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황금알' 중고차 시장 출격 초읽기..인프라 구축 '기대' vs 시장 독식 '우려'

내년 1월 중고차 시범사업..5월부터 본격 개시
전용 하이테크 센터 추진 등 인프라 구축 속도
시장점유율 2.9% 제한..기존 업계 "위기 여전"

이정화 기자 승인 2022.10.11 12:50 의견 0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 1월 중고차 시범사업에 나선다. 사진은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자료=현대차]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10년 가까이 닫혀 있던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 빗장이 풀리면서 '국내 최대 자동차 기업' 현대차도 시장 진입 준비로 분주하다. 방대한 데이터와 탄탄한 몸집을 가진 현대차가 내년 중고차 시장 출격을 예고하자 업계 안팎에서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뒤엉킨 감정이 혼재된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 1월 중고차 시범사업에 나선다. 이후 현대차와 기아 인증중고차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면서 5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개시한다.

또 현대차는 주행 5년·10만킬로미터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200여개 항목의 품질검사를 통과한 차량만을 선별한 후 신차 수준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할 계획이다.

중고차 시장 규모는 연간 30조원을 웃돌 만큼 성장했다. 현대차가 진입하는 내년에는 40조원대로 팽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까닭에 현대차도 '황금알 낳는 거위'로 거듭난 중고차 시장에 들어서기 위해 인프라 구축에 힘쓰는 등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우선 경상남도 양산시에 인증 중고차 전용 하이테크 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센터에는 사무동과 진단동 및 정비동 등이 들어서며 내년 1월 오픈 예정이다.

정밀한 차량진단과 정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첨단 스마트 장비도 갖춘다. 아울러 정밀진단 후 정비와 내·외관 개선(판금, 도장, 휠·타이어, 차량광택 등)을 전담하는 상품화 조직을 운영해 중고차의 상품성을 신차 수준으로 높인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안성교차로(IC) 인근에 있는 2만6000제곱미터가량 부지의 매입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부지 매입을 마치는 대로 중고차 매매사업을 위한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수원과 인천에서도 부지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가 이처럼 중고차 통합물류기지를 구축하고 부지 매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업계 안팎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 대다수는 '불신이 컸던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든다'며 환호하는 반면 기존 중고차 업체들은 '좋은 시절 다 갔다'며 탄식을 내놓는다. 그들 입장에서 현대차의 중고차 진출은 시장을 잡아먹을 공룡의 등장인 셈이다.

현대차도 중고차 업체의 이 같은 반응을 읽었는 지 다양한 상생 방안을 마련했다. 잎서 현대차는 인증 중고차 대상 외의 매입 물량은 경매 등을 통해 기존 매매업계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점유율을 오는 2023년 5월부터 1년간 2.9%, 2024년 5월부터 1년간은 4.1%로 제한했다.

일부에선 이러한 사업 조정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중소업체들과 대기업 간 자본력 격차가 큰 상황에서 현대차를 선두로 타 대기업까지 진출하는 날엔 기존 업계는 거대한 위기에 봉착할 것이란 우려도 내놓는다. 특히 소형업체들은 질 좋은 중고차를 공급받을 수 있는 통로가 갈수록 제한되고 나아가 시장 퇴출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기존 업체의 우려와 소비자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현대차의 역할에 이목이 쏠리는 시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에 발표한 중고차 사업 방향성에 맞게 준비하고 있고 중고차업계와 다양한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며 "최대한 기존 업계와 상생할 방안을 모색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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