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상반기 역대급 실적 전망인데..‘고통 분담’ 멍에 쓰고 한숨

4대 금융지주 상반기 순익 9조원 육박
잇단 기준금리 인상에 순이자마진 개선
물가상승·경기침체로 하반기 성장성 한계
"고통 분담" 목소리 더 커질라 노심초사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7.19 10:50 의견 0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이번주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다. KB금융은 21일, 신한·하나·우리금융은 22일 2분기 실적을 내놓을 예정이다. [자료=각사]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이번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4대 금융지주의 얼굴 표정이 어둡다.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가인상으로 하반기 경기전망이 어두운 데다가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고통분담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이번주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다. KB금융은 21일, 신한·하나·우리금융은 22일 2분기 실적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평균 전망치(컨센서스)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2분기 총 4조3252억원의 당기순이익(지배주주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조1258억원보다 4.8% 증가한 규모다.

1분기 4조5951억원 순익을 더한 상반기 순익은 8조9203억원에 이른다. 증권가 예상이 맞다면 지난해 상반기 기록한 역대 최대치인 8조904억원 대비 순익이 10.9% 늘어나는 셈이다.

상반기 금융지주 호실적의 배경으로는 가파른 금리상승이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해 1월과 4월, 5월, 7월에 연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금리 인상 효과로 올해 1분기 대형은행 평균 순이자마진(NIM)은 1.56%를 기록해 지난해 연간 NIM 대비 10bp 상승했고 2분기도 7bp 상승이 예상된다.

가파른 마진 상승으로 상반기 역대급 실적 달성을 앞뒀지만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무엇보다 외부적인 거시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다.

대외환경 악화로 인한 수출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내수경기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 코로나 충격 이후 나타난 큰 폭의 경기반등 이후의 둔화국면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도한 물가상승도 부담이 되는 요소다. 통상 물가상승은 금리상승과 맞물려 금융지주 실적에 우호적인 요소이지만 인플레이션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면 금융주에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난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최근과 같이 원자재가격 상승을 동반한 비용측면의 인플레압력이 심화될 경우 기업채산성 악화 등 차주의 신용위험이 증가하면서 은행의 수익성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서 “물가상승은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실질 유동성을 축소시키고 금융여건 악화를 야기해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비용을 상승시킨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고통분담 요구는 금융지주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고 멍에가 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주 정부의 취약층 금융 지원 대책을 발표하며 “차주 중에 정부 대책에 들어가지 않는 애매한 분야가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은 금융사가 답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권이 정부 차원의 대책 이외에 자율적으로 취약차주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에서는 시중은행의 가산금리 원가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 금융소비자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요구로 개별 취약 차주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 폭을 확대하거나 아예 금리 상한선을 둬 추가 이자를 은행이 부담하는 형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이자마진 축소 요구가 있을 때 마다 내리고 내려서 이미 이자이익 BEP(손익분기점) 수준까지 낮아졌다”며 “이 이상 내리려면 역마진을 감수하고 내려야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금융지주의 역대급 실적이 기정사실이 되면 금융권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2분기 실적까지 공개되면 지금까지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새출발기금 출연이나 저신용 청년층 채무 감면, 금리 인하 등 금융권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 등에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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