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 ① 한국 공매도 역사는? 공매도 어린이?

1년 2개월만에 공매도 재개
공매도 금지는 이번에 4번째
투자들 반응은 엇갈려
업계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자”

권준호 기자 승인 2021.04.26 15:16 | 최종 수정 2021.04.26 15:20 의견 0
공매도 잔고 현황 [자료=연합뉴스]

[편집자주] 5월 3일. 국내 주식시장의 공매도 재개가 정확히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3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로 공매도가 금지된지 1년하고도 2개월만이다. 한국정경신문은 약 14개월만의 공매도 재개를 맞아 ‘한국의 공매도 역사’를 들여다본다.

[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26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라는 제도가 처음 시행된 건 지난 1969년 2월부터다. 당시 금융당국은 신용융자제도(매수시 투자자가 매수대금 일부만 내고 나머지 금액은 증권사로부터 대출받는 제도)와 신용대주제도(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대부받은 주식을 팔았다가 되갚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투자자들은 대주제도를 통해 공매도가 가능했었다.

하지만 지난 1990년 5월 증권시장이 침체되며 금융투자회사 사장단의 결의로 대주제도가 중지됐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공매도도 같이 중지됐었다가 1994년 1월 17일 증시의 급증을 이유로 재개됐다.

당시에는 기관간 주식 대차거래가 불가능했었기 때문에 대주잔고가 신용융자잔고의 1% 이하에 불과할 정도로 공매도는 매우 드물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1996년부터 기관간 주식 대차거래가 허용되면서 공매도 규모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무차입공매도가 불법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매도 규모는 날이 갈수록 증가했다.

문제는 2000년 불거졌다. ‘우풍상호신용금고’가 ‘성도이엔지’ 주식을 무차입으로 공매했는데 당초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성도이엔지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결국 우풍상호신용금고는 결제불이행에 빠졌고 영업이 정지됐다.

이는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게임스탑’ 사례와 닮아 있다. 미국에서도 다수 헤지펀드들이 공매도 했던 ‘게임스탑’주가가 급등해 헤지펀드에 막중한 손해를 끼친 바 있다. ‘우풍상호신용금고’ 사태를 ‘한국판 게임스탑’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우풍상호신용금고’와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협회중개시장운영규정’을 개정하고 무차입공매도를 금지했다. 또한 공매도 여부 표시제도를 도입했으며 주가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 주식을 매도할 때 현재보다 높은 가격으로만 매도해야 하는 ‘업틱 룰’을 도입했다.

이후 2008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세계 여러 나라가 공매도를 금지하자 한국도 그해 10월 1일부터 다음해 6월까지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후 2011년에 유럽발 재정위기로 8월 10일부터 11월 9일까지 한 차례 더 공매도를 금지했다. 지난해 3월부터 지속된 공매도 금지는 한국의 4번째 사례다.

■ 공매도 금지는 역사적 반복..'연장된 사례는 드물어'

이번 공매도 금지도 단순하게 보면 역사의 반복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공매도 금지가 연장된 사례는 드물어 이 부분은 좀 특이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지난 9월에 공매도가 재개됐어야 했다. 하지만 반대하는 투자자들이 너무 많아 금융당국은 추가로 6개월 연장 방안을 내놨다. 투자자들이 공매도 재개를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금융당국과 기관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가 있었다. 당시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조합원 2018명에게 1주당 1000원씩 현금배당을 하기로 결정했었는데 직원의 실수로 1주당 1000원이 아니라 1000주의 주식이 지급됐다.

문제는 삼성증권 직원 일부가 잘못 지급된 주식 중 501만주를 매도하면서 생겼다. 갑자기 매도량이 급증하면서 당시 삼성증권 주가는 전일 대비 12%가량 급락했고 투자자들은 증권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무차입공매도를 할 수 있다는 불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는 ‘업틱룰’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차입공매도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불신의 싹을 틔운 계기가 된 건 확실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때 사태를 지켜본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공매도 최장기간 금지국’이라는 타이틀을 얻고도 그토록 공매도 재개를 반대했던 것이다. 현재까지도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 금지’, ‘공매도 개선안’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 투자자들 반응도 엇갈려

투자자 A씨는 “역사적으로 볼 때 공매도는 몇몇 시기를 제외하고는 항상 있어왔다”며 “공매도 재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투자자 B씨는 “공매도에 순기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다”며 “최근까지도 무차입공매도를 한 증권사가 적발되고 있는데 재개는 너무 이르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1주일 후 공매도가 재개되면 그 또한 한국 공매도 역사가 될 것임으로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 “지금은 미래 일이지만 일주일 후 공매도가 재개되면 이 또한 한국 공매도의 역사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공매도 재개 결정이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차후에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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