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관광객도 지갑 닫아”..여행 성수기에도 ‘비상경영’ 돌입한 면세점

호텔신라·신세계, 따이공·유커 감소로 영업익 회복 더뎌
롯데면세점, ‘비상경영’ 돌입..조직슬림화 위한 희망퇴직 진행
개별관광객 대상 마케팅 늘리고 팝업 진행 등 체험 강화

서재필 기자 승인 2024.08.08 10:33 의견 0

외국인 관광객들의 면세점 수요 감소로 면세업계가 실적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휴가철이 다가왔지만 고물가로 인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도 쇼핑에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면세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8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면세점 빅4(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는 좀처럼 실적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호텔신라 면세 부문(TR)은 따이공 수요 감소와 해외 공항 임차료 부담 등으로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58.9% 감소한 276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흑자를 이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회복 속도는 더디다는 평가다.

신세계면세점도 업황 부진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78.6% 감소한 8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인천공항 임대료 회계처리가 반영되면서 급락 폭이 더 커졌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면서 지난 6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이의 일환으로 이달 만 43세 이상 중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내실을 도모하기 위해 특별 조기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면세 업황 부진 이유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면세점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중국의 경기 침체와 고환율 여파로 면세점 전성기를 이끌었던 따이공(보따리상)과 유커(단체관광객)들이 크게 준 것이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6월 면세점 매출 총계는 1조 1996억원으로 올해 1월과 비교해 5개월만에 3914억원이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발생한 면세점 매출 총계는 1월 1조 3288억원에서 6월 9476억원으로 28.69% 감소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다 보니 관광객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며 “여행 물가가 많이 올라서 쇼핑에 예산을 할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디에프 측은 인천공항 내 매장 오픈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면서 하반기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자료=신세계디에프)

■ 면세업계, 유커·따이공 의존도 줄이기 ‘사활’

면세업계는 올해부터 개별관광객들을 면세점으로 유도하는 방안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수익성이 낮은 보따리상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특히 인바운드 관광객들의 연령대가 2030대로 낮아졌다는 점을 고려해 면세점 내 체험형 팝업스토어를 늘리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당장은 내국인, 개별관광객 대상 마케팅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대와 고객 동선 일원화에 따른 쇼핑 편의 극대화를 위해 잠실 월드타워점 타워동 매장 면적 축소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도 개별관광객 대상 마케팅 강화와 메가 팝업스토어로 고객 체험을 극대화시키는 데 집중한다. 지난달 인천공항 2터미널에 업계 최초 프라타 뷰티 메가 팝업을 오픈한 데 이어 공항인도장 내 키오스크를 도입해 편의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전년도 인천공항 임대료 회계처리에 따른 영향으로 이를 제외한 당해년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개선됐다”며 “젊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퍼퓸 아틀레이, 주얼리 아틀리에 등 전문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하반기부터 인천공항 내 매장 오픈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면 매출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내 1터미널에 7개 매장, 2터미널에 9개 매장 등 총 16개 매장의 사업권을 확보하고 있다. 7월 기준 16개 매장 중 11개 매장이 오픈해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면세점은 현대백화점면세점에서 백화점을 떼고 독자적 운영을 시작하면서 경쟁력을 키운다. 현대면세점은 지난 1분기 기준 영업적자를 105억원 줄이면서 적자 폭을 줄여가고 있다. 하반기 본격 흑자전환을 이루기 위해 명품 및 K패션 입점을 늘리고 프로모션을 확대한다.

인천공항 1터미널와 2터미널에 각각 펜디와 구찌를 입점시킨 데 이어 연말까지 생로랑과 발렌시아가 부티크 매장을 확보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대면세점은 인천공항 내 22개 명품 브랜드 매장을 보유하게 된다. 시내면세점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K패션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킨다는 방침이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사명 변경과 함께 경쟁력 있는 브랜드 유치는 물론 국내외 마케팅도 강화해 사업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진출 등 사업 확장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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