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취임 3개월을 맞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비전 선포식'을 통해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한 기지개를 켰다. 그간 사법리스크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던 함 회장이 3개월간의 채비를 마치고 고객신뢰 회복을 위한 가치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 회장은 지난 2일 명동사옥에서 그룹의 새로운 비전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을 선포했다.
함 회장은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은 누구에게나 일상 속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금융을 넘어 모두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세상과 풍요로운 미래를 연결해줄 것”이라며 “하나금융그룹만의 혁신적 플랫폼을 통해 모두가 마음껏 금융을 즐기고 신뢰에 기반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도록 그룹 모두의 역량을 집중해 함께 비전을 이뤄가자”고 말했다.
지난 3월 별도의 행사 없이 취임했던 함 회장이 대내외적인 메시지 낸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함 회장이 제시한 새로운 비전이 그룹의 외형 성장이 아닌 가치 중심의 금융그룹으로의 전환에 방점을 찍은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취임 이후 주로 ESG경영 등 사회공헌활동에 주력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은 하나만의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미래·가치를 연결해 모두가 함께 누리게될 금융 그 이상의 금융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라며 “급변하는 금융환경의 변곡점을 맞아 조직과 구성원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기존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대담하고 선도적인 비전의 재정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함 회장이 비전 달성을 위한 새로운 중장기 전략목표로 내세운 것도 ▲Our Value(손님 가치) ▲New Value(사회 가치) ▲Extra Value(혁신 가치) 등 가치 중심의 성장전략이다.
‘손님 가치’는 손님이 필요로 하는 것을 모든 것을 연결해 가장 손님 중심적인 금융그룹이 되겠다는 의지를, ‘사회 가치’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ESG 경영 실천으로 가장 인정받는 금융그룹이 되겠다는 다짐을, ‘혁신 가치’는 업의 경계를 뛰어넘는 미래 역량 확보를 통해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는 가장 혁신적인 금융그룹이 되겠다는 각오를 전략 목표에 투영한 것이다.
이번에 재정립된 가치 중심의 성장전략은 그간 함 회장이 부회장 시절 ESG전략총괄을 맡으며 쌓아온 경험과 철학이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지난 2020년부터 그룹의 ESG경영을 총괄했고 2019년 4월부터 하나금융나눔재단의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취임 이후 주로 ESG경영 등 사회공헌활동에 주력해온 것도 가치 중심의 성장전략을 직접 실천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올해 3월 취임 후 첫 출근 장소로 당시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강원 동해안을 찾은 것도 ‘실천형’ 경영자의 면모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함 회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이를 경영에 반영함으로써 형식 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장 우선 금융 지원’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후 하나그룹은 지역 청년 창업 지원을 위한 ‘하나 소셜벤쳐 유니버시티’ 추진, 꿀벌 살리기 사업 ‘하나 비 컴백(BEE, Come Back) 농장’ 조성, 발달장애 예술가를 위한 ‘하나 아트버스’ 개최 등 굵직한 ESG경영 활동을 전개했다.
하나 아트버스 전시회를 직접 방문한 함 회장은 “발달 장애인 작가분들의 작품을 실물과 디지털을 통해 전시함으로써 보다 많은 분들께 작품을 통한 감동과 ‘함께 성장하며 행복을 나누는 금융’이라는 그룹 미션의 진정성이 전달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함 회장은 ESG경영 확산을 위해 글로벌 이니셔티브 참여도 확대했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유엔 여성 역량 강화 원칙(WEPs) 지지를 선언하고 넷제로은행연합(NZBA)에 가입했다.
하나금융은 여성인재 육성을 위한 맞춤교육, 여성인재 중용을 통한 양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고 상반기 중에 ‘재무정보공개협의체(TCFD) 이행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넷제로(Net-Zero) 경제 달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함 회장은 취임사에서 ESG경영 선도금융그룹으로 도약해 지속가능경영이라는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설 것을 약속한 바 있다. ESG금융을 위한 기반 구축 및 저탄소, 친환경 산업 투자를 확대하고 어린이집 건립, 다문화가정 지원과 같은 사회적 책임활동도 지속적 이어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다만 이번 새 비전이 함 회장 개인의 경영철학에서 오롯이 나온 것은 아니다. 하나금융은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기 위해 작년 6월부터 11개월에 걸쳐 임직원 등 1만20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바텀업(Bottom-up) 방식의 뉴 비전 프로젝트를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임직원과 소통을 중시하는 함 회장 특유의 ‘섬김과 배려’의 리더십이 발휘된 결과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뉴 비전 프로젝트는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담기 위해 임직원 설문조사·심층 인터뷰·비대면 메타버스 워크숍, 손님자문단 등 다양한 손님 의견 청취, 외부 전문가 인터뷰 및 컨설팅 등으로 진행됐다”며 “최종적으로 구성원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인 그룹의 새로운 비전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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