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킬러' 현대중공업..단가 인하→거래 끊기→기술 유용 '계획대로' 진행된 갑질

김수은 기자 승인 2020.07.27 16:19 | 최종 수정 2020.07.28 10:33 의견 1
울산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전경. (자료=현대중공업)

[한국정경신문=김수은 기자] 현대중공업이 최근 비용절감을 위해 협력사의 기술을 다른 업체에 넘기고 단가인하를 강요하다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은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기술 유용과 관련해 역대 최대 규모인 9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 요구대로 단가 인하했지만 1년도 안돼 일방적 거래 단절

27일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5년 선박 엔진용 피스톤을 공급해온 협력업체인 삼영기계 측에 피스톤 생산기술을 가진 다른 업체가 나타났다며 납품 단가인하를 강요했다.

삼영기계는 지난 1975년 설립된 엔진부품 전문기업으로 세계 3대 피스톤 메이커에 선정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은 곳이다. 지난해에는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선정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삼영기계는 이 기술력을 기반으로 10년 동안 현대중공업에 선박 엔진용 피스톤을 독점으로 공급해왔다.

현대중공업의 단가인하 압력에 삼영기계는 3개월 동안 약 11% 단가를 낮춰 납품을 진행했다. 거래를 지속하기 위해 어렵게 결정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은 단가를 인하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삼영기계와 거래를 끊었다.

충남 공주에 위치한 삼영기계 본사 전경. (자료=삼영기계)

삼영기계 관계자는 “지난 2000년 디젤 엔진에 사용되는 피스톤을 현대중공업과 협력해 국산화하기도 했고 오랫동안 거래를 해온 업체이기 때문에 갑자기 거래가 끊길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나중에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공급처 이원화 작업을 한 것을 알게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공정위 조사결과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은 삼영기계 기술을 탈취해 새로운 업체에 넘겼다. 삼영기계와 거래를 끊고 다른 업체와 거래를 진행하기 전에 작업표준서 등 핵심 기술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기술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발주를 취소하겠다고 삼영기계를 압박해 기술을 빼앗은 뒤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은 것으로 드러났다.

■ '강압적 탈취 기술 자료' 경쟁업체에 제공.."하자 발생 대비책일 뿐"

지난 2014년 현대중공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기존 거래처인 삼영기계가 아닌 다른 협력업체 A사에 피스톤 견적을 요청하고 실사를 진행했다. 미흡한 기술과 공정상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은 삼영기계에 강압적으로 탈취한 기술자료를 A사에 제공했다.

현대중공업이 A사에 넘긴 기술자료에는 기본적인 사양은 물론 제조 순서와 품질 관리를 위한 공정 관리 방법 등 삼영기계의 기술이 담겨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삼영기계의 기술 자료를 유용한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가 제공한 사양을 재배열한 것으로 양식을 참고하라고 제공했다”며 “하자 발생 대책 수립 목적으로 삼영기계에 기술 자료를 요구한 것이어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의 판단은 현대중공업의 입장과 차이가 있다”며 “의결서 내용을 검토 후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도 “기술 유용이 아니라 자체 기술을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해 국감 참석자들과 국민들에게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강압적으로 협력사의 기술을 빼앗고 마음대로 유용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삼영기계 측에 이원화 진행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3개월 동안 단가를 낮추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거래를 끊었다”며 “지난 2015부터 2년 동안 이원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사용 목적을 알리지 않고 작업표준서 등 핵심 기술이 담긴 기술 자료를 요구해 제공받은 후 기술을 유용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이 하자 발생 대책 수립 목적으로 삼영기계에 기술 자료를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하자가 발생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자료 요구도 포함돼 있는 것 등을 볼 때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이러한 기술 유용 행위는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역대 최대 액수인 9억7000만원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렸다”며 “앞으로도 첨단 기술 분야의 기술 유용 행위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해 피해기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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