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이자잔치 ‘눈칫밥’ 먹더니..경제 위기 속 ‘사회적 역할’ 찾기 분주

역대급 실적에도 정부·정치권 눈칫밥..금융사 역할 모색 중
윤종규 KB금융 회장 “위기 상황 속 방파제 역할 수행할 것”
신한·하나은행, 취약 차주 위한 금융 지원 프로그램 가동
선제적 금리인하 단행한 우리은행..“추가 방안 다각도 검토 중”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7.05 11:56 | 최종 수정 2022.07.06 07:23 의견 0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리와 물가인상이라는 복합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개최되는 금융지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는 금융사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분위기다. [자료=각사]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고금리와 물가인상이라는 복합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개최되는 4대 금융지주의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는 금융사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분위기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해 온 금융지주가 정부와 정치권의 ‘이자장사’ 비판에 눈칫밥을 먹고 있어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 1일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그룹의 전략 목표와 방향을 논의했다. 특히 이번 회의는 최근 물가상승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악화된 경영 환경 속에서 그룹 차원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위기가 닥치더라도 고객의 금융자산을 보호하고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금융회사의 핵심”이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 중소기업에 대한 ESG 컨설팅 등 리등금융그룹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해 나가자”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2년 만에 대면 형태로 치러진 그룹 경영전략회의였지만 평소보다 더욱 긴장감이 높았다. 경기 침체에 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리 인상 수혜를 받고 있는 금융지주에 쏟아지고 있는 ‘이자장사’ 지적도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기준 예금은행의 대출 잔액 기준 총수신(예금) 금리는 1.08%, 총대출 금리는 3.45%로 예대차금리(예금과 대출 이자 차이)는 2.37%p 수준으로 7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윤 회장이 방파제론을 꺼낸 것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금융지주의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윤 회장은 경영전략회의를 마무리하며 “어려운 시기에는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며 “고객을 더 자주 만나고 정성껏 관리해 드리자”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핵심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KB ESG 컨설팅 서비스’를 최근 시행했다. 지난 4월 한시적으로 적용했던 주택담보대출 0.45%p, 전세자금대출 0.55%p 금리 인하도 하반기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취약차주를 위한 추가 금리 인하 방안도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은 이달 열릴 그룹 경영전략회의에 앞서 ‘금리 인상기 취약 차주 프로그램’을 7월 초 선제적으로 시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크게 4가지 형태로 지원되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연 5%초과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의 금리를 연 5%로 일괄 감면해 주는 것이다. 1년동안 5% 이상의 금리에 대해선 은행이 부담하는 것으로 파격적인 할인혜택이다.

이밖에 신규 주담대·전세대출 고객에게는 최대 0.35%p, 0.30%p 금리인하를 추진하고 금리상한형 주담대에 대해서는 1년 동안 연 0.2% 가산금리를 은행이 부담해 준다. 대표적인 서민 지원 상품인 새희망홀씨 신규 금리도 연 0.5% 인하를 예고했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달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외형 성장이 아닌 가치 중심의 금융그룹으로의 전환을 선제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지난 3월 별도 행사 없이 취임한 함영주 회장은 이날 첫 공식석상에서 “신뢰에 기반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도록 그룹 모두의 역량을 집중해 함께 비전을 이뤄가자”고 말했다.

이에 하나은행은 금융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11일부터 ‘HANA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개인사업자 고객의 대출 만기 도래 시 연 7%를 초과하는 금리에 대해 최대 1%p까지 감면해 준다. 또 서민 지원 개인대출 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 신규 신청 시 최대 연 1%p의 금리를 인하해 운영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5월 주담대 금리를 0.4%p 선제적으로 인하했다. 또 신용등급 1~8등급 고객에게만 적용되던 조정금리를 모든 등급에 적용하면서 금리 상단을 1% 이상 낮췄다. 다만 금리 인하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추가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각각 개최될 예정인 지주·은행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최근 경제 위기 상황을 고려한 지주·은행의 경영 전략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