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vs신세계, 제주 증류소 삽 뜨나..유통 강자의 이유 있는 ‘국산 위스키’ 시장 참전

김제영 승인 2023.03.13 15:42 의견 0
수입산 위스키 중심의 국내 위스키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자료=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수입산 위주의 국내 위스키 시장에 ‘국산 위스키’가 도전장을 던진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위스키가 국내 주류 시장의 핵심 주류로 떠올랐다. 특히 유통 강자인 롯데·신세계가 주류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위스키 등 증류소 건립에 나서면서 국산 위스키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 롯데vs신세계, 제주도 증류소 맞붙나..선발주자는 롯데

1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제주도 서귀포시 감귤공장 부지에 증류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인·허가 작업을 마치고 개발 계획을 검토 중이다. 위스키 등 증류주를 생산하는 주요 목적을 토대로 위스키의 역사와 제조 공정 등을 소개하는 견학관 등도 계획에 담겼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021년부터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증류주 생산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8월 제주공장의 업종 변경을 승인받고, 현재 증류소 운영에 대한 승인이 진행 중이다. 제주도 증류소는 이르면 상반기, 늦어도 올해 3분기에는 착공될 예정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제주도 증류소를 운영하면서 국산 위스키와 자사 주류 제품 등을 소개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견학관 등 운영 계획 및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착공이 시작된 이후부터 위스키 콘셉트와 증류 방식 등 구체적인 사업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L&B도 제주에 위스키 등을 위한 증류소 설치를 검토 중이다. 신세계L&B는 지난해 W비즈니스팀을 신설하고 한국식품연구원과 국산 위스키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국산 참나무를 이용한 오크 목통을 제조해 차별화한 국산 위스키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L&B의 제주 공장은 과거 제주소주의 전신인 만큼 증류소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신세계은 지난 2016년 제주소주 공장을 인수해 소주사업이 뛰어들었으나 누적되는 적자로 2021년 사업을 접었다. 현재 해당 공장은 지난해부터 수출용 과일 소주 생산기지로 사용되고 있다.

■ 악조건 딛고 탄생한 국산 위스키..상품화 가능한 이유

유통 대기업이 국산 위스키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국내 위스키 시장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서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코로나 이후 홈술·혼술 문화가 정착하면서 국내 위스키 시장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현재 국내 위스키 시장은 수입산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2억6684만 달러(한화 약 347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1억7354만 달러)보다 52.2% 증가해 15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한 수치다.

그동안 국산 위스키는 한국의 기후와 그에 따른 숙성과정 등에 대한 제약이 있어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사계절로 인한 오크통의 팽창과 축소, 과도한 증발량 등이 문제로 거론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수입산 위스키와 같이 12년 이상의 숙성 기간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다만 최근 상품화한 국산 위스키는 모두 1년을 약간 넘기는 숙성 시간을 통해 생산된 위스키다. 김창수 위스키 등 국산 위스키는 ‘오픈런’을 일으킬 정도의 인기를 자랑한다. 이는 위스키의 숙성 기간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고 기존과 차별화한 위스키 수요가 늘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대만의 위스키 브랜드 ‘카발란’은 높은 증발량은 단기간의 숙성을 의미한다는 마케팅을 통해 위스키 숙성 기간에 대한 인식을 전환했다. 대만의 위스키 증류소에서는 위스키가 연평균 약 16% 증발하는데 이는 스코틀랜드와 비교해 8배 높은 수준이다.

주류업계는 국산 위스키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기업의 연구·개발이 더해지면 한국형 위스키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국산 위스키는 소규모 증류소 중심이지만, 대기업이 국산 위스키의 성장과 나아가 수출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추세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산 위스키는 주로 소규모 저연산 위스키로 제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산 재료를 활용하면 기존 위스키와 다른 독특하고 차별화한 제품을 제조할 수 있어 개성을 추구하는 요즘 젊은 세대의 트렌드와도 적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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