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20억 먼저 써. 나중에 줄게”..테무發 혼돈의 광고시장

박진희 기자 승인 2024.04.05 08:31 | 최종 수정 2024.04.05 08:41 의견 0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가 국내 광고를 본격화하기 위해 온라인 광고 대행사에 제안서를 보내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진희 기자] “그럴싸한 먹거리는 맞는데, 선뜻 나서는 회사가 없습니다”

테무의 국내 온라인 광고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규제를 피해 빠르게 영토 확장을 하고 있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C커머스)으로 인한 국내 시장 혼돈이 다각도로 번지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 및 법안에 관한 정부 움직임이 있지만 광고 시장 등 업계 피해에 대한 대비는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이달 초, 소비자 보호를 위한 공정거래위원회 법안 마련에 따라 테무는 최근 국내 법인을 설립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법인을 세운 후 대표를 임명하는 등 국내법을 의식하고 있는 것에 비해 늦은 행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말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 해외 전자상거래 사업자도 소비자 보호 의무를 다하기 위한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국내에 주소·영업소가 없는 해외 사업자라 하더라도 매출액, 이용자 수 등 일정 기준을 넘는 경우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했다. 국내 대리인은 법 위반 행위의 조사와 관련된 자료·물건의 제출 주체 및 문서 송달의 대상이 된다. 또한 소비자 불만 및 분쟁 등과 관련해 전자상거래법에서 부과하는 소비자 보호 의무를 이행하게 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부 움직임은 포착되고 있으나 관련 업계 피해는 무방비 상태다. 특히 C커머스 업체가 물량을 무기 삼아 국내 광고 시장에 휘두르고 있는 횡포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피해가 예상된다.

내수 시장 위축에 따른 불황에 국내 광고대행사로써 C커머스의 물량 공세가 매력적이라는 것은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테무가 온라인 광고대행사에 맡기는 월간 마케팅 비용은 약 60억 원 규모다.

이미 배우 마동석을 앞세운 TV 광고로 안방에 익숙하게 침투한 알리익스프레스와 달리 이제 막 국내 사업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테무는 PPL 및 온라인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지상파 방송 PPL (자료=방송캡처)

■ 월 60억 규모 광고물량..‘덥석’ 물지 못하는 국내 대행사들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더 많은 기술, 인력 자원을 투입할 것을 약속한다”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한국 대표이사의 발언이다. 테무, 쉬인 등에 한 발 앞서 한국시장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는 코리아 법인을 설립하고 알리 장을 한국 대표이사로 세웠다. 이에 따라 지적재산권, 반품 등의 소비자 불편 해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테무의 국내법인 활동은 이제 시작이다.

업계에 따르면 테무 모기업인 핀둬둬가 최근 1억원 자본의 웨일코 코리아 유한회사라는 법인을 국내 설립했다. 해당 법인의 사업 목적은 전자상거래업 및 이와 관련한 모든 사업·활동이다. 웨일코는 핀둬둬의 미국 자회사다. 공정위 입법에 따른 국내법의 방패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법인을 설립한 테무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온라인 광고를 실행해 줄 대행사에 제안서를 보냈다. 지난해 10월 월 10억원 규모였던 테무의 온라인 광고 예산은 4월 현재 월 60억 원 규모로 키운 상태다.

불황이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테무의 온라인 광고 대행 업무를 수행할 회사는 많지 않다. 최근까지 유력하게 거론됐던 A 대행사 또한 테무가 보낸 계약서 세부 내용을 검토한 후 최종 부결했다.

테무가 국내 온라인 광고 대행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결제 방식과 페이백 관행 탓으로 해석된다. 테무의 온라인 광고 대행 업무를 맡을 경우 총 60일이 지나야 광고 집행비와 수수료를 지급받게 된다.

월 60억 원 규모의 온라인 광고비용을 대행사가 선 지급 해 집행하고 60일이 지난 후 테무로부터 결제를 받는 형식이다. 이에 따라 120억 원의 광고비 선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결제가 제 날짜에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경영에 치명적인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테무는 광고대행사에 14%의 페이백을 요구하고 있다. 약 15%의 대행 수수료 중 14%를 다시 테무 광고 집행에 사용하라는 의미다. 결국 대행사는 1%의 수익을 남기고 120억 원을 선 집행 하는 위험 부담을 안게 된다. 대행사는 이 수익에서 운영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국내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 임원 A씨는 “테무가 월간 집행하는 금액 규모가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100억 원이 넘는 광고비를 선 집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그 정도 금액 규모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회사가 몇 없다. 자칫 결제일이 늦어지는 등의 변수가 생기면 대행사의 사업 지속성에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또 “이 같은 위험성 때문에 최근 테무의 제안서가 이 회사 저 회사 떠돌아다니고 있다. 업계에서는 B사가 계약을 할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지만 미지수”라고 전했다.

확인 결과 최근 B사는 테무와 온라인 광고 대행 계약을 포기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계약서를 받아 본 B사 측이 구체적인 항목을 검토한 후 최종 계약을 부결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광고대행사 임원 C씨는 “이미 중국계 게임사의 온라인 광고를 선 집행했다가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부도 사태에 빠진 대행사가 있다. 최근에 관련 사항이 업계에서 큰 이슈이기 때문에 중국 업체의 광고비를 선 집행하면서까지 대행하기에는 큰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시장을 타깃한 테무 사이트 (자료=테무 화면캡처)

■ “쿠팡도 하는데?” 중국 업체들..게임사 피해로 국내 기업 부도 위기

테무가 요구하는 채권결제 방식은 국내 기업들도 상당수 택하고 있다. 취재 결과 국내에서도 페이백 관행이 일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 대행사들이 유독 테무의 온라인 광고 물량 선뜻 받지 못하는 이유는 중국 기업들의 이른바 먹튀 전력 탓이다.

국내에 본사를 두고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경우 채권결제일이 정확하게 지켜지고 있다. 문제가 생겨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반면 중국 기업들의 전횡은 국내법으로 해결할 길이 없다.

최근 한 광고대행사가 중국 게임사의 온라인 광고를 대행했다가 결제를 받지 못해 부도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이 광고업계 이슈다.

피해업체 측근에 따르면 해당 게임사는 결제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중국 본사와 해결하라”는 답변만 내놓은 채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해당 게임사의 선집행한 온라인 광고비를 받기 위해 중국 본토에 있는 게임사와 법률적 다툼을 해야 한다. 국내법상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태다.

중국 게임사 먹튀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D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C 커머스들의 국내 사업을 위해서 공정위가 국내 대리인을 세우라고 한 것은 아무 의미 없는 일”이라면서 “소비자든, 사업자든 정작 문제가 생겨도 계약 주체자는 중국에 있는 본사가 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피해를 구제 받을 길은 전무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중국 업체들의 횡포는 국내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계약서를 살펴보면 온라인 광고를 위한 배너 제작 등의 제작 업무에 대한 비용 지불은 하지 않는 것으로 명시한다. 아마 대다수 중국 업체들이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광고 진행을 위해서는 실제 매체사에 지불하는 광고 집행 비용 뿐 아니라 여기에 사용되는 소재(배너 등) 제작이 선행되어야 한다. 중국 업체들 대다수가 이 제작비를 인정하지 않는 다는 설명이다.

C커머스사의 횡포에도 소비자들은 빠르게 해당 쇼핑앱에 접속하고 있다.

지난 2일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2월 알리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818만 명으로 토종 이커머스 11번가(736만 명)를 제치고 국내 2위에 등극했다. 테무는 G마켓을 누르고 581만 명의 사용자를 모았다.

이처럼 C커머스가 수조원의 자금 투입으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는 동안 KC인증 의무, 통관세 등의 의무를 지고 있는 국내 중소사업자들은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실정이다.

여기에 C커머스 플랫폼은 국내 기업과 달리 공시 의무도 없다. 이들의 매출 등 자료는 자체적인 신고에 의존해야 한다. 사업장과 서버가 해외에 있는 기업의 자료 제출과 조사 실효성이 없다. 정부가 소비자 보호 뿐 아니라 관련 업계에서 예상되는 피해 및 불공정 사례까지 아울러서 대책 마련을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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