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 빠투 더현대 서울점 매장 (자료=LF)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엔데믹과 더불어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젊은 세대의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백화점 업계가 명품·패션관 재단장에 나선다.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전통 명품보다 저렴하면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신(新)명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패션업계 역시 이 같은 소비 트렌드에 따라 신명품 브랜드 유치 및 확장에 공들이고 있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의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성장률(20.5%)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된 모습이다. 명품 매출이 하락세로 돌아선 건 지난 2015년 1분기 이후 8년 만이다.
백화점 업계 전체의 소비 패턴 역시 달라지는 추세다. 올해 1분기 백화점 3사의 전년 동기 대비 1인당 구매단가는 4.1%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구매건수는 9.2% 증가했다. 이는 물가 부담이 높아지자 낮은 가격대의 상품을 자주 구매하는 소비 형태로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
고물가로 프리미엄 소비 심리마저 위축된 가운데 해외 명품 브랜드는 올해도 기습적인 가격 인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두 차례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이달 초 올해 첫 가격 인상에 나섰다. 샤넬은 지난달, 에르메스는 1월 초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해 명품 3대 브랜드는 올해 모두 가격을 올린 상황이다.
코로나 이후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잦은 가격 인상에 피로감이 쌓이면서 올해는 젊고 신선한 신명품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신명품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희소성이 높아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신진 명품 브랜드를 의미한다. 패션업계는 이 같은 트렌드에 따라 젊은 세대를 겨냥한 해외 수입 브랜드 유치 및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브랜드 리포메이션 (자료=신세계인터내셔날)
올해 신명품 브랜드 유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기업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달 미국 패션 브랜드 ‘리포메이션’의 첫 국내 매장을 열었고, 오는 9월 블랙핑크 제니가 즐겨 입는다는 프랑스 브랜드 ‘꾸레쥬’의 국내 정식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올해 최소 4개 이상의 수입 패션 브랜드를 계약해 신명품 브랜드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 패션은 프랑스 브랜드 ‘자크뮈스’, 영국 브랜드 ‘스튜디오 니콜슨’ 등 신명품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LF는 올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이 보유한 프랑스 브랜드 ‘빠투’를 선보였다. 이들 브랜드 모두 현재 해외 시장에서 반응이 ‘핫’한 신진 브랜드다.
백화점의 명품·패션관도 신명품 브랜드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신명품 브랜드로 MZ세대를 겨냥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더현대 서울은 개점 초기 에루샤 없이 메종마르지엘라·톰브라운 등 신명품을 내세워 백화점 업계 최단기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강남점에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뉴컨템포러리 전문관을 열고, 올해는 부산 센텀시티점에 같은 매장을 연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에 해외 컨템포러리 브랜드 전문관을 리뉴얼 오픈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동탄점에 신명품 브랜드를 입점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요즘 젊은 세대는 비싸고 유명한 전통 명품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핫하고 힙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신진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계약해 국내로 들어오는 패션 브랜드는 해외에서 떠오르고 인기 브랜드인 만큼 국내 매장 입점 전부터 국내 마니아층이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