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구지은 부회장이 아워홈 대표이사직에서 쫓겨났다. 이로써 실권을 잡은 구본성 전 부회장과 언니 구미현 씨가 합심해 아워홈을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아워홈 임시주주총로 구지은 부회장의 대표이사 임기가 3일자로 만료되면서 이사회에서 물러난다. 아워홈은 빠른 시일 내 임시 이사회를 열고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지난 4월 17일 주주총회에서 구지은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는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 씨가 주주들의 배당금을 더 늘리는 의견에 동감하며 합심하면서 비롯됐다.
아워홈의 지분은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장녀인 구미현 씨가 19.28%, 구명진 씨가 19.6%,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이 20.67%를 보유 중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의 지분을 합하면 57.84%로 과반이 넘는다.
그간 사내이사 수를 채우지 못했던 아워홈은 지난달 임시주총을 끝으로 구본성 전 부회장의 측근들로 사내이사를 채웠다. 지난달 17일 정기주총에서 구미현 씨와 그의 남편 이영열 전 한양대 의대교수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어 임시 주총에서 구 전 부회장의 장님 구재모 씨가 새로운 사내이사로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최대 실적을 기록한 아워홈이 경영진 교체로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새로운 사내이사로 선임된 장녀 구미현 씨는 그간 아워홈 경영에 관여한 이력이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오너리스크’로 거론되고 있다.
아워홈 노조도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아워홈 노조는 “아워홈의 주인은 노동자”이라며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오너들을 강력 규탄한다”고 비판해왔다. 지난 16일에는 구미현 씨 자택 앞에서 규탄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 푸드테크 등 신사업 제동..매각설 급물살도
구지은 부회장 체제 아래 아워홈은 지난해 전년대비 8% 신장한 매출 1조 9834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76% 증가한 942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발판으로 올해부터 ‘신성장테크비즈부문’을 신설하고 푸드테크 강화에 힘을 쏟을 예정이었으나 경영권을 잃으며 신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아워홈은 두산로보틱스와 급식 조리실용 무인로봇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와 인공지능(AI) 기반 '초개인화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는 두 사업 모두 구지은 부회장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경영권 교체로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남매 연대 아래 매각설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앞서 2022년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는 오너일가의 지분 매각에 의견을 같이하면서 동반 매각을 시도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당시 두 남매는 글로벌 PEF 운용사 40여 곳의 매각안내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구미현 씨를 비롯한 구자현, 구지은 자매의 공동의결권 합의가 법적 효력이 인정된다면 부과될 위약금이 최대 1200억원으로 추정된다. 소송전이 길어질 경우 지분 매각에도 차질이 생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아워홈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과 노조와의 갈등, 경영안정화 등 숙제가 선적해 있는 가운데 구자은 부회장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앞서 서울지방법원이 세 자매간 의결권 행사 합의가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구 부회장은 이 부분을 적극 내세워 법적 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워홈 측은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사안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아워홈 성장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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