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청산 진통..노사정 갈등 불붙어

금융노조 씨티은행지부, 2일 규탄행진·결의 대회 개최
“은행-당국간 사전조율 의혹..인가여부 재의논해야”
금융위 “인가여부는 법적 판단..협의 대상 아냐”

윤성균 기자 승인 2021.11.02 10:45 의견 0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는 2일 씨티은행 본점 뒤편 주차장에서 소매금융 졸속청산을 반대하는 결의 대회를 개최한다. 진창근 한국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열린금융위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윤성균 기자]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청산을 놓고 노·사·정 갈등에 불이 붙었다. 금융당국이 사측의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 결정을 사실상 용인하면서 노조가 물리적·법적 투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추가적인 논의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는 2일 오후 4시 씨티은행 본점 뒤편 주차장에서 소매금융 졸속청산을 반대하는 결의 대회를 개최한다. 이에 앞서 오후 2시30분부터는 씨티은행에서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금융위원회를 규탄하는 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27일 정례회의에서 소매금융부문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한 한국씨티은행에 대한 조치명령을 의결했다. 아울러 씨티은행의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가 은행법상 인가 대상이 아니라고 최종 판단했다. 씨티은행이 영업대상을 축소해 주요 은행 업무를 영위하는 것을 은행법 제55조 상 ‘은행업의 폐업’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와 씨티은행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융위원회는 금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즉시 본회의를 재소집해 27일 결정을 재논의 해야 한다”며 “향후 총파업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거대자본과 그 옹호세력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결사항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창근 한국씨티은행지부 위원장도 “2021년 10월 27일은 대한민국 금융주권의 마지막 보루인 금융위가 외국자본에 무릎 꿇은 치욕적인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물리적 투쟁을 포함한 법적 투쟁까지 총동원해 이번 사태를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노조 측은 금융위가 씨티은행 소매금융 청산이 인가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한 것에 대해 은행측과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씨티은행은 지난달 25일 고객에게 소매금융 사업부문 폐지 안내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는데 해당 공지는 10월 20일 날짜로 준법감시인 심의필을 받은 상태였다. 소매금융의 단계적 폐지가 확정된 22일 이사회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씨티은행이 고객에게 보낸 소매금융 청산 안내 문자. 준법감시인 심의필을 이사회 결정 이전에 받았다. [자료=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

금융위가 27일 정례회의에서 인가 대상인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해놓고 회의 시작 30분 만에 12페이지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도 당국과 은행간 사전 조율 가능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진 위원장은 “이미 몇 개월에 걸쳐 모든 것을 준비해 두고 정례회의 등 형식적 요건을 맞추어 피감기관인 은행과 감독기관인 금융위가 한 팀이 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이 역력하다”고 꼬집었다.

소매금융 청산 이후 씨티은행이 은행업을 유지하기 위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지 여부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은행법 제8조 2항에서는 ‘은행업을 경영하기에 충분한 인력, 영업 시설, 전산체계 및 그 밖의 물적 설비를 갖출 것’을 규정하고 있다. 씨티은행이 소매금융을 청산하며 30곳이 넘는 지점을 폐쇄할 경우 은행업 인가요건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

진 위원장은 “씨티은행 본점만 남게 되면 충분한 영업시설 기준에 미달되기 때문에 자동으로 은행업 면허를 반납해야 된다”며 “만약 반납하지 않는 특혜를 누리면 노조와 시민단체가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별도의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씨티은행에 소매금융 단계적 폐지와 관련해 조치 명령을 내린 만큼 계획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소매 금융 폐지가 인가 대상인지 여부는 법적 판단의 문제라 협의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노조와 협의해 입장을 수용한다든지 그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소매금융 폐지 이후 은행업 기준에 미달하게 될 것이라는 노조측 주장도 반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의 규모도 천차만별이라 규모에 적합한 인력이 필요한 것”이라며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적정하게 서비스할 수 있는 수준의 인력을 요하는 것이지 고용 안정을 위해 얼마 이상의 인력을 꼭 고용해야 한다는 것은 은행법 취지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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