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코 앞인데 불법 영업 판친다"..카드업계 속사정은

삼성·신한·현대·KB국민카드서 총 102명 '제재'
790원 상당 경품 제공해 덜미..업계 "규제 팍팍해"
"카드사에 전화해도 설계사 탓으로 돌릴 뿐"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3.18 14:40 의견 0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A사에서 왜 B사 카드를 팔지", "학교서 일 하는데 모집인들이 대놓고 돈을 준다며 가입을 권유하고 다녔다", "난 그 카드가 좋냐고 물어보기만 했는데 서너명이 다가와 발급을 종용해 당황스러웠다", "5만원 지폐를 손에 든 채로 마치 미끼를 던지는 것 같아 불편해 자리를 피한 적이 있다"

신용카드 불법모집 사례를 겪어본 소비자들의 말이다. 금융당국이 당초 강력한 규제를 내놓고 감시를 강화했지만, 모집 질서는 개선될 여지 없이 제자리 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올해만 무려 102명이 무더기로 적발된 것.

18일 금융감독원은 삼성·신한·현대·KB국민카드 등 4개 카드사의 신용카드 모집인 검사 결과에 따른 과태료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덜미를 잡힌 모집인은 총 102명으로, 모두 '불법모집'을 저질렀다.

이들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에 걸쳐 카드 발급을 조건으로 소비자에게 과도한 경품을 제공하거나, 길거리 모집을 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모집인은 신용카드 연회비의 100분의 10을 초과한 경제적 이익을 주는 조건으로 모집하면 안된다. 이밖에도 ▲길거리 모집 ▲매장 직원이 상품 판매시 카드 가입을 권유하는 등 '미등록 모집' ▲여러 카드를 동시에 모집하는 '타사 카드 모집'은 전부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삼성카드에서는 총 39명의 모집인이 과태료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들은 신용카드 연회비(1만8000원)의 10%를 초과하는 현금 7만원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회원을 끌어들이는 등 모집 질서를 어겼다.

신한카드에서도 모집인 31명이 이같은 사유로 제재를 얻었다. 타사(우리카드)회원을 모집하거나, 회원 모집을 타인에게 위탁하는 등 금지행위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카드에서는 17명의 모집인이 과태료 조치를 받았다. 타사(삼성·롯데카드) 카드회원을 모집하거나, 연회비(1만원)의 10%를 넘는 경품(7만4000원 상당의 장난감)을 주는 등 불법 행위로, 총 17건의 카드 회원을 모집했다.

KB국민카드에서는 15명의 모집인이 제재를 받았다. 카드 모집을 타인에게 위탁하거나, 모집에 관해 수수료를 지급하는 행위 등으로 총 16건의 카드 회원을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여신금융협회]

'불법모집' 행태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앞서 신용카드 모집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불법모집 신고포상제'와 '불법모집 점검반'을 꾸리는 등 감시 체제를 강화했지만, 불법 모집 건수는 나날이 늘어날 뿐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기준 '불법 모집인 제재 건수'는 ▲2015년 45건에서 ▲2017년 524건 ▲2020년 724건으로 무섭게 증가했다.

업계는 이같은 행각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 차원의 '모집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회비 1만원의 상품을 모집하는데 현금 1만원과 790원 가량의 손톱깎이 세트를 제공해 제재를 얻은 사례가 있다"며 "연회비 10%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주는 불법 행위가 장 많이 일어나는 만큼, 규제 범위를 좁히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카드발급이 늘어나는 환경에서 모집인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영향도 있겠지만, 카드사 차원의 교육 강화와 모집인들의 자정 노력이 가장 먼저 필요해보인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보호 제도인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25일)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불법모집' 행각이 쉴 틈 없이 펼쳐지자, 소비자들 사이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OO카드 고객 A씨는 "부모님이 일하는 마트에 자꾸 카드 발급인들이 와서 고객들을 쫒아다니며 현금 미끼로 가입을 권유하길래 내보낸 후 해당 카드사에 전화했더니, 카드사도 본인들이 지시한 게 아니고 오히려 제재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설계사들 잘못이라고 답할 뿐이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해당 카드사 관계자는 "아마 카드사가 아닌 모집인 지점일 것이고, 모집인들은 카드사 직원이라기 보단 일종의 계약관계가 많고, 개개인이 사업자다"라며 "현재 카드사들이 합동해서 불법모집점검반이라는 제도를 금감원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 보호를 위해 더욱이 감시를 강화하고 모집인 교육에 힘쓸 것"이라고 답했다.

여신금융협회는 소비자와 카드사 모두가 불법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법모집' 규제가 명확히 정의돼 있지만, 정작 불법 행위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불법 카드모집 근절 관련한 내용을 여러 곳에 알리기 위해 홈페이지 내 영상 게재를 시작으로 다양한 곳에 홍보할 계획을 가지는 중"이라며 "가장 우선시 돼야 할 점은 모집인들이 건전하고 올바른 방침으로 소비자들에게 카드 상품을 모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집인이 다가와 카드 가입을 권유한다면 먼저 모집인의 등록증을 보고 여신협회에 등록된 모집인인지 확인하고, 카드 가입 신청서 또한 본인이 직접 작성하고, SNS 등으로 개인정보를 전달하는 건 위험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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