국 ‘업틱룰’이 도입되게 된 배경이 됐다.

‘업틱룰’이란 공매도 거래를 할 때 직전 체결가 이상으로 매도호가를 낼 수 있는 제도를 뜻한다. 미국은 지난 1929년 ‘월스트리트 대폭락’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1938년 세계최초로 업틱룰을 도입했다.

하지만 당시 도입된 업틱룰은 시장유동성을 위축하고 가격하락 방지에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2007년 폐지됐고 그로부터 3년 뒤인 2010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변형된 형태의 업틱룰을 도입했다.

미국은 공매도를 도입한 이후 총 네 차례 공매도를 금지했다. 첫 금지는 1812년 미 남북전쟁 때 이뤄졌다. 두 번째는 1987년 미 주가가 폭락했던 ‘블랙먼데이’ 때, 세 번째는 2001년 미국 경제가 장기 호황을 끝내고 경제침체에 진입했을 때, 그리고 마지막은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이뤄졌다.

하지만 미국은 2008년 이후 공매도 금지를 선언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지금까지 네 차례동안 공매도를 금지했던 이유는 ‘공매도 금지가 주가 하락을 막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 실제로 주가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지 ‘newyorkfed'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공매도 금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계속해서 하락했다. newyorkfed의 관계자는 “연구결과 지난 2008년 공매도 금지는 미국 증시의 유동성을 약화시켰을 뿐 아니라 거래대금까지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은 지난 2011년 있었던 금융위기, 그리고 2019년 말에 있었던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때도 공매도 금지를 하지 않았다.

공매도 금지 기간 가장 긴 나라, 한국

공매도 금지를 풀었거나 아예 시행하지 않은 중국, 미국과 달리 한국은 지난 3월 종료예정이었던 공매도 금지를 2개월 연장했다. 공매도 금지기간을 다시 연장하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공매도를 금지하는 나라가 됐다.

이와 관련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우려로 가득하다. 블룸버그통신은 “공매도 금지를 통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지지하는 상황이 역효과를 낼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3개월 동안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에서 5조270억원을 순매도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공매도의 금지가 지금보다 더 길어지면 자금이탈의 움직임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는 분명 순기능이 있기 때문에 제도개선을 잘 했다는 가정하에 재개하는 게 맞다”며 “투자자들은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 우려사항이 있겠지만 공매도 금지가 더 길어지면 외국인 자금이탈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재개가 확정된 공매도를 다시 금지하는 건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며 “우선 시행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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