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명동 본사 [자료=하나금융그룹]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가 4명으로 좁혀졌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후보자 리스트에 오르면서 연임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15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추려진 숏리스트에는 김정태 현 회장, 함영주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 디지털리테일그룹 부행장 등 내부인사 3명과 외부인사로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포함됐다.
앞서 회추위는 지난달 내부 인사 9명, 외부 인사 5명 등 14명의 후보군(롱리스트)을 정해 이날 심층 평가를 거쳐 후보군을 압축했다.
회추위는 윤성복 이사회 의장(한국공인회계사회 심의위원장), 박원구 서울대 특임교수,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 백태승 연세대 교수, 김홍진 전 금융정보분석원 기획행정실장, 양동훈 동국대 교수, 허윤 서강대 교수, 이정원 전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 등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돼 있다.
회추위는 이날 후보들에 대한 면밀한 검증을 위해 비전 및 중장기 경영전략, 기업가 정신, 경력, 전문성, 글로벌 마인드, 네트워크 등 사전에 정한 세부 평가기준에 따라 개별 후보들을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윤성복 하나금융지주 회추위 위원장은 "대표이사 회장 경영승계계획 및 후보 추천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최종 후보군을 확정했다"며 "회추위는 최종 후보군 선정에 있어 하나금융그룹의 조직 안정을 꾀하기 위한 후보들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김정태 현 회장의 임기는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로, 회추위는 주총 2주 전까지 새로운 회장을 확정해야 한다. 회추위는 후보군을 상대로 심층면접 등을 거쳐 이달 중 최종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자료=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 안팎에서는 대내외 여건상 김 회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회장은 3연임에 성공한 뒤 연임에 연연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여러 차례 내비쳐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비상 상황에 따른 조직 안정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김 회장의 재신임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상 회장 나이가 만 70세를 넘길 수 없다. 올해 만 69세인 김 회장이 추가 연임을 하게 되면 내년 주총까지 약 1년의 임기만 더 연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점도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연간 연결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이 2조637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3%(2457억원) 증가한 수치로 2005년 지주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이다.
코로나19 여파에 대비한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과 사모펀드 관련 비용 인식, 특별퇴직 등에 따른 일회성 비용 발생에도 불구하고 비은행 부문의 약진,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영업채널의 다변화에 힘입은 결과다.
자산건전성 지표도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지난해 말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전년보다 8bp(1bp=0.01%포인트) 하락한 0.40%였다. 연체율은 4bp 하락한 0.26%였다.
경영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그룹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수익률(ROA)은 전년보다 상승해 각각 8.96%, 0.61%를 기록했다.
김 회장은 2012년 3월 취임 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완성하며 리더십을 검증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뒤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내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코로나19 불확실성이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1년간 김 회장이 자리를 이어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지 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하나금융 회추위 구성원인 사외이사 대부분이 김 회장에 우호적이기 때문에 김 회장의 의사에 따라 연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 차기 회장 유력 후보들이 줄줄이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 김 회장이 1년 더 연임하고 내년에 다시 회추위를 가동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장기 경영체제에 대한 금융당국과 여론의 부정적 인식 등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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